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지금 감정

3월 공통주제 <정체성> ㅣ 김동환

by 한공기
스크린샷 2016-03-30 오후 2.16.52.png 스포츠맨


작가 프로필 ㅣ 김동환

Keyword: 대학친구, 걷기, 여자친구, 떡볶이, 스포츠, 아르바이트, 내 방, 지루함, 다급함, 여행, 미래의 자녀,

두려움, 불안함... 그중에 제일은 두려움이다.





핸드폰의 모닝콜이 6시 45분 정확히 날 깨운다. 정확히 난 일어난다. 엄마가 해준 계란 후라이드 하나와 사과 한쪽, 그리고 우유를 마신다.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본다. 습관적으로 네이버 스포츠의 야구 부분을 본다. "박병호가 홈런 쳤네, 현수는 아직도 무안타네" 속으로 생각한 뒤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


7호선 지하철을 타면서 그냥 핸드폰을 본다. 아침에 봤던 네이버 스포츠 야구를 또 본다. 웬만한 글들은 다 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본다. 그러다가 페이스북을 본다. 의미 없이 스크롤을 내린다. 아르바이트 일하는 곳에 출근을 하였다. 아침에 우유를 먹었는지 이상하게 배가 아프다. 화장실을 가서 일을 본다. 또 여김 없이 핸드폰을 킨다. 네이버 야구를 본다.


어느 순간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핸드폰이 흡수한 세상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려고 하고 있다. 정작 나랑은 소통은 안 하고 남들이 사는 세상만 들여다보려고 하고 있다.


야구를 생각해봤다. 야구는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이다. 나는 스포츠경영학과이다. 나는 배운 것이 스포츠경영이기 때문에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야구 쪽으로 취업을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이 취준생의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습관적으로 야구 뉴스를 끊임없이 보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야구 쥐뿔도 모른다. 현재의 관심사가 그것이니 그것만이라도 없으면 내가 무얼 좋아하고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되는지에 대한 혼란이 올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페이스북도 비슷한 것 같다.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면서 부정적인 것들 문제점들 이런 것이 두려워서 계속 페이스북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시 되뇌었다.


여자친구가 파운틴이라는 글쓰기 단체를 소개해주었다. 야구기자 쪽을 하고 싶으면 책부터 읽으라는 것이다. 여자친구한테는 미안하지만 이건 거짓말인 것 같다. 소개팅 때 나는 대학생 신분으로 여자친구는 직장인 신분으로 만났다. 6개월 지난 뒤 계속 잘 사귀고 있다. 여자친구는 확실한 직업관에 대한 주관들이 뚜렷했다. 가끔씩 그녀의 질문에 나는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들을 대답해야 했다.


"동환아 너는 취업 어디로 갈 거야?"라는 질문들이었다.

" 야구기자 혹은 스포츠에디터야 " 당당한 척 말을 하였다.


스포츠마케팅이라고 말하기만 해도 된 것 같긴 한데 야구기자라니.. 물론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 대답에 스스로가 흔들렸다. 뚜렷한 주관을 가진 그녀에게 뭉뚱그려 이야기하기가 두려웠나 보다.. 뭔가 여자친구에게 믿음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이야기한 것인데 후회가 된다. 나는 거짓말쟁인가 보다. 그래서 파운틴에 들어오게 되었다. 생각 좀 하고 살자. 동환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탐나는 아재 (부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