매거진 소소하다

진주조개의 연가

소소하다 ㅣ 김혜진

by 한공기
20170305_154339.jpg 간호사
저의 키워드는 행복입니다.결국 모든 것이 이 길 위에 있더라구요.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사람도, 글과 음악, 인생의 목적과 같은 것들이 행복이라는 틀 안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프로필ㅣ 김혜진


피아노를 전공하고 이후 간호학을 공부하였음.

피아노 치는 간호사

복지와 힐링에 관심이 많음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 Beethoven, Bagatelle in A minor, WoO 59 Für Elise

Alfred Brendel의 연주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_QxrwSsssM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학교종으로, 자동차 후진 시 나오는 엘리제를 위하여. 그만큼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 곡이 베토벤의 곡이라는 것을 아는 아이들은 몇 명이나 될까. 음악을 꽤 한다고 했던 아마추어 바이올린 주자도 얼마전 '엘리제를 위하여'를 쳐 주었더니 중간에 이런 부분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하였는데 끝까지 들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엘리제를 위하여는 바가텔(Bagatelle)이다. 바가텔이란 피아노 소곡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문학으로 말하자면 '수필'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음표로 쓴 수필.. 나는 수필보다는 일기라고 부르고 싶다. 그저 허심탄회하게 쏟아놓은 일기장의 한 페이지처럼 그녀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과 고뇌가 그대로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심오하고 다소 무거운 베토벤의 음악에 이렇게 섬세하고 아름다운 피아노 음악이 있다는 것은 그의 내면의 어떤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참신하게 다가온다. 마치 회사에서는 무서울 정도로 카리스마 있는 부장님이 집에서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너무나 다정다감한 것 같은 모습이라고나 할까. 사람은 신비로운 존재라 누구에게든지 양면성이 존재하는가보다. 그렇기에 누구든지 한 가지 모습이라고 단정짓지 말길. '운명'을 작곡하는 사람이 '엘리제를 위하여' 같은 곡을 작곡할 수도 있는 것이니.


엘리제가 누구인가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테레제 말파티라는 여성을 위해 쓴 곡이 그의 악필 덕에 잘못 전해져 '엘리제를 위하여'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베토벤은 귀족이었던 테레제를 사랑했는데 그의 나이 40세였고 그녀의 나이는 17세였다. 스승과 제자로 만난 테레제에게 청혼하였으나 무려 23살의 나이 차이와 신분의 차이로 인하여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두가지 외에도 그 당시 베토벤의 청력이 나빠지고 있는 시기였기에 베토벤이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먼저 정리를 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곡은 그가 세상을 떠난지 40년이 지난 후에 발견되었기에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사실여부가 어떠하든 뜨거운 가슴을 지녔던 베토벤의 또 하나의 슬픈 사랑이야기였고, 그 사랑이 얼룩진 한 장의 사진처럼 남겨진 곡이 바로 이 '엘리제를 위하여'이다.



학창시절 담임선생님께서 제자와 결혼하셨었다. 제자로서 졸업을 하시고 오랜 후에 인연이 되어 결혼을 하신 선생님과 사모님. 아내가 되신 분을 '그녀'라고 부르는 선생님이 그 땐 얼마나 낭만적으로 느껴졌던지 나를 포함한 여학생들은 그럴 때마다 '꺄아악' 또는 '오~' 하면서 깨알같은 사랑이야기에 귀를 쫑긋 눈을 초롱초롱 하며 슈렉의 고양이들이 되었었다. 수업내용보다 그런 얘기에 초집중인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가 졸업할 때 선생님께서는 '그녀'가 선생님께 드렸던 수많은 시집들을 가지고 오셔서 원하는 책을 가지고 가라고 하셨었다. 나도 시집 한 권을 가지고 왔었는데 투명한 비닐에 하얀색 하트무늬가 새겨진 포장지로 정성껏 책표지가 싸여져 있었다. 손도 마음도 왠지 오글거려서 간지러운 마음으로 첫장을 넘긴 순간 예쁜 글씨로 사랑의 메시지가 몇자 적혀있었다. 길지 않은 단 한 문장이지만 그것이 사랑임을 알 수 있었다.


사랑이란 그렇듯 주고 받는 것이다. 만남과 대화를 통해 생각과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그러는동안 현재는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된다.


베토벤과 테레제도 선생님과 학생으로서 참 많은 것을 주고 받았을것 같다. 음악을 배운다는 것은 그의 사상과 감정이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고 받음이 없다면 아마 사랑도 있지 않을것 같다. 베토벤도 테레제와 함께 하며, 주고 받으면서 마음에 사랑을 꽃피웠다. 그러나 결국엔 마음을 줄 수 없기에 막다른 골목같은, 길이 끝나버린 낭떠러지 같은 곳에 다다랐고 비로소 그 사랑은 막이 내렸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했던 베토벤에게는 '사랑 운'이 별로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러나 석고상처럼 남겨진 그의 감정은 그 시간 속에서 오직 그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는듯, 베토벤이 마음을 바쳐 작곡한 단 3 페이지짜리 짧은 곡은 피아노 소곡 중에는 온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주고 받지 못하는 외사랑이었기에 함께 미래를 여는 황홀한 순간을 맞지는 못하였지만, 사랑한 만큼 아파야 했던 진주조개 같았던 그의 사랑은 세상에 보물처럼 남겨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사랑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남겨지는 것은 같은가보다. 선생님께서 주신 시집의 첫장을 넘겼을 때 발견했던 한 줄의 메시지도, 베토벤이 남긴 엘리제를 위하여도 모두 사랑의 흔적이었으므로. 고로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면 걱정도 말고 두려워 하지도 말고 사랑해보는것은 어떨까. 이 땅에 사랑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니, 그리고 그 흔적이 명작이 될 수도 있을테니.


먼 시간 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 다시 책상 앞에 앉아 플레이 버튼을 눌러본다.

그리고 듣는다.

'엘리제를 위하여'를 통해서 들려오는 사랑의 메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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