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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Jul 11. 2019

이장욱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닌_배우

Editor's Letter


72회 칸느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 감독은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의 공로에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주연부터 단역까지 우열을 가릴 수 없이 명품 연기가 펼쳐졌던, <기생충>은 그야말로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배우들의 하모니가 돋보였다. 그야말로 명품 조연, 아니 명품 단역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피자집 주인, 운전기사 단역까지 인상깊었다.) 과거에는 배우지망생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하나같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주연상받는 겁니다."라고 말했던 반면, 요즘에는 "조연이라도 좋으니 다양한 역을 맡는 배우가 되고싶어요."라고 말하곤 하니 확실히 시대가 변했다.  요즘 독립단편 영화판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배우, 이장욱 역시 롤모델이 '이병헌'이 아니라 '유해진'이라고 한다. 낮에는 스쿼시 학원에서 강사로, 밤에는 연기학원에서 학생으로... 바쁘게 사는 그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와 처음 만났을 때 떠오른 단어도 '다이나믹'이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의 얼굴은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바뀌었고, 자신있는 동작을 보여달라 했을 때도 맨손으로 허공을 가르며 스쿼시를 했으니 말이다. 그가 왠지 언젠가 '류해진'처럼 다양한 역할을 맡는 조연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저렇게 활발하게 움직이다보면... 뭔가가 걸리겠지.' 그런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해버렸다.     


이장욱의 스토리텔링



내 삶의 목표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났습니다. 


1. 대학 때 전공은뭔가요? 졸업 후 어떤 일을 했나요?

    

경영학부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2학년 때 무슨 용기가 났는지 학교를 그만 두었어요. 이게 아니다...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후 고등학교 때까지 취미로 해왔던 스쿼시를 계속했고 강사자격증을 따서 현재까지 10년째 스쿼시 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2. 연기를 하게 된 계기는 무언가요?


제가 원래 개그 본능이 좀 있어요. 어릴 때부터 남 웃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군대에서도 훈련에 지친 동료들을 위해 꽁트를 짜서 보여주곤 했는데 워낙 많이 좋아해주니까 저도 많이 힘이 나더라구요. 아마 저에게 '광대'의 기질이 있나봐요. 스쿼시 강사를 10년간 해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분노가 차올랐습니다. 제 삶의 목표가 없더라구요. 전 그것을 찾지않으면 조만간 라켓도 집어 던질 지경이었어요. 그때 불현듯 '광대'가 되자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바로 연기학원을 등록하게 된 거죠.



3. 본인의 인생 영화는 ? 


싱글라이더 입니다. 한 사람의 성공과 실패가 한 영화 안에 펼쳐지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제가 원래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는데 싱글라이더도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가 굉장히 리얼하게 다가왔거든요. 사실 전 허구성이 강한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해요. 예를 들어 마블영화 같은 건 하나도 안 봤어요. 전 CG보다 아날로그적인 사람냄새 많이 나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참 그리고 이병헌씨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싱글라이더를 몇번이나 다시 보았습니다. 


4. 혹시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이병헌 인가요?


아닙니다. 저와 같이 연기 공부를 하는 친구들의 롤모델이 대부분 이병헌씨였지만, 저는 유해진씨를 더 좋아합니다. 유해진씨는 영화의 분위기를 확실히 업(up)시켜주는 엄청난 능력이 있어요. 영화마다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색깔로 변신하구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5. 본인만이 잘하는 필살기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음...제가 어릴적부터 다양한 운동을 하다보니 어떤 운동도 빨리 습득하는 편입니다. 스포츠 영화나 액션 영화 배역을 맡으면 누구보다 잘 해낼 자신이 있습니다. 


6. 인상깊었던 여행 경험은 ?


얼마전에 독립영화에 출연하느라 거의 일주일간 진주에 있었어요. 매일같이 밤새고 힘이 들었지만, 무척 들뜬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정말 하고싶은 일을 하다보니 그랬나봐요. 앞으로 계속 배우일을 하게 된다면 모든 현장이 제게 '여행'같은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7.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


제가 좋아하는 것은 낯선 사람한테 말걸기 입니다. 제가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어디서 본 것 같아요.' 입니다. 아마도 제 얼굴이 매우 친숙한 느낌이어서 그런가봅니다. 저도 낯을 잘 안가리는 편이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거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그렇게 하다보면 온 세상이 친근해집니다. 전 사람들과의 '친밀감'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또 땀을 많이 흘리고 샤워를 한 후 에어콘 틀어넣고 비빔면 3개를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정말 그렇게 행복할 수 없어요.


싫어하는 것은 흐르지 않고 꽉 막힌 것입니다. 고이면 썩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전 가만히 멈춰서 걱정하는 것보다 차라리 아무생각 없이 움직이는 편입니다. 움직이다보면 걱정거리가 조금씩 풀리거든요. 인간관계도 마찮가지인 것 같아요. 타인의 말을 들어주지 못하고 자기 고집만 부리는 사람을 무척 싫어합니다. 그 사람은 무척 고여있는 기분이 듭니다. 


 




8. 살면서 가장 슬펐던 순간과 기뻤던 순간을 말해주세요. 


가장 슬펐던 때는 제가 뭘해야지 모를 때 였어요. 스쿼시 강사 10년차에 우울증이 찾아왔었거든요. 다행히 연기를 배우면서 극복하게 되었습니다. 


기뻤던 때는 음...초등학교때 친구들과 야구시합을 할때가 생각납니다. 당시 전 그 조그만 운동장이 메이저리그경기장이라 상상했거든요. 공을 치고 달리는데 관중들의 환호성 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오더라구요.


9. 좋은 연기란 어떤 걸까요?

 

맡은 배역에 최대한 공감하는 연기인 것 같아요. 그 캐릭터와 가까워지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것.


10. 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저는 사람이 자기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더라구요. 자신의 소명에 충실한 것, 전 그것이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11. 본인이 생각하는 '자연스러움'이란?


가식이 없는 것 아닐까요? . 자연이 있는 그대로 그냥 있는 것 처럼.


12.  어느때 이성이 멋있어보이나요?

      

캡모자에 스포티한 옷을 입고 민낯으로 활보하는 여성을 보면 멋있어 보여요. 정적인 여성보다 동적인 여성에 끌립니다. 


13.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오늘 뭐할건가요?


운동을 하고 샤워한 후, 집에서 비빔면3개를 먹을 겁니다.  


14. 1년후 유명한 연기자가 되었다치고 미래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말

      

그냥 움직여! 너무 고민하지말고~



이장욱의 오리지널리티



어릴 적부터 주변 사람들이 저에 대해 상반된 인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장욱이는 참 순한 사람이다."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장욱이는 무서워."라고 말했어요. 제가 웃으면 순딩이처럼 보이는데 제가 무표정으로 있으면 무서워 보이거든요. 마치 다른 사람처럼. 전 그것이 컴플렉스였는데 연기 선생님은 오히려 배우로서 큰 장점을 가졌다고 칭찬해주시더라구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녔다. 라고 말씀하시면서...제 오리지널리티라 바로 그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Editor's Choice


이장욱은 순백의 도화지 같은 배우이다. 그래서 어떤 색을 입혀도 다 잘 어울린다. 이 사진은 어떤 감정을 대입해도 다 설득력이 있다. 기쁨, 슬픔, 분노 그리고 사랑 . 참 신기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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