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다고 믿어온 것들의 정체
얼마 전,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글을 하나 읽다가 화면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섰다. 냉장고도 없고, 세탁기도 없고, 청소기도 없는 집이 소개돼 있었다. 더 놀라운 건 그 집에 아이가 둘이나 있는 네 식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세탁기 없는 삶이라니.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너무 극단적인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작가의 글은 평온하고 만족감이 느껴졌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부터 세탁기가 없으면 살 수 없다고 믿게 되었을까?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한다고 말해왔던 내 삶이, 갑자기 어딘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불과 50년 전만 거슬러 올라가도 대부분의 가정에는 세탁기도, 냉장고도, 전기밥솥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 시절을 ‘불편한 시대’라고 기억하지만, 그들은 그 삶을 ‘불가능한 삶’으로 여기지 않았다.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살았고, 계절에 맞게 먹었고, 손으로 빨래를 했다. 물론 기술의 발전은 분명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편리함이 어느 순간부터 필수가 되어버렸다는 데 있다. 이제 우리는 세탁기가 없으면 불행해질 것 같고, 냉장고가 없으면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 믿음은 어디서 온 것일까? 자연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보면, 당연히 있어야 할 전자제품은 하나도 없다. 당연함은 자연에서 온 게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약속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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