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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Dec 18. 2017

삶은 거대한 습관

KEYWORD ONE PAGE <습관> ㅣ 한공기

마음탐정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작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의 본질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습니다. 전 그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한공기

글쓰기 공동체 '파운틴' 운영자 

보통사람의 사소한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송중기처럼 청순한 남자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름도 비슷하다.





최근 ‘뇌’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라기보다 ‘뇌’ 에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사서 읽는 중이다. 갑작스레 ‘뇌’에 관심이 생긴 것은 담배 때문이었다. 매일 한 갑씩 사는 담배값이 아깝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끊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한참 고민하다가 일단 모든 탓을 ‘뇌’에게 돌리게 되었다. 이 놈의 ‘뇌’를 컨트롤 할수만 있다면 왠지 금연이 쉬울 것 같이 느껴졌다.


‘뇌’는 회로다. 뉴런이라는 1000억개 가량의 세포가 서로 연결해서 시냅스를 형성하면서 자기경험을 데이터로 축적한다. 이 과정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삶의 모든 경험들이 뇌 속 데이터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것이다. (심지어 기억나지 않는 순간들도 이미 뇌속의 무의식 저장고에 남아있다.) 우린 매순간 그 데이터를 기준으로 새로운 선택과 행동을 하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해보이지만, 쉽게 정리하면 주변 환경과 소통하는 방식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책에서는 ‘길을 내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첫눈이 쌓인 들판을 상상해보자. 누군가 처음으로 그곳에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갈 때 길이 생긴다. 길은 흔적이 되어 데이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뇌는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한번 지났던 길을 계속 가게 되는데 이 과정이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처음 담배를 핀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독서실 옥상에서였다. 과도한 공부량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서 충동적으로 옥상에 올라갔고 4층짜리 건물 밑을 내려다보면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우연히 같은 학교 선배를 옥상에서 만났다. 선배는 내 안색이 안 좋은 것을 걱정하면서 내게 담배를 건넸다. 처음 경험하는 담배는 무척이나 독하고 어지러웠지만, 응어리진 나의 한숨을 충분히 뱉어낼 수 있는 도구가 되어주었다. 이후 난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 워낙 오랜 세월 피우다보니 너무 익숙해져서 딱히 스트레스가 없어도 아무 때나 아무 생각 없이 피우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중독’이라고 명명하는데 뇌를 공부하다 보니 ‘중독’이라기 보다 그저 ‘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배에 대한 좋은 첫 기억과 오랜 세월 함께하다보니 난 어느 새 담배를 ‘친구’라고 인식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금연이라는 절교 과정이 아니라, 아주 가끔씩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선택해 보았다. 그 과정은 이러하다. 문득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내 뇌 속을 상상한다. 담배 회로에 불이 들어와 있다. 그 불은 딱히 내가 능동적으로 킨 것이 아니다. ( 가끔 화가 치밀어 오를 때나 초조할 때 능동적으로 불을 켤 때가 있다. 그 때는 반드시 담배를 피워줘야만 했다.) 그냥 반복된 패턴으로 정해진 텀 사이로 알람이 울리는 것이다. 난 스마트폰 알람을 끄듯이 자연스럽게 OFF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난 괜찮아. 이미 깨어있어.” 여기서 “깨어있다.”라는 말이 굉장히 중요하다.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모든 순간을 난 ‘습관’ 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예로 배가 고프지 않아도 12시가 되면 점심을 먹는 것 같은 것이다. 깨어있는 상태는 일종의 ‘자기 분리 과정’이다. 나라는 존재를 일원화하지 않고 두 개로 분리하는 것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방금 전까지 지속해왔던, 나와 바로 지금의 나를 분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가 과거의 나를 통제하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 방법을 통해 나는 담배를 간헐적으로 피게 되었다. 그것도 연습을 시작한 바로 당일부터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주의점은 반드시 주머니 속에 담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담배가 없으면 ‘금지-결핍-보상심리-쾌락’ 이라는 네개의 회로가 즉각 연결된다. 난 결국 편의점으로 당장 달려가 담배를 사서 줄담배를 피게 된다. 뇌는 결핍에 굉장히 민감하다. 그래서 반드시 그에 따른 보상 행동을 과도하게 진행하며 쾌락을 추구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극도의 가난을 경험한 사람이 추후 과소비를 한다던가, 극도의 배고픔을 경험한 사람이 추후 필요이상으로 과식을 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여섯 권 정도의 뇌에 관련된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며 떠오른 핵심 키워드는 커넥션(Connection)이다. 뇌의 진화 과정은 뉴런과 뉴런의 연결로 이루어진다. 또 인간의 진화과정 역시 나와 타자를 연결하면서 이루어진다. 실제로 인간이 타자와 공유하고 공감할 때 뇌가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 만족을 채우는 행위에 대해서 뇌는 동전의 양면처럼 한 편으로 부정적인 데이터를 쌓는다고 한다. 쾌락은 얻었지만 공허함을 느끼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뇌는 Mono System을 좋아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무언가 연결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하는 선택과 행위가 혹시나 타자에게 어떤 득이 되지 않을까?‘ 인식할 때 뇌는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과의 소통도 난 Mono System이 아닌 Dual System이라 생각한다. 우린 너무도 습관적으로 스스로를 일원화하며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그것은 짐승의 행동패턴과 같다. (인간은 짐승의 영역에 있기도 하지만, 뇌과학적으로 따졌을 때 인간의 뇌는 짐승과 다르게 사회적 경험을 거쳐서 후천적 성장을 하기 때문에 엄연히 말하면 짐승과는 다르다.) 정체 모를 자신과 대화하고 반성하고 협의하는 일련의 과정도 커넥션(Connection)이라 생각하면 결국 인류라는 거대한 뇌의 키워드는 역시 연결과 소통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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