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공통주제 <정체성> ㅣ 윤성권
책상 앞에서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모두가 쉽게 접근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프로필ㅣ 윤성권
평소에 꿈을 디테일하게 꾼다. 그것을 각색해서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함.
나란 사람이 공부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고, 혹 공부를 잘하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글을 적어보려 한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유년시절에 받아쓰기를 잘하거나 혹은 구구단을 잘 외우는 것이 공부를 잘하는 것이었던 것 같고, 학창 시절에는 교과서의 내용을 잘 외우거나 이해하여 문제에 대한 정답을 잘 찾는 것이 공부를 잘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대학시절에는 전공과목의 내용을 잘 외우거나 이해하여 시험지에 최대한 많이 옮겨 적는 것이 공부를 잘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대학원에서는 논문을 잘 쓰는 것이 공부를 잘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
공부의 사전적인 의미는 학문이나 기술을 익히는 것을 뜻한다. 무언가를 익힌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받아쓰기를 잘 하거나, 문제의 정답을 잘 찾거나 또는 시험지에 많은 내용을 적거나, 논문을 잘 쓰는 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서 노력해야 한다.
유년시절부터 청년에 이르기까지 공부를 잘하기 위해 무수히 갈고닦으면서 우리는 사물의 중심에도 있어보고 가장자리에도 있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1등도 해보고 꼴등도 해보는, 가끔 지랄도 해보는).
그러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중심과 가장자리 간의 길이를 늘려가는 즉 심력(마음을 다스리는 힘)을 기르는 공부를 하고, 그 심력을 바탕으로 마음속에 자기만의 그릇을 만든다. 하지만 가장자리가 어떤 곳인지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그릇은 작거나 협소할 수밖에 없다.
간혹 시험에서 98점을 맞으면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틀렸니?’라고 먼저 물어보곤 한다. 그 경우에 이런 경우 98점을 맞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기준에 의해 자기를 설명하게 되고, 그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 된다. 98점도 상당히 높은 점수이지만, 틀린 2점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똑같이 누군가 갑자기 너의 정체성은 무엇이니?라고 물어보면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라고 어렴풋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연히 떠오르는 것은 대부분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것을 인식할 수도 있다. 그 자체가 타인의 기준에 의해 나를 설명하는 것이다. 타인의 기준에 의해 나를 바라보면 나는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거나 타인의 기준으로 나를 설명하는 것이 아닌 내 스스로 나를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정체성을 찾는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와 같이 그 본질을 이해하고 익히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고, 동시에 내 중심에도 있어보고 가장자리에도 있어봐야 한다. 그래서 내 그릇의 크기를 발견하고 점점 키워서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나를 바라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