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초보 엄마, 아이와 둘이 유럽을 건너다. #1

1장. 아이와의 여행이 왜 이렇게 겁이 났을까

by 여운

여행을 망설이게 만든 현실적인 두려움


아이와의 여행이 두려운 이유는 분명했다.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보다, 그 문제를 내가 해결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혼자라면 길을 잘못 들어도 경험이 된다. 기차를 놓쳐도 웃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모든 상황 앞에 질문이 하나 더 붙는다. 이걸, 내가 해결할 수 있을까. 해외에서 아이가 아프면?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계획이 어긋났을 때,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아이와의 여행에는 늘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따라온다. 낯선 도시, 다른 언어, 예측할 수 없는 이동과 변수들. 문제는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순간에 흔들리지 않고 판단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신이었다. 내가 불편한 건 참을 수 있어도, 아이가 불안해질 가능성 앞에서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아이와의 여행은 설렘보다 먼저, 책임이 떠올랐다.




경험 없는 엄마의 솔직한 불안


나는 여행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다. 예상 밖의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성격도 아니다. 그래서 자꾸 조건을 붙였다. 조금 더 준비되면. 아이가 좀 더 크면.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졌다. 그 문장들은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을 미루는 방식이었다. 아이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고, 나는 늘 다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두려움의 정체는 여행이 아니었다. 완벽하지 않은 엄마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 두려웠다. 실수하는 모습, 망설이는 모습, 판단을 바꾸는 장면들. 아이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도 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와의 여행은 필연적으로 그런 순간을 만든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떠나게 된 이유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답이 없었다. 대신 질문을 바꿨다. “안 갔을 때, 나는 어떤 마음이 남을까?” 아이와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기는 생각보다 짧다. 아이의 하루는 빠르게 변하고, 엄마의 삶은 점점 더 바빠진다. 지금이 아니면, 결국 안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출발을 선택했다. 확신이 생겨서가 아니라, 불안한 상태 그대로라도 한 번은 가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내게 필요했던 건 용기가 아니었다. 모든 상황을 잘해내는 능력도 아니었다. 흔들리는 순간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준이었다. 이 책은 그런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여행을 잘하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끝까지 가기 위해 필요한 기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