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스케줄 매니저 은퇴기

잠깐 제이미맘 해봤습니다

by 여운

휴직을 하고 나서 유튜브를 보다 보면 유독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었다. 개그우먼 이수지 씨가 연기한 ‘제이미맘’. 아이의 교육을 위해 하루 종일 학원을 오가며 라이딩을 하고, 차 안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학원 강사와 통화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모습이 나왔다. 처음에는 웃겼다. 그런데 웃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아이 학원차가 집 앞까지 오는데도 굳이 내가 차를 끌고 데려다주곤 했다. 학원차가 행선지를 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였다. 차 안에서 오늘 학교는 어땠는지 물어보고, 간식을 먹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괜히 뿌듯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는데 스스로 바쁘게 움직였다. 마치 내가 아이의 하루를 운영하는 매니저라도 된 것처럼.


사실 그 열정이 순전히 교육 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이의 성적을 올리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시간을 조율하고 챙기는 일이 재미있었다. 학원 시간표를 맞추고, 이동 시간을 계산하고, 아이 컨디션을 살피며 하루를 굴리는 과정이 작은 프로젝트처럼 느껴졌다. 회사에 다닐 때는 절대 해볼 수 없는 종류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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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내는 방법보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방식을 고민해왔습니다. 삶의 부담을 줄이는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풀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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