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라는 이름의 시간
예전에 회사에 다닐 때였다.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식당에서 급히 밥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유리창이 큰 카페 안이 눈에 들어왔다. 창가 자리, 먹음직스러운 브런치 접시, 그리고 여유롭게 웃고 있는 엄마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마음 한쪽이 묘하게 뒤틀렸다. ‘나는 이렇게 정신없이 일하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사실은 부러움이었을 텐데, 그 감정은 금세 “저건 사치 아닐까?”라는 말로 바뀌었다. 그때의 나는 평일 오전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을 ‘여유로운 사람’ 혹은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단순하게 나누고 있었다.
요즘도 온라인에서는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육아맘의 브런치 사진 아래에는 꼭 날 선 댓글이 달린다. 돈을 버는 사람과 쓰는 사람을 나누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가볍게 여기는 시선. 우리 사회는 여전히 급여가 찍히는 노동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데 익숙하다. 그 틀 안에서 평일 오전의 커피는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누군가의 여유처럼 보인다. 나 역시 한때는 그 틀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사람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휴직을 하면서, 그 장면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침은 생각보다 길고 치열하다. 등교 준비, 유치원 가방 챙기기, 잔소리와 달래기.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오전 9시 30분이 넘는다. 그제야 겨우 숨을 고를 수 있다. 그때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사치라기보다 잠깐의 숨 돌리기에 가깝다. 브런치는 우아한 이벤트라기보다, 폭풍이 지나간 뒤에야 비로소 앉아 먹는 첫 끼인 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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