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근하는 엄마

by 여운

복직 날짜가 정해지고 나서 마음이 조금 이상해졌다. 기다리던 일인데도 막상 날짜가 정해지니 마음 한쪽이 조용히 일렁였다. 오랜만에 다시 출근한다는 긴장도 있고,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한동안 멀어져 있던 회사의 공기, 출근 시간의 분주함, 업무 메일이 쌓여 있을 화면까지.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질 것 같다. 마치 오래 떠나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다.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있다. 육아휴직 동안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막상 돌아보면 그 시간을 완벽하게 보내지 못한 것 같아서다. 아이 옆에 있으면서도 휴대폰을 보거나, 집안일에 마음이 쏠려 있거나, 피곤하다는 이유로 대충 넘긴 날들도 있었다. 엄마가 곁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더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현실은 생각보다 평범하고 바쁜 하루들이었다. 그래서 이제 다시 출근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그 평범한 하루들이 괜히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휴직 기간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뿐 아니라 집을 운영하는 일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다. 집은 그냥 돌아가는 공간이 아니라 작은 회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계획을 세우고, 누군가는 실행을 하고, 누군가는 흐름을 관리해야 한다. 그 역할을 내가 하고 있다는 것도 조금은 인정하게 됐다.

그래서 나는 집에 작은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건의 자리를 정하고, 아침이면 집이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아가도록 구조를 바꾸었다. 청소가 번거로운 집이 아니라 쉽게 정리되는 집을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도 조금씩 혼자 움직일 수 있도록 하교 후 학원에 가는 동선을 미리 정해 두고 익숙해지도록 연습시켰다. 부지런해서 만든 방법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집안일을 조금이라도 덜 하고 싶어서, 매일의 일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 둔 작은 장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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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내는 방법보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방식을 고민해왔습니다. 삶의 부담을 줄이는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풀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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