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 되면 냉장고를 한 번 연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습관처럼 열어보는 건데, 그날그날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애매하게 남은 채소, 반쯤 먹고 남은 반찬,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소스들. 그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정리가 안 된 건 냉장고인데, 정리가 안 된 건 내 생활 같기도 해서다. 그래서 목요일에는 한 번 비운다.
요즘은 ‘집밥보다 외식이 더 편한 시대’라고들 말한다. 배달 앱을 켜면 선택지는 넘치고, 클릭 몇 번이면 식사가 해결된다. 실제로 주말이 되면 나도 모르게 배달 앱을 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 시작은 금요일이 아니라 목요일이다. 냉장고 안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뭘 해 먹을지 떠올리기 어렵고, 결국 “그냥 시켜 먹자”로 흐르게 된다. 반대로 목요일에 냉장고를 한 번 비워두면 달라진다. 뭐가 있는지 보이고, 뭘 해 먹을 수 있을지 떠오른다. 선택은 훨씬 단순해진다.
나는 목요일을 ‘냉장고를 정리하는 날’로 정해두었다. 애매하게 남은 재료들은 비빔밥이나 볶음밥으로 한 번에 정리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냉장고 안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다음에는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소스류를 정리하고, 냉동실도 한 번 훑어본다. 팬트리까지 가볍게 정리하면 집 안의 식재료 지도가 머릿속에 다시 그려진다.
이 상태에서 식단을 짜면 훨씬 현실적이다. 없는 걸 기준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있는 걸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중복 구매도 줄어든다. “이미 있는 걸 또 사는 실수”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는 걸, 냉장고를 비워본 사람은 안다. 그래서 장보기 전 정리는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 된다.
목요일에 정리를 하고 장을 보면 또 하나 달라지는 점이 있다. 주말에 집밥을 해 먹을 확률이 높아진다. 냉장고가 정돈되어 있고 재료가 준비되어 있으면, 요리는 선택지가 된다. 반대로 냉장고가 어지러우면 요리는 부담이 된다. 결국 우리는 더 쉬운 쪽을 선택한다. 그래서 집밥은 의지가 아니라 환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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