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공기 Oct 02. 2019

쾌남본색

곽민석_배우



Editor's Letter


배우 곽민석은 느와르에 잘 어울리는 배우이다. 어둡고 짙은 그림자 속에서 범죄를 모의하고 협잡하고 욕망의 불길에 몸을 던지다가 결국 방아쇠의 총구가 폭발하는 그런 영화. 그는 알파치노의 '스카페이스' -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 주윤발의 '영웅본색'을 떠오르게 만든다.  하지만 그와 수다를 떨고 있으면 그가 얼마나 쾌활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인 줄 눈치챌 수 있다.  느와르 영화는 금새 코메디 영화로 변한다. 그의 호탕한 웃음소리에서  왠지 올드스파이스 향이 느껴진다. 아니 그는 매우 한국적인 정서를 지닌 배우이기에 '쾌남'이라는 남성화장품의 스킨향이 더 어울린다.  


곽민석의 스토리텔링

 


'태양의 후예'에서 연기 인상깊게 봤습니다. 최근에는 비슷한 시기에 방영한 드라마 '보좌관', '지정생존자'에 동시에 출연하시더라구요. 요즘 한창 바쁘게 지내시는 것 같아요. 곽배우님 필모를 찾아봤더니 수십편의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셨더라구요. 하셨던 역할 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어떤 것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모든 역할에 다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친구라는 드라마에서  '제비족' 역할을 한적이 있는데 왠지 대사까지도 제일 기억에 남네요.  


"여사님 자꾸 그러시니까 제가 이상하잖아요~"


대사만 들어도 그 씬의 상황이 머리에 떠오르네요. (웃음)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에도 입학 하기 전에 엄마 손을 잡고 극장에서 여러 편의 영화들을 본 기억이 나요. 

그 영화들 중 프란시스 포드 코플라 감독의 <대부>를 본 기억은 그 꼬맹이 시절의 몇 년동안을 지배했다고나 할까요? 이후 KBS 명화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의 캐리 그란트,<카사블랑카1941>의 험프리 보가트,<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3>의 게리쿠퍼 등 수도없이 많은 영화의 제작년도와 감독, 주인공 등을 외우고 다녔어요.


또 저의 아버지가 한양대학 연극영화학과 출신이신데다가 평생을 MBC 문화방송국에서 재직하셨어요. 당시 아버지의 책꽃이에는 소설책들이 빼곡했었는데.  전 어릴 적부터 펄벅의 <대지>,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등을 가지고 놀았어요.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꺼낼 때 책을  받침대로 쓰기도 하고... 페이지마다 졸라맨 그림을 그려서 촤르르 넘기면 사람이 움직이는걸 보며 즐기면서 놀았답니다. 그러다가 그 책들을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죠. 그 작품들이 TV에서 영화로 방송되면 너무 반갑고 신이 나서 멍하니 TV 앞에 앉아있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까 어릴 적부터 영화는 제 삶의 일부였죠. 자연스럽게 배우를 꿈꾸었던 것 같아요. 안양예고에 다니고 대학에서 연기전공을 하면서 배우의 길로 계속 직진하게 되었죠. 


가장 처음으로 감동을 받은 작품이 '대부'라니 인상적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곽배우님은 느와르 영화 분위기가 물씬 풍겨요. 


그래요? 제가 지금까지 해온 역할들 중에 킬러, 경찰청장, 국정원장, 변호사, 부패기업 사장, 형사, 비서실장도 있었는데 그 배역들을  모아 놓으면 느와르 영화 한편 나올 것 같네요.(웃음)



전 개인적으로 조직의 보스가 떠올랐습니다. 생각해보니 영화 '대부'의 말론브란도 역할이 어울리겠네요. 


사실 전 '말론브란도'보다 '알파치노'를 좋아합니다. 알파치노를 동경하면서 연기의 꿈을 키웠거든요.


30년 넘게 연기자 생활을 해오셨는데 곽배우님 만의 연기철학이 궁금합니다. 


예전에 제가 끄적거린 글이 있어요. (스마트폰을 꺼내 뒤적이며)


사람으로 살기도 쉽지가 않은데 

분칠하는 사람으로 살고있으니

시련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함과

고난을 피하려하지 않아야 함에

가지런한 마음으로 자신을 보며 

입으로 내놓은 잘못을 볼줄알고

지혜로운 판단이 늘 함께하여서 

한걸음 한걸음 후회없이 행함을

부족함없이 늘 배우고 익혀가라


오랫동안 연기를 하며 제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졌어요. 


'나는 예술을 봉사하기 위해서 하는가? 희생하기 위해서 아닌가? 아니면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서 악용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가 깨달은 것은 배우란 직업이 본인이 원하던지 원하지 않던지 불특정 다수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준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배우 이전에 '사람으로 잘 살아가자!'가 제 철학입니다. 그래야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니까요. 


연기 일을 안 할 때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도 궁금하네요. 


뭐 다른 사람들과 똑같죠. 청소하고 빨래하고 집정리하는 일. 여유가 생기면 책도 읽고, 인터넷 기사도 찾아보고, 머릿속 생각들도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또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술도 한잔 하구요. 뭐 보통 사람들과 똑같죠. 



그래서인가 곽배우님은 옆집 아저씨같은 편안함이 있어요.


 사실 배우는 평범한 사람이예요. 보통사람들 같이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죠. 일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어울리고,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으면 난처해하면서 그동안 살아온 힘으로 또 버티고 말이죠. 제가 그동안 사회적 신분이 높은 역할들을 많이 맡곤 했는데 저도 보통의 남편, 보통의 아빠, 보통의 아저씨 역할에 많이 도전해보고 싶어졌어요. 오히려 저다운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래 '보통사람'을 연기하는 것이 더 어렵지 않나요? 


네 맞아요. 특이한 캐릭터는 색이 강해서 금방 튀지만, 보통의 캐릭터는 '평양냉면'처럼 맹탕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은은하게 오래된 관록이 묻어나는...일상의 세월이 느껴지는...그런 연기를 해야해요. 연기를 잘 하려는 노력 이전에 평범한 일상에서 묻어나오는 경험의 깊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곽배우님은 연기자로서도 그리고 보통사람으로서도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아 보입니다.  젊은 후배연기자가 곽배우님께 조언을 부탁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시겠어요? 


자신의 공간에 강아지를 데려다 놔도 강아지의 관해 공부를 해야하고, 화분을 들여다놔도 식물에 관해 공부를 해야하지 않은가?

사람을 상대로 연기를 하겠다면 그것은 자신의 공간에서 사람과 마주하는 일이다. 심지어 혼자 있어도 말이다. 

사람이 알고싶다면 먼저 사람을 사랑하라. 그러다보면 사람이 궁금하고 알고싶어져서 결국에는 공부라는것을 하게 되는데 사람의 생각, 사상, 이야기, 방식, 문화를 건드리게 된다. 그게 인문학 이다. 이게 부족하면 연기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진다. 생각과 표현에서 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인문학 공부를 경험하지 않고서 노력만으로 밀어붙이면 금새 한계가 드러난다. 

사람이 밥한끼 먹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처럼 연기도 힘이 있어야 지탱할 수 있는 법이다. 연기라는 것은 삶을 진지하게 마주 보는것이라 생각한다. 이런것들을 배울수가 있는것이 아니다. 깨달아 가야한다. 연기 뒤에 '힘'을 붙이면 '연기력'이 되는데 그 힘은 끊임없이 집념을 일으키며 고민한다고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사랑하는것에 모든 답이 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도 사랑할 줄 안다. 나도 그것을 하고 있는 중이다. 




곽민석의 오리지널리티

얼마전엔 지인들에게 고추 묘목을 나눠주었다. 그 묘목은 내가 매일 물을주고, 커져서 지지대도 세우고, 흙도 구해서 옮겨심고,병이 나서 치료할수 있는 약을 구해오며 정성을 들여가며 키운 결과물이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과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을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Editor's Choice 


사진 속의 그는 마치 '대통령' 같다.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국정을 근심하면서도 사실 일반인과 별 다를 게 없는 보통사람... 언젠가 그가 그런 역할을 할 것만 같은 기시감이 든다. 




'있는 그대로'는 휴먼 브랜딩 회사입니다.
인터뷰를 통해 고객의 오리지널리티를 분석하고 
사진과 영상이 포함된 프로필 페이지를 만들어들립니다. 
'있는 그대로'는 억지로 꾸미지 않은, 본연의 자연스럽고 순수한 프로필을 지향합니다. 
프로필문의: 010-7574-9358 


프로필 매거진 < 있는 그대로 >를 보시려면...


매거진의 이전글 Talented Dian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