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이었다. 커피를 한 잔 내려 소파에 앉았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세탁기의 먼지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이거 마지막으로 언제 닦았지.’ 생각이 스치는 순간, 이미 휴식은 끝났다.
세탁기를 들여다보니 건조기 필터도 떠올랐다. 주방으로 가니 전자레인지 안쪽 얼룩이 보였다. 평소에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던 것들이다. 그런데 꼭 쉬려고 하면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치 “나 아직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결국 커피는 식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획에 없던 부지런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시작은 늘 간단하다. 세탁조를 한 번 돌리고, 건조기 필터를 비우고, 식기세척기 거름망을 씻는다. 여기서 멈추면 좋다. 정말 여기서 멈춰야 한다. 그런데 사람은 이상하게 멈추지 못한다. 창틀이 눈에 들어오고, 배수구가 떠오르고, 냉장고 문을 열게 된다. 그리고 거의 항상 같은 생각을 한다. ‘괜히 열었네.’
그래도 끝나고 나면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제야 집이 깨끗해진 기분이다. 공기가 가벼워진 느낌도 든다. 이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먼지와 세균이 줄어들면 실제로 컨디션이 나아진다. 인간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깨끗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청소를 하고 나면 이유 없이 뿌듯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혼자 만족한다.
문제는 이 일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제 닦은 것 같은데 또 더러워진다. 세탁기는 다시 돌아가고, 먼지는 다시 쌓인다. 집안일은 완료라는 상태가 없다. 그래서 더 하기 싫어진다.
요즘 사회는 효율을 강조한다. 짧은 시간에 큰 결과를 내라고 말한다. 성과는 숫자로 보여야 한다. 그런데 집안일은 그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오래 해도, 잘해도, 열심히 해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 아무도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그래서 더 쉽게 미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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