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줄 몰랐던 것들이 지갑을 털어간다
한 번은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문득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오늘은 출근 전에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셔야겠다.” 그렇게 가방을 메고 나섰는데, 현관문을 나서다 말고 주방 선반 위에 놓인 커피 원두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주에 ‘홈카페’를 해보겠다고 의욕 넘치게 산 원두였다. 게다가 드립포트며 여과지도 다 갖춰져 있었다. 순간 멈칫했다. 왜 있는 커피를 두고 또 돈을 써야 하지? 바로 그 순간, ‘정리’의 중요성을 몸으로 느꼈다. 정리를 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면 또 사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요즘 사람들의 소비패턴의 본질 아닐까. 정리만 잘해도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는데 말이다.
요즘은 어떤가. 세일, 적립, 쿠폰, 사은품, 한정 수량… 이런 단어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지금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시간으로 알림이 오고, 누군가는 “이거 벌써 품절임”이라고 자랑한다. 온라인은 한 손가락만 까딱하면 끝이다. 결제 버튼을 누르면서 한 번도 ‘이걸 정말 필요한가?’를 곰곰이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집 냉장고 안에 두부가 있었는지, 쌀이 떨어졌는지 기억나지 않으면 그냥 장을 본다. 안 쓰더라도 ‘어차피 먹을 거니까’라는 핑계로. 하지만 막상 쟁여둔 재료는 유통기한이 지나고, 어딘가에 처박힌 채로 잊힌다. 이렇게 모호한 소유는 막연한 소비로 이어진다. 소비의 주체인 우리가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더 소비하게 되는 아이러니. 이것이 바로 정리되지 않은 삶이 만드는 지출의 늪이다.
몇 해 전, 유명 브랜드에서 한정판 티셔츠를 출시했다.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서 겨우겨우 한 장을 샀다. 집에 와서 뿌듯한 마음으로 옷장을 열었는데, 어라? 비슷한 티셔츠가 세 벌이나 있었다. ‘내가 이걸 왜 샀지?’ 갑자기 허탈함이 밀려왔다. 희소성에 끌려 소비했지만, 내게 진짜 필요한 건 아니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