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이기적인 사람이 제대로 사랑받는 모순

나를 사랑하는 것이 모든 인간관계의 Key!

by 초록



어려서부터 호불호가 강하고, 확고한 취향을 가졌던 나는 엄마가 양쪽으로 묶어주신 머리 모양의 위치가 비대칭을 이루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묶어달라고 졸랐다. 남편의 출근길, 남매의 등굣길과 시어머니를 모시는 대가족의 아침식사까지 챙겨야 하는 가장 바쁜 시간에 까다로운 맏딸이 이렇게 A/S를 요구하면 한 번쯤은 그냥 넘어가주는 순딩 순딩한 다른 집 딸내미와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올라왔을 우리 엄마.



"엄마가 지금 아침 식사 준비로 바쁘니까 오늘만 그냥 다녀와. 내일 더 예쁘게 묶어줄게."

"싫어. 지금 다시 묶어줘."

"엄마가 지금 이렇게 바쁘대도"

"이렇게 학교 못 가"

"위치가 살짝 다른 건 괜찮아"

"..."


양갈래 머리의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인데 대화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없게 된 나는 본능적으로 묶인 머리 한 가닥을 정수리 쪽으로 삐죽 들어 올리고 가스레인지 앞에서 분주한 엄마의 등을 말없이 톡톡 두드리곤 했다.


"아무리 내 딸이라지만, 너무 이기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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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이 되던 해 엄마에게 들었던 인생 최초의 충격적인 말이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고, 나도 이번 생이 처음이라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무한 사랑과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엄마에게 들었던 슬픈 말이랄까.


불 같은 성격의 호랑이 시어머니에 세상 까탈스러운 맏딸까지 이 글을 쓰며 되돌아보니 정말 엄마의 삶은 고단한 살얼음 위를 걷는 것이 아니었을까?



결국 원하는 것은 모두 이루어야 직성이 풀리던 나는 그렇게 나의 취향을 하나씩 알아갔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옷을 좋아하고, 또 어떤 친구와 함께 어울릴 때 즐거운지를 알아가는 과정은 내가 나를 알아가는 흥미로운 수수께끼와도 같았다. 내 감정과 욕구에 솔직할 수 있는 용기, 사실 그 당시에는 '용기'가 필요한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20대, 30대를 지나오면서 그 용기의 힘이 간절해질 때면 자주 꺼내보는 보물 상자가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적당히 이기적인 나는 어려서부터 학교에서 단골 반장을 할 정도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늘 분주했다. 하루는 어떤 남자아이가 말로 시비를 걸어왔는데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던 나는 조목조목 논리 정연하게 반박을 해주었고 그 친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문구사에서 파는 반지를 사 오더니 사랑 고백을 수줍게 건넸다. 12세, 13세 동심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은 20대와 30대로도 이어지곤 했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말다툼을 하고 나서 꼭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나는 문장들이 분했던 적이 종종 있는데 '아, 그때 이렇게 말할걸'이라는 아쉬움과 후회를 남기지 않는 방법을 골똘히 연구하게 되었고, 자기 계발을 향한 열정으로 이어졌다. 대학 시절, 1인 3권 대여 제한이었던 중앙도서관에 두 명의 친구를 더 데려가서는 총 9권의 자기계발서를 빌려다가 주말 동안 읽고 또 읽곤 했다. 그렇게 다독을 하면서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을 선별하여 용돈으로 서점에서 사들고 한껏 흥이나 어깨춤을 추며 돌아오던 수많은 순간들, 그 시간 덕분에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와 설득, 대화에 대한 스킬을 한껏 표출하며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내게 없다고 여겨지거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스킬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기쁨이란!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는 뻔한 말이 체감되는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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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들을 통해 도달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세상과 타인이 나를 함부로 대하도록 두지 않겠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소중히 귀하게 대하겠다.

나와의 거리 0m를 유지하겠다.



이는 비로소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존중하는 태도의 근간이 되어주었고,

다소 까다롭지만 만만하지 않고 당당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이미지를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니거니와, 이미지가 중요하다기보다는 내가 나의 양육자이자 보호자,

24시간, 365일, 나아가 평생을 가장 오래도록 온전히 함께하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나를 아끼는 마음 근육을 단련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아니, 경각심을 깨닫게 된 경험치를 전하고 싶었달까.


타인과 사회에 피해를 끼치는 범위가 아니라면

적당히 이기적일 필요 (적어도 스스로를 보호해 줄 만큼)가 있다고 생각하며.


너무 착하게 살지도,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 애쓰지도 말자는 다짐을 건네는 오늘자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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