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도 복지가 필요하다
결혼 초, 나는 자주 억울했다. 집안일을 나만 하는 것 같았다. 남편은 “말만 하면 도와줄게”라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말할 만한 일은 없었다. 쓰레기통은 이미 비워져 있었고, 설거지는 내가 해버렸고, 아이 옷은 빨래통에 들어가 있었다.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일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냉장고 속 재고를 확인하고, 아이 어린이집 준비물을 챙기고, 다음 주 일정을 머릿속에 정리하고, 떨어질 생필품을 미리 주문하는 일들. 그때는 ‘기획노동’이라는 단어도 몰랐다. 왜 이렇게 심적으로 지치는지 설명할 언어가 없었다.
휴직을 하면서 생각을 바꿨다. 우리 집을 ‘직장’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이 집의 직원이고, 아이를 돌보고 가사를 책임지는 것이 나의 업무라고 정리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정돈되는 기분이 들었다. 직장이라면 맡은 역할이 있고, 하루의 루틴이 있고, 해야 할 일이 명확하다. 감정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바라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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