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알고 싶어요

3월 공통주제 <정체성> ㅣ 김은지

by 한공기
사진.JPG 스토리 중독자
저는 스토리 중독자예요. 어렸을 때는 만화랑 소설에(주로 만화에) 빠져서 살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는 영화에 빠져 살고 있어요. 스스로 이야기에 중독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제가 음악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작가 프로필 ㅣ 김은지

그냥 평범한 대학원생이에요. 회사에 다니다가 학교로 돌아간 거라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은 만학도예요. 처음엔 회사생활이 싫어서 도망치다시피 학교에 들어왔는데 다니다 보니 어느새 좋아져서 계속 학계에 남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국제정치를 전공으로 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꼰대 같은 면이 있어요. 위트 있고 매력 넘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는 내가 궁금하다.


정확히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가끔은 지나치게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에 철저하게 동의하는 만큼 타인과의 관계에서 설정된 나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보통 내가 보여주고 싶은 정도를 조절할 수 있고,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을 쉽게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럴지는 모르겠다.취업준비를 하면서 스터디하는 사람들끼리 처음 만나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서 써놓고 2주 뒤에 열어보기로 한적이 있다.다들 인생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해서인지 체면치레 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판단들을 적어 내놨었다.만난지 15분 정도 후에 적은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솔직히 모두들 섣부르게 판단했고,나중에 보니 정말 첫인상과 다르더라 하는 결론이 내려질 줄 알았다.


그런데 내 결과만을 두고 보자면 그들이 내 첫인상으로 적어놓은 것은 정확하게 내가 숨기고 싶은 내 모습이었고,오히려 시간이 지난 뒤에 그들은 나에게 더 속아 넘어간 것 같았다.다른 사람들도 대부분은 자신의 첫인상에 대한 평가가 자신의 내면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 같다는데 동의했다.몇몇 나는 그렇지 않다고 부정한 사람들도,유심히 관찰해보니 본인만 모를 뿐이지 첫인상에서 드러난 그대로인 경우가 많았다.


첫인상 뿐인 것은 아니다.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한 사람들에게도 정체를 들키기는 쉽다.나의 습관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짓말할 때의 내가 어떤지 귀신같이 알아챈다.나의 바닥까지 보여준 사람은 나를 무서워한다.시큰둥한 관계로 그럭저럭 지내온 사람은 오히려 내가 신나할 때를 기가막히게 캐치해낸다.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소원하면 소원한대로 나는 나의 속내를 매일 들키며 살아가는데 정말이지 궁금하다.그들이 보는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진짜 다른 사람 눈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싶으면 두 가지 산을 넘어야 한다.첫째는 내 스스로가 진실할 수 있어야 한다.누가됐든 대상을 정했다면 그 사람에게 있는 그 자체로 나를 표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솔직해 진다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다.둘째로 나를 평가해 줄 사람이 진실해야 한다.나에게 나를 숨기고 싶은 이유가 있듯이 그 사람에게도 솔직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그래도 두번째 산은 첫번째보다는 넘기가 수월하다.당신의 솔직한 평가에도 나는 상처받지 않을 정도로 당신을 믿고 있으며,나의 평가가 어떻든 우리의 관계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이 있으면 가능해진다.진짜로 어려운 것은 첫번째 인데 이것도 자신이 최대한 솔직해짐으로써 타인이 보는 나를 알고 싶다면 어느 정도는 이뤄낼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준비되면 나는 나를 알고 싶다.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와 진짜 보여지는 내 모습은 얼마나 다른지. 하지만, 준비가 되기 전엔 참아야 한다.가끔 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상처를 받는지 모르고 무심한 말들을 내뱉는다.그리고 그렇게 하는 누군가에 의해 나 또한 상처를 받는다.준비가 중요하다. 관계를 단단히 하고,스스로에게라도 솔직하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내가 정말 궁금해하는걸 알 수 있게 될 것 같다.

그전엔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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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내가 보는 내 모습은 흐릿하니,물기가 닦인 거울 속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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