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순간에 해야할 일
실패의 순간에는 무엇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
고통의 순간에 고통의 문제에만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 때는 고통의 슬픔을 충분히 느끼며 표현하고, 다음 날부터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행정고시 면접에서 떨어지던 날. 나는 너무 분하고 슬퍼서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1년 동안 다시 공부할 생각을 하자니 앞이 깜깜했다. ‘합격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과 ‘과연 나는 다시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밤새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자 해는 어김없이 떠올랐다. 나를 제외한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나는 바로 씻고 학교로 향했다. 많은 동료, 선·후배들이 차마 격려의 말을 건네주지 못하던 그 때 나는 책상에 앉아 그냥 다시 공부했다.
아무 생각없이 책을 보다보니 다시 마음이 평안해졌고, 나의 부족함도 보였다. 1년 더 공부하면 훨씬 더 좋은 답안을 쓸 수 있을 거란 긍정적인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어젯밤엔 ‘1년을 어떻게 더 공부하나’하는 생각으로 죽고 싶었는데 말이다.
안타깝게도 면접에서 떨어진 친구들 중 슬픔의 문제에 집착하던 몇몇 친구들은 이후에도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 하지만 면접에서 떨어지고도 이튿날 다시 본인이 해야할 일을 묵묵히 하던 친구들은 모두가 이듬해 더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184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캘리포니아로 몰려갔다.
골드러시(gold rush) 때 일확천금을 꿈꾸며 캘리포니아에 몰려든 사람들은 ‘포티나이너(Forty-niner)’라는 고유명사까지 얻게 됐는데, 직역하면 ‘49년에 온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당시 캘리포니아 인구는 1만 5천명에 불과했는데 1849년 한 해에만 수십만 명 혹은 그 이상이 서부로 미친 듯이 내달렸다. 우리에게 ‘클레멘타인’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미국 서부의 민요는 원래 가사가 바닷가 오두막 이야기가 아니라 광부와 그의 딸 이야기다.
강준만의 《교양 영어 사전》에 따르면 차량이나 비행기 등을 납치하거나 약탈하다는 뜻의 영단어 hijack도 이 시기에 만들어진 말이다. hijack은 항구의 매춘부들이 선원들을 유혹하기 위해 “Hi. Jack!”이라고 불러 수작을 건 뒤 뒤통수를 때려 소지품을 강탈하던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독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리바이 스트라우스도 포티나이너 중 하나였다. 그는 금을 캐기보다는 광부들을 상대로 천막 천을 파는 포목 도매상을 열었다. 하지만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파산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실패의 순간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건 광부들이 헤진 옷을 깁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질긴 천막 천으로 옷을 만들어 보았다. 세계 최초의 청바지가 탄생한 순간이다.
청바지는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렸다.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광부들을 관찰하며 만들었던 리바이의 청바지에는 리바이 스트라우스 상사(Levi Strauss & Co.)가 아로 새겨져 있다. 청바지의 대명사 리바이스(Levi’s)는 실패에서 비롯됐다.
“해야 할 일을 해.(Do the next right thing.)”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에서 안나가 한 말이다. 언니 엘사와 눈사람 올라프가 모두 자기를 떠난 상황에서 안나는 좌절하며 슬픔에 잠겨 운다. 하지만 아렌델 백성들을 생각하며 이내 일어선다. 이렇게 노래하면서.
“You are lost, hope is gone. But you must go on. And do the next right thing.”
길도 잃고 희망도 사라졌지만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슬픔에 지지 않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하나 해내는 것. 그것이 당장의 실패를 극복하게 해 주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