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안제대로 된 평냉이 비싸면 빡이치긴 하지.
제대론 된 평양냉면은 비싼 게 아니야
필자는 평냉 순수론자가 아니다. 모든 냉면을 사랑한다. 다만, 한 가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본래 평냉은 지금. 평양이 아니라 서울과·경기도에서 더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유명한 옥류관의 평양냉면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이미 전분을 많이 사용하는 농마국수의 형태와 섞였고, 육수 역시 간이 세졌다고 한다. 거기에 김일성이 ‘냉면은 이렇게 먹어라.’ 라는 지도사항(?)도 생겨서 오히려 구한말 평양냉면은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남한에서 만든 냉면에 더 가깝다. 심지어 고종이 야식으로 즐겨 먹었던 냉면을 고증해 봐도 지금 서울의 평양냉면과 그리 다르지 않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필자는 ‘평양냉면은 이래야 해! 이 맛을 모르면 냉면 먹을 줄 모르네!’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다만 지금 북한의 평양냉면이야 말로 진짜 평양냉면이라고 생각하면서 지금껏 남한에서 지켜온 평양냉면이 잘못되었다고 말씀 하시는 분들에게만 ‘그건 아닌거 같오~’ 라고 소심하게 주장해 보는 바이다.
평양냉면(이후 평냉)으로 유명한 몇 대 맛 집 어쩌구 하는 곳은 물냉 한 그릇 가격이 평균 15,000원 정도 한다.
냉면 가격이 15,000원?
헉! 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제대로 만든 평양냉면은 저정도 가격이 딱 적당해 보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자주 접하는 분식집 냉면이나, 작은 고깃집의 후식 냉면의 경우에는 면이나, 육수를 시중에서 구입해서 꾸미정도를 얹어 내가는 형식이다. 굳이 이 글에 각각의 단가를 적지는 않겠지만, 분식집 냉면의 경우에는 1인분에 1천원이 안 된다.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입해서 만들고자 한다면 순수하게 재료값은 5백 원정도 될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당장 근처 식자재마트만 가 봐도 이정도 계산은 쉽게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타 냉면 전문점의 경우 공을 들여 육수를 내고, 직접 면을 뽑고, 고명이나 양념도 그 식당의 특성을 살려서 내기 때문에 재료값만 따지면 몇 천 원이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그런 곳의 냉면은 보통 7~8천 원 정도에 가격이 형성이 되어 있다. 다만, 그런 집들은 일명 함흥냉면이나, 밀면, 칡냉면이 대부분이다.
그럼 평양냉면은 대체 왜때문에 1만원이 훌쩍 넘어도 괜찮다고 필자는 주장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메밀 때문이다.
메밀가루가 밀가루나 전분에 비하면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다. 아마 여러분들이 시중에서 구입하는 메밀 면 중에도 메밀 함량이 30%정도 들어가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고, 가격도 다른 국수에비하면 꽤나 비싸게 팔리고 있다.
평양냉면은 그런 메밀의 함량이 거의 70%에서 시작하고 순 메밀의 경우에는 메밀가루 100%로 면을 뽑기 때문에 재료 중에 면 자체의 가격이 육수보다도 비싸다. 오죽하면 육수 리필은 그냥 해 주는 집은 있어도 사리는 꼭 요금을 받는데, 평냉집에서 사리 추가 비용이 4천원 이하는 본 적도 없다.
육수도 그렇다. 평양냉면의 슴슴하고 육향 진한 육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기가 아낌없이 들어간다. 물론 처음 먹었을 때는 그 슴슴한 맛이 익숙하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어쨌든 비싼 고기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동치미를 육수에 섞는 집은 매주 일정량의 동치미를 사시사철 만들어야 장사 할 수 있는 육수를 민들 수 있다.
평냉은 원자재의 가격은 물론이고, 사람의 기술이 많이 필요하다. 좀 된 이야기지만, 모 평양냉면의 면 뽑는 기술자가 모 고깃집에서 런칭한 평양냉면 프랜차이즈로 억대의 연봉을 받으며 이직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평양냉면을 만드는 기술은 꽤나 고급 기술로 생각해 준다.
굳이 밀가루로 만든 2만 원짜리 파스타랑 비싼 원재료로 만든 평냉 가격비교를 하자는 건 아니다. 파스타도 좋아하는 필자로서, 제대로 만든 파스타는 요리사의 실력이 그 맛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당연히 요리사의 기술력을 인정해 줘야 한다.
파스타는 웬만하면 주문과 동시에 1요리사 1그릇이기 때문에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다. 그에 반해 평냉은 한 번에 수백인분씩 육수를 미리 내 놓고, 주문과 동시에 하루치 만들어 둔 반죽(바로 반죽하는 집도 있다.)을 꺼내 기계로 쭉 뽑아 몇 십 초 삶으면 끝이다.
그래서 파스타는 왜 2만원이면 괜찮고, 평냉은 15,000원이면 비싸냐고 반문 하는 평냉순수파의 논리도 솔직히 좀 별로다.
패션에만 TPO가 있는 것이 아니다. 식사에도 때와 장소 그리고 상황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처럼 파스타 가게의 인테리어가 전달하는 분위기는 소개팅이나 데이트, 축하의 자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인테리어나 서비스도 당연히 파스타 값의 원가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고 말이다.
갑자기 파스타 가격이야기로 빠졌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결론을 말하자면 제대로 만든 평냉은 좀 비싸도 괜찮다는 말이다. (아. 물론 파스타도.)
간혹 왜 이 밍밍한 국물에 담긴 국수를 이정도 가격에 먹어야 되는지 의문이 있는 분들은 함흥냉면이나 비빔냉면을 드시면 되는 것이고, 평냉은 좋지만, 가격이 무서우신 분들은, 잘 찾아보면 서울 안에도 만 원 이하의 평양냉면집이 종종 있으니 그런 평냉집을 찾아 가시면 된다.
딱히 필자는 15,000원 이하의 평양냉면이면 딱히 불만은 없지만, 찾아가기는 귀찮아서 한번에 10인분씩 육수를 만들어 밀폐 용기에 소분해서 냉동고 깊숙이 보관해 놓고, 필요 할 때 꺼내서 사용하다. 면은 메밀가루를 주문해서 순메밀로 면을 뽑아 평양냉면을 만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wSeye4ofIJQ
유명한 평양냉면 집과는 미세하게 다르긴 하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평냉을 만들 수 있고, 가끔 사무치게에 올라오는 평냉에 대한 욕구를 시원하게 해소해 주기에는 넘치고도 남는다.
혹시 집에 제면기 있으신 분들은 한번 도전해 보······ 시기엔 좀 번거롭긴 하니, 그냥 사먹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