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낯선 것에 직면하기

3월 공통주제<정체성> ㅣ 이승철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1-20 오후 5.32.06.png 종무원
독립출판도 3권 출판했고, 지인들과 그림 전시회도 했습니다. 요즘엔 꾸준히 1주일에 한 장씩 드로잉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아니고 그냥 모두 취미로...


작가 프로필 ㅣ 이승철

넓고 얕은, 호기심 많은 유부남

모토는 "일단 하자!"





요즘 주변에 Camino de Santiago(산티아고 순례길)를 다녀온 이들이 많아졌다. 왜 사람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일까? 누군가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걷고, 누군가는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 걷는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나’를 찾기 위해 걷는다. 표면적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결국 그들은 자신을 찾기 위해 길을 걷는다. 그런데 그들은 왜 자신을 찾기 위해 낯선 길을 걷는 것일까?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자신을 낯선 곳에 떨어트려 놓는다. 먼저 자신과 낯선 시공간이 직면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익숙함이라는 관습을 벗겨내다. 태초의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느끼며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을 낯섦과 만나는 것은 아니다. 낯섦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데 있어 큰 장애이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사람들은 대신에 종교, 철학, 예술 등을 통해 자아를 찾으려고 한다. 그것들 자체가 자아가 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데 있어 훌륭한 매개체 역할을 해 줄 수는 있다.


나는 낯섦에 대한 두려움에 예술을 선택한 사례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 자아를 찾으려 하고 있지 않다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나는 어떤 사람일까?’란 고민이 생겼다. 요즘 희곡 등장인물에 대한 인물 분석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선 꼼꼼히 분석하면서 문득 그동안 나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히 살면서 나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겠지만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라 그런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아니 나에게 스스로 그런 변명이라도 해야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한동안 우울한 삶을 살았다. 왜 우울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 스스로 실망한 것 같다는 게 요즘 나의 결론이다. 하지만 낯섦과의 대면은 아직이다. 하지만 낯섦의 두려움 때문은 아니다. 다만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를 찾기에 앞서 나에게 있는 쓸모없는 것들을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다. 아직까진 버리기의 끝이 보이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낯선 길을 걷고 있는 나의 모습을 희망하며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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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jpg 그림: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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