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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Jul 24. 2019

꿈에서 만난 연인

임경주_배우


Editor's Letter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에는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여인이 등장한다.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녀는 오직 주인공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다. 즉 나만의 상상력이 창조한 가상의 연인, 그녀는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면서 우주를 꿰뚫는 엄청난 '깨달음'을 주고 사라진다. 꿈에서 깬 남자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미처 다 닦지 못한 채로 생각한다. "그녀는 어디로부터 왔을까? 그리고 어디로 갔을까?" 마치 신의 빛이 자신을 뚫고 지나간 것 같은 경이로운 경험을 한 남자는 아마 영원히 그녀를 그리워할 것이다. 배우 임경주는 그런 '꿈속의 연인'의 느낌을 준다. 몽환적인 눈빛, 과거로 부터 온 듯한 얼굴. 그녀의 이름 '경주'처럼  Mystic한 신비함을 지니고 있다.   


'소설'같이 생긴 임경주









'무라카미 하루키'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미스테리하고 신비로운 매력에 빠져들고 말거든요. 저도 그런 매력의 배우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우연히 알게된 작가분이 "경주는 참 소설같이 생겼어."라고 얘기를 해줘서 놀랐습니다. 그래서 그게 무슨 의미인지 여쭤봤더니...제가 가만히 있으면 보는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마치 '소설'처럼 말이죠. 



임경주의 스토리텔링 


'소설같이 생겼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전 알 것 같아요. 경주씨 인터뷰를 위해 카페에 갔을 때 전 자리에 앉자마자 건너편에 앉아있는 어떤 여자를 보고 시선을 뗄 수 없었어요. 단아하고 고혹적인 외모가 제 머릿속의 상상력을 자극했거든요. 제 상상 속에는 그녀가 왠지 '미술관 큐레이터' 같았어요.  경주씨에게 도착했다는 전화를 하고나서야 그녀가 '배우'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절 '미술관 큐레이터'라고 생각했었다니 굉장히 의외네요. 재미있는 사실은 절 처음 본 사람들에게 제가 '배우'라고 하면 매우 놀라더라구요. 상상도 못한것처럼. 


바로 그거예요. 경주씨는 모두의 일상 속에서 존재하는 듯한, 캐릭터 느낌이 있어요. 


너무 평범하게 생겼나요?  



아니 그 반대일걸요. '특별하다'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내 일상에서 '보고싶은' 느낌이랄까요.  


감사합니다. 사실 전 매우 평범한 사람인데...


그런 모순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경주씨를 본 사람들은 경주씨의 실체와 다르게 자기만의 상상을 할 것 같아요. 배우로서는 굉장한 장점이라고 봅니다. 어릴적부터 배우를 꿈꿔왔나요? 


네, 하지만 전 원래 환경디자인을 전공했고 조경과 인테리어를 배웠습니다. 직업적으로는 편집디자인 일을 했어요. 농심 디자인팀에서도 일했었구요. 일하면서 밤을 많이 새가지고 아픈 적이 었어요. 입원할 정도로 말이죠. 그때 병상에 누워 떠오른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인생을 마감한다면 난 무엇을 남기게 될 것인가?' 였어요. 나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았는지, 스스로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았는지... 고등학교 때 방송댄스팀을 하면서 무대 위에서 공연하며 느꼈던 희열감이 떠오르더라구요. 당시 전 '연기'를 해보고싶다는 꿈을 막연하고 가지고 있었던 여고생 임경주 였습니다. 과거의 임경주가 현재의 임경주와 다시 만난거죠. 그래서 퇴원한 후 바로 연기학원을 등록하게 되었어요.



촬영하며 경주씨의 연기를 볼 때 전 그런 '절실함'이 느껴졌어요. 경주씨는 굉장히 직관적인 배우거든요. 빨리 감정을 잡고 표현할 줄 압니다. 흉내내려고 머리 굴리는 과정을 뛰어넘어 그냥 캐릭터 인물이 되어버리는 느낌이랄까. 


아마도 제가 소설책을 많이 읽다보니 등장인물에 쉽게 빠져드는 편이예요. 


경주씨가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는 누구인가요? 


라미란 선배님을 존경합니다. 어떤 역할이든 자연스럽고 그 배역에 스며들면서 자신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게 라미란 선배님만의 매력인거 같아요.


경주씨의 인생영화도 궁금해지는데요.


<이프 온리>라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제 연애관의 모토가 된거 같아요. 제 가치관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이 정말 소중하다면, 계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자'인데 이 영화의 교훈, '익숙한 것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제가치관과 너무 똑같고 그걸 더 확고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니 경주씨는 굉장히 '사람다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경주씨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좋아하는 거라면 제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화창한 날씨에 산책하고 친구들이랑 한강에서 캐치볼 할때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냄새에 민감한 편이라 좋은 향이나 봄이 올때 즈음 바람에서 나는 봄냄새 입니다. 


싫어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생각이나 이상을 다른사람에게 강요하는 사람. 꼰대같은 사람. 그리고 더운 여름 제일 싫어요.


역시 문학적인 감수성이 뛰어나시네요. 경주씨는 여행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나요? 


22살때 8년지기 친구랑 홍콩에 간 적이 있어요. 부모님의 도움없이 알바를 해서 모은 돈으로 둘만의 첫 우정 여행을 했던 곳이라 인상 깊어요.  둘이서 여행도 처음이고 원래 홍콩이 우기 때라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갔는데 여행하는 내내 비도 안오고 아무 탈 없이 재미있게 놀았어요. 홍콩도 서울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 매우 편안했어요. 어쩌면 제 삶 전체가 여행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삶 전체가 여행이라... 어떤 작가가 했던, '우린 모두 지구 여행자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경주씨는 아주 오래 전부터 지구에서 여행하고 있는 사람같아요.  즉 경주씨의 얼굴에서 과거의 향수가 느껴집니다. 혹시 주변에서 비슷한 얘기 들어보신적 있나요? 


아 네. 아마도 제 이름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사극이나 70~80년대 배경의 영화에 어울릴 것 같은 외모라는 얘기를 종종 듣곤합니다. '촌스럽게 생겼다'는 뜻인가해서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촌스럽다니요, 경주씨에게서는 오래된 유물에서 느껴지는 고풍스러움이나 복고적인 향수가 느껴집니다.  뭔가 아련한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전 그것이 경주씨만의 아름다운 장점이라고 봅니다. 혹시 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어떤 뜻인가요?


전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하는 사람을 아름답다라고 봐요. 어른들이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나이가 들면서 얼굴에 나타나는 아름다움은 그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얼굴에 나타나는 거라고. 저는 그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좋은 생각과 좋은 말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거 같아요.


아마도 경주씨의 아름다움은 경주씨의 생각과 말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싶네요. 경주씨는 아름다우니까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언젠가 유명인이 된 미래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역시 임경주 넌 할 줄 알았어! 초반에 가졌던 마음 잊지 말고 연기자로 더 인정받고 연기로 사랑받는 배우가 되자!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마~


임경주의 오리지널리티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특히 옛날 영화는 필름의 질감이 느껴져서 더 좋아요.  영화는 꼭 극장에서 봅니다. 극장 공간이 주는 향수가 전 영화의 일부라고도 생각하거든요. 팝콘 냄새나 약간 맴도는 습기나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는 동안의 적막함, 그리고 상영관을 우르르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상기된 얼굴.  그래서 전 영화 배우 임경주가 되고 싶어요. 저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향수의 일부로 남고싶거든요. 


Editor's Choice



임경주는 흑백영화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배우이다. 그녀의 흑백사진을 보고 있으면 영화제 카달로그가 떠오른다. 손톱만한 스틸 컷과 몇줄의 스토리 설명으로 그 영화를 볼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장의 스틸컷은 굉장히 중요한 영향력을 미친다. 임경주의 흑백사진은 마치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말하고 있는 듯해서 정말 임경주는 단 한컷으로 설명이 충분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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