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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Jul 07. 2018

양심과 선거(투표)

공통주제<양심> ㅣ 윤성권

재생에너지 연구원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사정권을 향해 “내가 가려고 하는 민주주의의 길은 말이야, 내 양심은, 마음은 전두환이가 뺏지는 못해”라는 외침을 했다. 또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부른다. 양심이란 말은 정치, 민주주의, 선거, 투표 등과도 연관해서 많이 사용된다. 추가로 양심과 투표를 함께 검색해보면 “양심적으로 투표는 하고 불평, 불만을 갖자.” “미리 투표하고 양심적으로 놀러가자.” “양심적으로 선거권 있으면 투표합시다” 등과 같은 블로그나 기사를 볼 수 있다.


곧 지방선거가 있다. 투표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에 무관심할수록 양심과 거리가 멀다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대략 답이 나온다. 그럼 나는 양심적인 사람이었나? 다른 부분에서는 양심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하기 어렵지만, 선거와 투표에 관해서는 양심적인 사람이었다고 자부한다. 단 한 번도 투표를 거부하거나 하지 않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말이다.


초등학교 때 전교 어린이 회장에 출마한 친구는 본인이 회장이 되면 친구들에게 햄버거, 피자 콜라 세트를 돌린다고 했다. 참 그게 먹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의 당선보다는 햄버거와 콜라를 얻어먹기 위해서 며칠간 선거를 도와주었다. 요즘은 다르겠지만, 당시 초딩 선거는 별거 없었다. 교내에 포스터 몇 장 붙이고, 등교 시간에 팻말 잠깐 들고 있기만 하면 되었다. 공약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있었다면 즐거움이 넘치는 학교, 사랑이 넘치는 교실 같이 양심적이고, 추상적인 것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노력이 부족했는지 햄버거와 콜라는 결국 내 돈으로 사 먹어야 했다.


중학교 때 회장에 출마한 3학년 선배는 본인이 회장이 되면 학교 주변 산을 폭파해서 없애버리겠다고 선언하였다. 그 산 때문에 봄이나 가을 소풍의 다양성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선배는 회장에 당선이 되었다. 중학생이 산을 폭파한다는 것은 양심적으로 말이 되지 않지만, 꽤 신선하고 재밌는 일이었기에 이슈가 된 것 같다.


고등학교 때 회장에 출마한 2학년 선배는 두발 자유화, 급식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두발 자유화는 차치하고, 현재 급식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보여주려고 직접 염소를 데려오기까지 했다. 양심적으로 동물도 먹지 않는 음식을 우리가 먹고 있으며 상당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피력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모두 고등학생 수준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공약이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학창시절의 선거는 뭐라고 해야 할까? 그것을 선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마도 선거연습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이다. 선거연습을 통해 사회성, 참여, 민주주의 등을 배우는 일종의 교육의 연장일 것으로 생각된다. 다들 알겠지만, 학창시절 선거는 투표율이 거의 100%에 육박한다. 솔직히 체육관 선거도 아니고 투표율이 100%가 말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네이버 지식사전을 보면 선거는 4대원칙(보통, 평등, 직접, 비밀) 외에 선거여부를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자유 선거의 원칙도 주어지는데, 선생님들이 반강제적으로 선거를 강요하고 있으니 무언가 양심에 맞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라고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면 투표율이 낮아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이후에 대학과 군대에서도 투표를 했고, 서울로 이사를 하여서도 부재자 투표에 참여했으니 참 양심적인 사람이다. 사실 꼭 투표해야만 양심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동하는 양심, 깨어있는 양심 등 멋진 말처럼 양심이 있는 것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다. 평소에 양심이 없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면 꼭 투표에 참여해서 양심을 되찾아 보길 바란다. 진작부터 투표에 참여하고 있었다면 뭐 이번에는 양심적으로 투표를 해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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