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브랜드 탐방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작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의 본질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습니다. 전 그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한공기
일상적 스토리텔링 웹진 '소소하다' 운영자
보통사람의 사소한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요즈음 '힙스터(hipster)'가 트렌드이다.
힙스터란 1940년대 미국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속어로 유행 등 대중의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부류를 뜻한다. 인디 영화, 인디 음악과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일반 대중과 자신들을 구분하면서 지적 우월감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의미대로라면 힙스터는 '트렌드'와 거리가 멀어야 하는데 국내에서 힙스터가 트렌드가 되고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그래도 요즈음 대중들은 점점 자기만의 기준을 찾아가고 있다. 트렌드만 쫓아서 바람에 부유하는 낙엽처럼 이리로 저리로 표류하던 과거의 비하면 훨씬 성숙해진 것은 사실이다.
헤어살롱은 한 때 강남의 압구정동과 청담동이 메카였다. 나 역시 대학생이 되자마자 동네 미용실과 결별하고 강남 패셔니스타들이 주로 찾는다는, 압구정동의 헤어샵을 이용했다. 동네 미용실과 가격차이는 많이 났지만 연예인이 자주 오는 곳이라는 말에 속이 쓰려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어느새 힙한 스테이지가 강북으로 이동되고 있다. 성수동, 이태원, 홍대, 합정, 망원, 북촌, 삼청동...곳곳에 셀수없이 다양한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공간들은 트렌드에 의존하기보다 자기만의 콘텐츠에 중심을 둔다. 운영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을 가지고 콘텐츠를 설계하고 언젠가 알아봐 줄 고객을 기다린다. 이런 태도는 무조건적으로 고객유치에만 혈안을 올렸던 과거의 상술에 비하면 상당히 고급스럽다. 물론 운영자의 입장에서 모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신념이 있다면 그 모험은 가치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자기만의 독립적인 콘텐츠로 유행을 선도하는 카페, 음식점, 옷가게가 늘고있다. 처음에는 '과연 될까?' 반신반의했던 가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요즘에는 헤어살롱마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홍대 L7호텔에 매우 힙한 헤어살롱이 생겼다는 풍문이 돌고있다.
응? 그게 뭐지?
100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그래서 난 직접 가보았다.
롯데에서 만든 L7 호텔은 이전의 롯데호텔과 차별화 되어 있다.
청년과 관광객을 타겟으로 하여 좀 더 라이트(Light)하고 컬쳐(Culture)가 스며들어 있다.
즉 기존 호텔 스타일(고급 콘텐츠로 도배하는)보다 좀 더 대중이 접근하기 좋게 되어있다.
무인 체크 인 기계,무인 주차요금 정산, VR 테마파트, 컴팩트한 방 구조, 전자식 라이트&온도 조절장치...
확실히 부모님들이 주로 이용했던 호텔(벨보이, 주차요원, 고급 카페, 고급 레스토랑, 널찍한 방, 조식서비스, 룸서비스...)과는 상당하게 차이가 있다. 부모님 세대에게는 다소 불편할수 있어도 청년이나 관광객들에게는 부담없는, 거품이 빠진 호텔이다. (그래도 L7호텔을 무려 4성급이다.)
L7 호텔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B3-B4 주차장
B1 라인 프렌즈
1층 라인 프렌즈, 빅 가이스 시푸드
2층 라인 프렌즈, 히트 VR, VR 테마파크
3층 강가(인도음식점) 아버(헤어살롱)피프티 피프티(카페&갤러리)
5층 휘트니스, 세탁소, 휴게실
6-20층 객실
21층 체크인 & 체크아웃
22층 라운지바, 수영장
우리가 주목할 플로어는 3층이다!!!
L7호텔 3층은 호텔의 오리지널리티를 잘 드러내고 있다.
휴식, 여유, 힐링을 대표하는 특별한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팝아트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동시에 오리지널 아트 상품을 개발 및 판매하는 갤러리
신진 작가 발굴은 물론 작품을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상품화하는 큐레이션 전시공간
한국의 실험적인 작가는 물론 요시모토 나라, 쿠사마 야요이 등의 일본 아티스트의 굿즈와 아트 토이를 판매
드립커피와 디저트로 입소문이 자자한 홍대를 대표하는 로스터리 카페
오전에 블랙퍼스트 뷔페를 제공하여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로컬브랜드로 탄탄한 입지를 쌓음
Ganga는 인도 북부 평원지대를 흐르는 갠지스강의 인도어이다.
갠지스강은 인도인들에게 신성하게 여겨지며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어머니의 강으로 불린다.
강가의 주 메뉴는 하이드라바드 지방의 무굴왕조 음식으로 인도의 정통 고급요리이다.
최고의 식재료만을 고집하며 인공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약 20여가지 향신료만으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각 매장당 인도요리 경력 10년 이상의 인도인 쉐프가 세명 이상 상주하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소문이 자자한 바로 그 헤어살롱 ~
ARBOR(아버)는 나무그늘이란 뜻으로 편안함과 휴식을 제공하는 헤어살롱을 지향한다.
문화와 공간을 기획하는 전문가와 베테랑 헤어 디자이너가 합작하여 만든 토탈 뷰티살롱
예술적 기품이 느껴지는 헤어살롱 입구 데스크에 미모의 매니저가 있다.
염색과 컷을 하려하는데 마침 첫 방문 신규고객은 50% 할인 이라고 한다.
브랜드 탐방할겸 매장 구경을 요청했더니 매니저님은 흔쾌하게 허락하셨다. ^^
머리 하기전 잠깐, 아버의 메인 공간을 살펴보자!
아버는 '베스트 퀄리티' 헤어제품만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아버 전용 헤어제품이 전시되어 있어 아버의 자존심을 드러내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헤어살롱에 갈 때마다 제일 관심이 가는 곳은 '샴푸실'이다.
머리를 감는 순간은 직관적으로 가장 마음의 평온을 느끼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아버의 샴푸실은 심플하고 모던한 힐링 디자인으로 디테일이 살아있어 고객을 생각하는 섬세함이 엿보인다.
오늘 내 머리를 담당하실 디자이너는 수빈쌤~
첫 방문 신규고객이라고 하니 수빈쌤은 VIP룸으로 안내해주셨다.
저희에게는 신규 고객이 진짜 VIP죠
- 수빈-
최근 집에서 검정 약으로 염색한 경험이 있는 내 머리는 탈색이 쉽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버는 염색에 전문적인 노하우가 있는 헤어살롱이라고 한다.
수빈쌤은 아버만의 기술로 가능하게 해주시며 내게 어울리는 색을 추천해주셨다.
감사합니다~금손 수빈쌤!
2시간 반 정도의 마법같은 시간을 지나 매우 고급진 느낌의 머리색이 나와서 만족했다.
아버는 내게 문득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에게 헤어살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버를 경험해보고 나니 이전에 이용했던 헤어살롱들이 공통적으로 너무 목적에만 치우쳐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미장원은 뷰티의 메카였고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실용성에만 치우쳐 최단 시간으로 목적을 달성하고 빠지는, 그런 공장식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가장 중요한 미적 경험의 Culture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것이다.
머리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새롭게 변신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나간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에 기대를 걸며 새로운 나를 만나는 아름다운 경험이다.
그런만큼 여유도 필요하고, 그 과정을 통과하며 힐링을 만끽해야 한다.
그래서 아버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힙한 헤어살롱으로 회자되는 것이 아닐까?
요즈음 청년들은 아버의 경험를 통해 머리를 하는 날이...
급하게 머리를 자르고, 파마를 하고, 염색을 하고 그런 날이 아니라
미적 문화를 경험하는 특별한 날이라고 인식이 새롭게 바뀌는 것 같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갤러리를 감상하고 여유롭게 머리를 하며 자신을 새롭게 디자인 하는 문화
그야말로 아버가 표방하는 COMPLEX CULTRAL SPACE OF BEAUTY (미적 복합 문화공간)이 실현된다.
즉
아버는 존재만으로 '헤어살롱이라면 이래야 하지 않아? ' 질문을 던진다.
매우 쿨하게 공간의 본질과 새로운 가능성을 몸소 실천하면서 헤어살롱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