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은 멈추지 않는다

흐름을 거스르는 습관

by 여운

얼마 전 새 가방을 산 뒤, 옷과 신발까지 바꾸고 싶어 졌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소비는 늘 혼자 오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행동은 단독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하나의 선택은 다음 선택의 신호가 된다. 디드로가 빨간 가운 하나로 집안 전체를 바꾸기 시작했던 것처럼, 우리의 소비도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대부분 그 방향이 ‘더 쓰는 쪽’이라는 데 있다.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는 하나를 사면 그에 어울리는 다른 물건들을 계속 사게 되는 '끝없는 소비의 굴레를 말한다. 새 물건은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은 주변을 끌어올리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 ‘맞추기 소비’를 한다. 요즘 소비 문화는 이 심리를 더 자극한다. 스마트폰을 바꾸면 같은 브랜드의 시계와 이어폰이 자연스럽게 추천된다. 예쁜 조명을 사면 거실 전체 톤을 맞추고 싶어진다. 캠핑 장비 하나를 들이면 감성 소품이 줄줄이 따라온다. 통일감은 안정감을 준다. 인간은 어지러운 것보다 정돈된 구성을 선호한다. 그래서 ‘하나만’이라는 다짐은 쉽게 무너진다. 우리는 물건을 사는 동시에 새로운 기준을 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방향을 바꿔보면 어떨까. 다음 소비를 부르는 행동 대신, 다음 절약을 부르는 행동을 시작하는 것. 소비도 습관이라면, 절약도 습관이 될 수 있다. 연쇄를 끊기 어렵다면, 연쇄의 방향을 바꾸면 된다.

습관 연구에서는 행동은 ‘신호–행동–보상’의 구조로 반복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무심코 마트에 가고, 무심코 결제 버튼을 누른다. 이 사이에 작은 신호 하나만 끼워 넣어도 결과는 달라진다. 장 보러 나가기 전, 냉장고를 열어 재고를 확인하는 3분. 이미 있는 재료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장바구니는 가벼워진다. 인터넷 쇼핑 후 바로 결제하지 않고 장바구니에 넣어둔 채 하루를 보내는 것. 다음 날이 되면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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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해내는 방법보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중심을 잃지 않는 방식을 고민해왔습니다. 삶의 부담을 줄이는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풀어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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