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2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ong Dec 31. 2019

뉴스 시청자가 쓰는 편지

앞으로의 뉴스데스크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뉴스데스크를 즐겨보는 시청자입니다. 올해도 벌써 끝나가네요. 먼저 솔직하게 밝혀두죠. 제가 뉴스데스크‘만’ 보는 건 아니라는 걸 말이에요. 지상파부터 종편 등 여러 뉴스를 보면서 자연스레 뉴스를 보는 기준이란 게 생겼어요. 어떤 뉴스를 볼 때 좋았는지, 반대로 아쉬운 뉴스는 무엇인지 판별할 수 있게 됐죠. 그래서 뉴스데스크가 이것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청자 의견을 남겨보려 해요.      


올해의 뉴스데스크를 살펴보면요, 눈에 띄는 보도들이 여럿 나왔죠. 최근 뉴스데스크에서도 나왔듯 올해의 방송기자상을 안겨준 ‘버닝썬 보도’가 대표적이에요.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의 포문을 연 보도로 뉴스데스크의 자랑할 만한 성과죠. 버닝썬 게이트를 통해 대두된 약물 성범죄 이슈에 대해선 기획 보도를 이어가며 새로운 의제를 살리기도 했어요. 이뿐만 아니라 지난 3월 뉴스데스크가 뉴스 시간을 늘린 와이드화 이후 나온 여러 기획 보도들이 눈길을 끌었어요. 3월 ‘학교 엉터리 석면 지도’ 기획, 6월 ‘하루 밤새 사라진 수술실 CCTV 법안’ 연속보도, 7월 ‘지자체장들의 1급 관사’ 탐사보도, 9월 ‘어린이 통학버스’ 관련 연속보도, 10월 ‘고교생 논문 저자’ 탐사보도 등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만 해도 적지 않아요.      

이런 기획 보도들은 MBC가 직접 이슈를 발굴하고 우리 사회가 알아야 할 문제를 공유했다는 의미가 있죠. 하루에만 수천, 수만 개의 뉴스가 쏟아지는 현실에서 MBC의 차별화 포인트는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다른 언론에선 볼 수 없는 뉴스이고, 뉴스데스크를 봐야만 알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말이죠. 앞으로도 계속해서 뉴스데스크만의 시각으로 기획 보도를 이어갔으면 해요.      


앞서 뉴스를 보는 기준이 생겼다고 말했어요. 그 기준은 명확해요. 사안마다 꼼꼼한 취재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건 기본이죠. 여기에 더해 당부하고 싶은 건 무엇을 기준으로 뉴스를 전할지 늘 살폈으면 한다는 거예요. 언론의 제1 역할을 흔히 권력 감시와 견제라고 하죠. 자본과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는 누구보다 엄격한 잣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벌, 정부, 국회 등 이들이 권력을 남용하거나 오용했을 때 피해를 보는 건 권력을 갖지 못한 무수한 시민이니까요. 지난 세월호 참사 이후 벌어진 보도 참사부터 국정농단, 사법 농단 등 우리는 이미 언론의 감시와 견제가 미진했을 때의 결과를 알고 있어요. 그러니 겁먹지 말고 한 발 더 깊이 숨겨진 진실은 없는지 치열하게 파고들면 좋겠어요.     

다음으론 사회 주체마다 다르게 가진 발언권을 존중했으면 해요. 앞선 맥락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긴 하지만요, 이건 좀 더 세심하게 살펴줘야 해요. 가령, 지난달 시각 장애를 가진 임신부가 산모 교실에 참가하려다 거부당한 사연을 전한 <당신이 뉴스입니다> 보도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왜 이 보도가 나왔을까를 고민해보면 말이죠. 우리 사회에서 시각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받았다는 게 중요한 팩트이고, 이를 보도하는 건 상대적으로 발언권이 약한 ‘차별받은’ 이의 발언권을 살려준다는 의미가 있어요. 

지난 9월엔 국가보훈처에 소속된 사회복지사들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어요. 지역 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보다 업무는 과중한데 처우가 열악한 현실을 보도했죠. 이건 같은 사회복지사 안에서도 목소리가 약한 이들을 배려하는 보도였어요. ‘무엇’을 보도하고, ‘어떻게’ 보도할지에 대해 이처럼 사회적 맥락을 따져보고,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를 잘 듣기 어려운 이들 편에서 뉴스를 전했으면 해요.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뉴스가 할 수 있는 일이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뉴스데스크가 이런 당부사항을 지켜준다면 이는 앞으로도 뉴스데스크를 볼 이유가 될 거예요. 물론 이 같은 시각과 관점을 살리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이 더 들 수밖에 없죠. 사안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하고, 사안과 관련된 주체들의 입장을 일일이 따져봐야 하니까요. 하지만 힘들다고 포기해선 안 되는 것들이죠. 그저 그런 뉴스를 만드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해요. 힘이 들어도 이런 과정을 거쳐야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뉴스가 나오는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리고 이 믿음을 MBC가 유지해줬으면 하는 기대도 있고요. 저는 앞으로도 뉴스데스크, 그리고 다른 뉴스를 열심히 지켜보려 해요. 좋은 뉴스엔 칭찬을 아끼지 않겠지만, 손쉽게 만들어진 질 낮은 뉴스라면 혹평도 서슴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주의를 기울여 지켜보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길 바라요. 앞으로도 뉴스데스크가 계속해서 분발해주길 기대하며 이만 줄일게요.            

매거진의 이전글 M씽크와 함께한 일 년, 내 2019년 돌려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