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진이네 Jun 14. 2023

꼰대가 되어가는 걸까.
도태되어 가는 걸까.

며칠 전 중고거래를 하러 내가 나온 초등학교 앞으로 나가게 되었다. 늘 걷던 길을 터덜터덜 걸어 나가는데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기 전부터 있던 이 동네의 마지막 문구점이 편의점으로 바뀌어있었다. 중고거래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새로 들어온 편의점에 이끌리듯 들어갔다. 편의점에 들어가긴 했는데, 딱히 뭘 사야 할지 몰랐다. 아니 생각에 잠겨버렸다. 이제는 익숙해진 편의점이 갑자기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괜히 주인한테 가서 “사장님이 바뀌신 건가요?” 내지는 “여기 문구점 진짜 오래됐는데 결국 나갔네요.”라는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주인 분들에게는 그게 뭐가 중요하리. 그저 내 어릴 적 추억이 이제는 머릿속에만 남아버렸다는 생각에 어쩔 줄 몰랐다.


90년대 생들에게는 문구점이 여러 놀이터 중 하나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이면 늘 문구점에 한 번씩 들렸던 거 같다. 얼마 있지도 않은 돈을 가지고 ‘불량식품’이라고 하는 것들을 사 먹고 문구점 입구에 있는 오락기를 하고 있는 친구들의 게임을 지켜보다가 집에 오곤 했다. 아, 그리고 꼭 옆집에는 떡볶이와 어묵을 팔았고 여름에는 그때만 파는 포도와 오렌지 슬러시가 있었다. 그때 그 컵떡볶이가 그렇게 맛있었다. 10년이 넘게 먹지 않았지만 아직도 그 맛을 기억한다. 용돈이 생길 때면 그런 것들을 사 먹고 집에 가곤 했었다.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를 다니며 정신없이 이 사회의 파도를 타는 동안 이런 문구점들이 하나둘씩 브랜드 문구점과 편의점으로 대체되었다. 변화하는 시대는 나의 어릴 적 추억들을 간직해주지 않았다. 그 마지노선을 지키던 문구점이 얼마 전에 사라지고 새로 생긴 편의점에서 뭘 살지 고르는 초등학생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내 추억에 잠겨버렸다. 괜히 바나나우유만 짚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이제는 더 익숙해진 편의점이지만 그날따라 편의점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나이가 들면 점점 옛날 것들을 찾게 된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나에겐 옛날 것들인 것이 나의 윗세대 분들에게는 낙이었고 추억이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에게 추억이자 낙이고 감성인 것들이 새로운 세대들에겐 그저 올드한 것 정도로 치부되고 지나쳐갈 것들이다. 이렇게 시대가 바뀌어가지만 요즘 들어 부쩍 옛날 노래를 찾아 듣는다. 

“크, 역시 옛날 노래엔 요즘엔 없는 갬성이 있어” 

꼰대가 되어가는 걸까. 

‘나 때는’ 

이 말이 그날따라 감성적이었다.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모든 것 하나하나가 임팩트 있게 다가와 머리에 각인된다. 그래서 어릴 적 추억이 오래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추억들을 점점 찾아볼 수 없게 변해가는 이 시대에서 나는 어릴 적 추억과 갬성을 그리워하기 바쁘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기가 옛날처럼 쉽지가 않다.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해 온 것들로 나만의 가치관과 취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내 것을 간직하며 어떻게 새로운 것들을 맞이하고 준비해야 할지. 쉽지가 않다. 도태되어가는 걸까. 


우리가 꼰대라고 하는 표현은 어쩌면 추억을 지극히 그리워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과거의 기준으로 지금을 사는 사람일 수도 있다. 나의 추억의 파편들이 사라져 가는 세상을, 꼰대가 되지 않으면서, 도태되지 않으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쉽지 않은 물음을 던져본다.


•Photo by Chris Lawton /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애플워치에게 시계를 묻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