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ngs I likeㅣ윤오
작가 프로필 ㅣ 윤오
전문적인 글보다는 부담없이 읽기 편하고 지루하지 않은 글재주를 키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주요 주제로는 제 일상생활에서 하나씩 소재를 찾아써보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공연, 책, 클라이밍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싶네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아쉬워하던 일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한 시대를 대표했다고 할 수 있는 ‘Michael Jackon’(이하 MJ)과 동시대에 살았지만, 실제로 볼 수 있었던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MJ 의 전성기가 끝난 2000년 때쯤 그때서야 난 뒤늦게 Thriller, Bad, History 등 과거 앨범에 열광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과거 무대 영상이나 콘서트 클립들을 보며 정말 괜히 팝의 황제라고 불리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저런 위인과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 뭐랄까 엄청 대단히 영광스러웠던 적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월드투어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 번 더 한국에 찾아올까.. 남북이 통일되면 꼭 찾아오겠다던 그 약속을 지키러 올까? 하며 내심 기대했었다. 하지만 정말 꿈일 것 같던 그런 일들은 더 이상 이룰 수가 없는 진짜 꿈이 되었다. 2009년 6월 25일. 아이러니하게도 남북이 통일되면 다시 찾아오겠다던 그가 과거 625 전쟁이 일어났던 날 이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Youtube 덕분에 온갖 해외가수의 공연이나 뮤직비디오를 쉽게 집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왠지 나와는 먼 딴 세상의 이야기 같았다. 그러던 작년 5월 평소처럼 아무 목적 없이 네이버 시작페이지를 하나하나 구경하던 중. 그때 멍하게 모니터만 바라보던 내 시선을 강렬하게 붙잡은 헤드라인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가장 좋아하는 가수 ‘MIKA’의 내한 소식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다시 어린 학창 시절의 열정이 불 타오르고 정말 이 기회를 놓치면 정말 후회할 것 같다는 확신이 머리 속에 들었다. 28살 처음으로 가수 팬클럽을 찾아 가입을 하고, 처음으로 콘서트를 가본다는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기다렸다.
마침내 다가온 공연 날 당일, MIKA 의 단독 콘서트가 아닌 서울 재즈 페스티벌의 Head로 초청이 되어 그의 공연은 제일 마지막 순번인 오후 8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열정이라 할까 잉여스럽다 할까 아무튼 앞에서 꼭 봐야겠다는 굳은 다짐으로 오전 10시부터 미리 공연장에 가서 대기를 하는 모범스러운 팬의 자세를 지녔다. 앞 순번이었던 ‘스탠딩에그’, ‘로이킴’, ‘10cm’, ‘Wouter Hamel’ 공연을 지켜보면서 낯선 환경에 서서히 나도 물들어 갔다. 말로만 듣던 한국 팬들의 ‘떼창’ 문화를 같이 따라 했고, 앞의 가수의 간단한 율동이나 음악 리듬을 따라가며 어깨를 들썩거리며 혼자 있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페스티벌을 즐겼다. 그렇게 화장실도 가지 않고 10시간을 기다렸을 때, 마지막 순번인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MIKA’의 공연이 시작됐다. 그 날의 Head artist 인 만큼 이미 내 주변엔 나보다 더 열정적인 팬들의 에너지가 체조경기장을 에워싸고 있었다. 항상 이어폰에서 귀로만 듣던 목소리가 아닌 실제로 눈앞에서 보고 있으니, 정말 믿기지가 않고 감격스러웠다고 할까. 타이틀 곡 외에 그냥 가볍게 스쳐 지나가던 잘 몰랐던 곡마저 하나하나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고, 이런 좋은 곡을 왜 그동안 스쳐지나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이후로 ‘페스티벌’이나 ‘콘서트’ 들은 더 이상 나와 먼 딴 세상의 이야기가 아닌 내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등 국내 양대 록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단순히 귀로만 듣던 음악을, 보고, 춤추고, 열광하고 그런 모든 감정들을 함께 공유하며 즐기게 됐다. 특히, 한 번은 주말 동안 록 페스티벌에 가서 미친 듯이 맘껏 뛰어놀고 축제를 즐기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현실에 복귀를 했었다. 근데 마침 그 날이 매월 초에 하는 월례조회 시간이었고, 가만히 차분하게 앉아있는 내 모습을 보며 어제와는 다른 내 모습에 괜히 뜨끔해 혼자서 쓴웃음 지었던 날도 있었다. 처음은 단순히 한 가수에 대한 빠돌이의 열정으로 시작했지만, 이렇게 새로운 문화를 체험도 하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나도 좋다. 그동안 혼자서 이어폰으로만 듣던 음악을, 한 공간에서 모두와 함께 같은 음악을 공유한다는 점이, MJ 의 명곡인 ‘We Are the World'를 느끼는 순간인 것 같아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