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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Jul 16. 2019

이태승

남자가 사랑한 남자

Editor's Letter


'조각미남'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조각상과 닮은 외모를 말한다. 미학적으로 완벽한 비율, 서구적인 외모. 너무 잘생겨서 정은 안가지만, 본능적으로 시선을 뗄 수 없는...배우 겸 모델 이태승도 바로 그런 전형적인 '조각미남'이다. 그런 사람을 볼 때면 (남자로서) 질투도 나고 '속은 별로 일거라고'  믿고싶어진다. 하지만 이태승은 보면 볼 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마치 미술관에서 그리스 조각상 앞에 머뭇거리며 자리를 뜨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 나의 성적 정체성을 의심할정도로 남자가 사랑한 남자 이태승. 이번 페이지는 서양미술사를 공부하듯 그의 매력을 함께 스터디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신화에서 튀어나온 이태승





아랑드롱의 <태양은 가득히>라는 영화를 몇번이나 봤어요. 아름답지만 결함있는 캐릭터가 겪는 비극에 무척 매료되었거든요. 아마도 제가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시절 배웠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기 때문일 거예요. 신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결함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욕망에 이끌려 결국 파멸하고 맙니다. '해피엔딩'도 아닌데 난 왜 그렇게 좋을까?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 같아요. 신은 존재하고 인간이 넘을 수 없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는 전제가 오히려 인간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완벽한 배우보다는 불완전하지만 매력있는 배우가 되고싶습니다. 신화 속 주인공처럼 말이죠. 


 이태승의 스토리텔링



키가 크고 잘생겨서 그냥 모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예종 연기과를 졸업하시고 무려 KBS탤런트 출신이라서 놀랐습니다.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회 '문학의 밤'에서 처음 연기를 했었습니다. 아주 작은 역할(그리스도를 말없이 따라다니는 제자)이었는데 무대 위에 있다는 것만으로 황홀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후 조금씩 비중있는 역할을 맡으면서 저의 작은 몸짓과 짧은 대사에 관객들이 반응하는 것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뮤지컬 배우 남경읍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연기 아카데미를 등록하고 연기과를 준비했습니다. 


요즈음 한예종 연기과 출신의 실력있는 배우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태승씨와 함께 공부했던 배우들은 누군가요? 


제가 83년생이다 보니 연기과 출신 거의 1세대 배우들과 같이 다녔어요. 남자는 이선균, 이동욱, 오대환, 이희준, 박해준, 진선규 등이고 여자는 유선, 문정희, 서영화, 황석정, 김지현 등이 있겠네요.


동료들이 대부분 영화에서 자리매김을 한 배우들인데 태승씨는 영화보다는 드라마쪽으로 행보가 엇갈리네요.  


동료들 대부분 연극과 영화쪽으로 많이 빠진 반면 전 KBS 21기 공채탤런트가 되면서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을 하게 되었죠. 


솔직히 굉장히 튀는 외모라 드라마에서 어떤 배역을 맡곤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전 지방출신인데 어릴 적부터 혼혈아로 많이 오해받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드라마 배역에 한정적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모델, 특수요원, 호위무사같은 역이 주로 들어왔고 그나마 좀 일상적인 것도 잘생긴게 부각되는 맞선남, 비서, 재벌 그런 역할이었죠. 


  


왠지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전 여직원과 사랑에 빠지는 재벌 2세 사장을 떠올렸거든요. 어째든 태승씨는 잘생긴데다가 이국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전 굳이 한국이라는 무대에 국한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아시아나 헐리웃에 진출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아직 영어를 못해서 망설여집니다. 사실 그런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제가 동남아로 진출하면 국빈대접 받는 배우가 될 것 같다고요. 하지만 전 일단 한국에서 먼저 인지도를 쌓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잘생긴데다가 연기도 잘 하셔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사실 사진 찍을 때마다 태승씨 감정 잡으면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보여서 저도 놀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카메라 앞에서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감정을 잡게 되는 것 같아요. 



혹시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누구인지요?


김명민 선배님을 좋아합니다. 선배님은 작품을 할 때마다 그 인물 자체가 되어버리거든요.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지독하게 단련해서 매번 새로운 인물로 변신하는 것에 놀랐습니다.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외국배우 중에도 그런 방식으로 연기접근하는 배우를 좋아합니다.  다크나이트의 크리스찬베일이 있겠네요.   


역시 연기파 배우를 좋아하시네요. 갑자기 드는 생각이 태승씨는 장국영과도 닮았어요.


장국영도 좋아합니다. <아비정전> <해피투게더>를 보면 장국영도 확실히 연기파 배우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태승씨가 생각하는 '좋은 연기'란 어떤 걸까 궁금해집니다. 


연극원 시절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에 제가 지금도 새기고 있는 말이 있어요. "너가 느끼지 못하면 관객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교수님은 연기 이전에 진실된 삶을 강조하셨어요. 지금도 연기하다가 막히면, 제 삶에서 실마리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먼저 느끼기 위해서 말이죠. 


태승씨의 지난 삶이 무척 궁금해지는데요,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순간과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는지요?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순간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입니다. 사실 저희 아버지가 굉장히 무뚝뚝하고 무서운 분이셨습니다. 살면서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해보지 못했고 아버지가 웃는 모습도 거의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아버지는 제가 출연한 TV 드라마를 보실때면 말이 많아지셨어요.  제 연기에 대해  잔소리를 하시면서 말이죠. 그때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아버지께 꼭 연기상을 안겨드리겠습니다. " 다짐을 했더니 아버지가 "어디 한번 그래봐라!" 하시며 박장대소를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결국 그 약속을 못지켜드렸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장지갔다 오는 길에 눈물이 한없이 흐르더라구요.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결혼식날이랑 제 2세가 태어났을 때 입니다. 늘 혼자라고 느꼈는데 저의 분신이 하나 둘 생기는게 무척 경이롭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순간에도 전 울었던 것 같아요. 



역시 비극에 어울리는 배우라서 눈물이 많은 거 아닐까요? 


전 희극도 좋아합니다. 특히  찰리채플린의 영화를 보며 감탄하곤 합니다. 그의 연기는 철저한 이타심에서 나오거든요.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스스로 망가지고 희화화하는 태도, 정말 대단합니다. 연기를 직접 해보면 그것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요. 굉장한 에너지를 끓어올려야 하거든요. 관객을 위한 '희생'을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합니다.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태승씨의 말이 모두 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주옥같이 느껴질 것 같습니다. 혹시 연기선생 경험도 있으신가요? 


네 오랫동안 연기학원에서 가르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후배 연기자들에게 딱 한마디 조언을 준다면 어떤 말을 하고싶나요? 


자신을 믿어라.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는 순간, 연기는 흩으러진다. 전 학생시절부터 항상 제 자신을 위로했어요. 태승아 넌 할 수 있어. 태승아 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이야, 태승아 넌 썩 괜찮은 사람이야...그런 식으로 말이죠. 물론 그런 자기암시만으로 자존감이 높아지지는 않습니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부단하게 노력하면서 실력을 키워야됩니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높은 사람은 자존감이 낮아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을 믿지 못하고 항상 외부에 의존하지요. 뿌리없는 나무처럼요. 자존감이 낮은 제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 항상 강조했어요. 무대 위에서는 무조건 자신을 믿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대 아래서 그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이태승의 오리지널리티



행복한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해지려면 자신이 겪은 모든 경험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거든요. 그 과정은 정말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전 연기자로서 그 과정을 달게 받아들여요.

모든 경험에 가치를 느끼고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연기로서 표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전 배우로서 성공하고 싶지만, 궁극적으로는 진짜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행복하다'는 말은 결국 '완벽하다'란 말과 똑같은 거 아닐까요? 끝은 없지만 그 끝을 향해 다가가는 여정, 그 과정이 전부라고 봅니다.



Editor's Choice



이태승은 촬영하는 동안 실컷 울었다. 그의 눈물에서 그가 지나온 삶이 모두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그는 웃었다. 한편의 비극이 클라이막스를 통과한 후 찾아오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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