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승진시켰다

하우스 디렉터로 산다는 것

by 여운

아침 7시, 알람보다 먼저 눈을 떴다. 아이는 이미 깨어 있었다. 나는 반쯤 감긴 눈으로 아침을 데우고, 식탁을 정리하고, 세탁물을 정리했다. 가족들은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나는 목적 없이 바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회사에 다닐 때는 명확했다. 출근하면 할 일이 있었고, 퇴근하면 끝이 있었다. 지금은 하루가 시작되면 끝이 없다.


처음에는 나를 ‘비서’라고 정의했다. 가족을 위한 일정 관리, 집안일 처리, 필요한 물건 준비. 생각해 보면 꽤 합리적인 정의였다. 역할도 분명했고, 해야 할 일도 명확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우울한 들었다. 아무리 일을 해도 성취감이 쌓이지 않았다. 누가 평가해 주지도 않았다. 월급도, 승진도 없었다. 오직 가족의 “고마워”라는 말에 기분이 좌우됐다. 그날따라 반응이 없으면 괜히 서운했다.


요즘 사회는 모든 것을 숫자로 환산한다. 성과, 연봉, 효율. 직장에서는 숫자가 곧 나의 가치다. 그런데 집안일은 숫자로 남지 않는다. 밥을 몇 번 했는지, 아이를 몇 번 안았는지 기록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쉽게 잊힌다. 하지만 집안일이 멈추면 삶 자체가 흔들린다. 그럼에도 이 노동은 ‘일’로 인정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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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내는 방법보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방식을 고민해왔습니다. 삶의 부담을 줄이는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풀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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