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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커피머신을 살려내는 미션을 부여했다.
당황했다. 나의 커피머신이 전원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기에, 당혹감이 좀 세게 다가왔다.
다만, 코로나 2.5단계가 한참인 때라서 영업은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며칠 뒤 월세 날에 맞춰 건물주에게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말해야 했기에 나의 멘탈은 점점 무념에 가까운 상태로 나아가고 있었다. 심지어 조금 지나자 ‘어차피 세 달 뒤 영업장을 이전 할 건데······. 그냥 그때 고칠까?’ 란 생각을 했을 정도까지 되었다.
하지만, 역시 눈에 밟히는 것은 단골들이었다.
비록 나의 단골 학생들은 ‘코로나+방학’ 크리로 인해 등교하는 날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학생들이나, 일반 단골손님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SNS를 보고 찾아오시는 손님들도 있어서 세 달간 장사를 쉰다는 것은 그냥 망상으로 끝내야 했다.
결국 수리를 하기로 했고, 일단 커피머신을 뜯어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뚜껑을 열어보니,
커피머신은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처음 눈에 들어 온 것은 메인보드와 키보드 버튼을 연결하는 케이블 하나가 끊어진 것이었다. 커피머신 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열에 경화가 진행되어 발생한 것이었다.
‘오호라~ 이정도면 케이블만 갈아 주면 되잖아?’ 라는 생각으로 케이블을 검색해보니······. 비싼 브랜드는 7만 원짜리도 있고, 저렴한 브랜드도 2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아니·······. 이 따위 케이블이 뭐라고, 무슨 금으로 만들었나······? 그냥 신호만 주고받는 리본케이블이 왜 이렇게 비싼건데?’
라며, 일반 16핀 IDC케이블을 찾아보니, 내가 원하는 사이즈의 컴퓨터 부품이 개당 2천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었다. 허참·······.
마치 중국에 공장을 둔 명품백이 프라다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 나오느냐 프라닭 브랜드를 달고 시장에 나오느냐의 차이인가? 그런데 어차피 한 공장에서 나온 건 마찬가지잖아? 이건 뭐 내가 남들 다 보게 들고 다닐 것도 아니고, 브랜드 케이블을 구입한다고 그 브랜드가 케이블에 떡~하니 각인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볼 것도 없이 일반 컴퓨터 부품에서 사용하는 케이블(커피머신 메인보드에 사용 되는 케이블과 1도 다르지 않다.)을 구입했다. 당연히 작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주 약간의 문제라면, 내가 원하는 케이블의 길이는 60cm인데, 구입 할 수 있는 케이블의 길이는 50cm와 70cm라는 것 정도?
일단 케이블 주문을 넣어 놓고, 전체적으로 커피머신을 살피기 시작했다.
역시 문제는 케이블에만 있지 않았다. 예전에 디스케일링 해 준 그룹헤드를 제외 한다면 거의 5년간 보일러와 배관은 스케일이 쌓여 있다고 보면 되는데······.
그래서일까?
보일러 히터부분에 누수가 생겼고, 직수라인이 연결된 로터리펌프 역시 거의 죽어 있었다. 또, 키보드가 있는 부분은 스팀봉과 운수밸브에서 세어 나온 스팀에 녹이 꽤 많이 슬어 있었다.
하아······. 대대적인 점검과 수리, 그리고 오버홀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확실했다.
업체에 맡기면 오버홀만 50~80만 원 정도. 고장 난 부품 구입과 수리까지 생각하면······. 견적이 얼마나 나올지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