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의 안식처
집은 말하지 않았다.
대신 늘 같은 자리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아이보다 먼저 그 자리에 있었고,
아이가 울 때도, 웃을 때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히 그 곁을 지켰다.
아이가 처음 넘어졌을 때,
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바닥의 차가움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창으로 들어오던 빛을 천천히 낮추고,
소리를 부드럽게 만들고,
아이의 숨이 고를 때까지 그대로 머물러 주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방문을 닫고
침대 위에 웅크리고 누운 날,
집은 그 방을 조금 더 조용하게 만들었다.
시계 소리는 멀어지고,
바깥의 소음은 문턱에서 멈추고,
공기는 아이의 호흡에 맞춰 천천히 움직였다.
집은 알고 있었다.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것을.
시간이 흐르며 아이는 자랐다.
몸이 커지고, 생각이 많아지고,
세상에서 받아오는 감정들이 무거워질수록
집은 더 단순해졌다.
불필요한 것들을 조용히 밀어내고,
빛과 공기와 그림자만 남겼다.
아이의 마음이 쉬어갈 수 있도록
방해되는 것들을 하나씩 비워냈다.
아이는 알지 못했지만,
힘들 때마다 괜히 방을 정리하고,
창문을 열고,
불을 낮추고,
바닥에 가만히 앉아 숨을 고르는 이유는
집이 오래전부터 그렇게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이 먼저 그 방식을 기억하고 있었고,
아이는 그 기억을 몸으로 배웠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는 집을 떠날 나이가 되었다.
짐을 싸고,
문을 닫고,
낯선 세상으로 걸어 나가는 날,
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날따라 햇빛이 유난히 길게 방 안에 머물렀고,
바람이 문턱까지 따라와 커튼을 살짝 흔들었다.
집은 알고 있었다.
아이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조용히 남겨두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을.
아이는 떠났지만,
그 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아이가 지쳐 돌아올 날을 대비해
늘 같은 온도로,
늘 같은 빛으로,
늘 같은 침묵으로.
집은 그렇게
아이의 첫 안식처였고,
세상이 거칠어질수록
다시 숨을 고르러 돌아올
마음의 자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