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비빔밥이 또 유행이랍니다

두쫀쿠에서 버터떡까지, 유행은 바쁘다

by 여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쫀쿠가 유행이었다. SNS를 켜면 여기저기에서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봄동비빔밥이 유행이란다. 원래 봄동을 좋아해서 이 계절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편인데, 이상하게 올해는 마트에서 봄동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유행이 되면 순식간에 물건이 사라진다. 지금은 또 버터떡이 유행이라고 한다.

나는 유행에 민감한 성격은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관한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해서 두쫀쿠를 사본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맛있었다. 그걸 먹으며 생각했다. 유행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구나. 다만 문제는 유행이 ‘필요’보다 먼저 오는 순간인 것 같다.

몇 해 전에는 러닝이 유행이었다. 러닝화가 품절되고, 러닝크루가 생기고, 새벽에 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나도 잠깐 고민했다. 러닝화를 사볼까 하고. 그런데 곧 생각을 접었다. 나는 뛰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몸을 움직이는 요가를 선택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비운 물건들도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한때 유행했던 물건들. 공구로 샀던 살림템, 광고를 보고 혹해서 샀던 제품들. 남들이 좋다고 해서 샀지만 정작 내 생활에서는 쓰이지 않던 물건들. 내 기준 없이 따라 산 물건은 거의 실패였다.

친구와 쇼핑을 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친구가 “너무 잘 어울린다”며 추천해 준 옷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는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집에 와서 몇 번 입어보니 손이 가지 않았다. 결국 옷장 깊숙이 들어갔다가 정리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옷이 되었다.

유행을 따라 산 물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구입할 때는 이유가 많지만,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나에게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보면 유행 소비는 꽤 비싼 선택이다. 유행은 빠르게 바뀌고, 소비는 그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물건을 사는 순간이 아니라, 그 물건이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비용은 훨씬 커진다. 공간을 차지하고, 관리가 필요하고, 결국 버릴 때도 비용이 든다.

그래서 요즘 나는 유행을 소비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나에게 맞는 물건을 찾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오래 써도 질리지 않는 브랜드, 실제 생활에서 자주 쓰는 물건들.

유행을 따라가면 계속 사게 되지만, 기준을 세우면 소비는 줄어든다. 절약은 무조건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소비만 남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돈을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따로 있는지도 모른다.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것. 남들이 무엇을 사는지보다, 내가 무엇을 오래 쓸 사람인지 먼저 생각하는 것. 그 기준이 생기면 소비는 훨씬 단순해진다. 그리고 지갑도, 집도 조금 더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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