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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Mar 27. 2023

1년 동안 <우메보시> 만들기

적차조기 매실 소금절임





1년 동안 <우메보시> 만들기


<차조기>, <차즈기>, <소엽> 등으로 불리는 식물이 있다. 특히 붉은 색을 띄는 적차조기는 얼핏 보면 영락없는 들깨다. 다만 이게 확실히 들깨는 아니구나 한눈에 알 수 있는 포인트가 있으니 바로 색깔이다.      


진한 자주색을 띄는 잎은 누가 봐도 초록색인 들깻잎과는 완전히 다르다. 모양은 어쩜 이렇게 똑같은데, 색깔은 완전히 다르다.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향도 다르다.     



들깻잎의 향이야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설명을 할 필요는 없으니 패스. 적차조기의 향은 들깨와 영락없이 닮았는데(색 빼고) 들깨의 향과는 또 완전히 다르다. 깻잎처럼 톡 쏘면서 알싸한 향이 아니라, 달콤하고도 향긋한 내음을 가졌다. 그러고 보니 모양만 같았지, 색과 향은 완전히 다르니 이것도 신기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적차조기를 주위에서 보기란 쉽지가 않다. 일단 식자재이자 약재이기 때문에 마트에서는 보일 법도 한데, 어지간히 큰 마트에서도 찾아 보기가 힘이 든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키우지 않는 식물인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다. 서울만 벗어나면 어지간한 농가의 마을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깻잎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진한 보라색이다? 그럼 그게 적차조기다.     


생명력도 강하다. 어디서 한 뿌리 얻어다가 대충 밭 두럭에 심어 두면 자라기도 잘 자라고, 다음해엔 누가 심어 놓기라도 한 듯이 그 밭 두럭은 온통 적차조기가 뒤덮는 정도다.      




그렇게 잘 자란다면 향기롭고 좋은 식물인 거 같은데,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바닷가 일부 지방이 아니면 적차조기 잎은 잘 먹지 않는다. 


심지어 바닷가에는 방앗잎도 있고, 톡 쏘면서 알싸한 향을 가진 깻잎에 생마늘과 쌈장을 올려서 먹는 전투민족에게도 잘 용납되지 않는 향이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이 적차조기 향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고수다.     


너무 달콤한 향이라서 그런가? 필자의 가족들도 적차조기를 즐기는 가족은 없다. 필자가 기껏 키워 놓으면(사실은 방치. 그래도 잘 자라니깐) 냄새난다고 냅다 베어 버리거나, 필자를 생각해서 아주 몇 개만 간신히 살려둔다. 내 땅이 아니니 그나마도 감사할 따름이지만, 이 적차조기의 효능을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크다.    

 

기껏 차조기를 키우는 곳에서는 자소자. 즉 자소엽의 씨앗만을 채취해서 기름을 짜려고 한다. 자소엽 기름 역시 좋은 효능이 많은 식품이지만, 효율성이 너무 떨어진다. 차조기의 씨앗은 들깨의 절반 밖에 되지 않고, 수확량도 적으니, 농가에서는 그 효능에 비해 좀 골치 아픈 식물이었을 것이다.      


잠깐 적차조기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해 챗GPT를 사용해 봤다.      


이거이거 닭 잡는데 소 잡는 칼 꺼내 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첨단 인공지능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시대적 감수성 뛰어난 인텔리전트같은 필자의 모습을 상상하면 또 흐믓하기도 하고.          




꺼져라 인공지능! 뭐야 얘. 왜 이래? 모르면 모른다 그래라!     



여튼 그래서 그냥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란다. 또한 [네이버 지식백과] 소엽 [蘇葉]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을찾아봤다.          



       

각설하고,     

우리가 차조기를 즐기지 않은 이유로는 아마도 깻잎이란 훌륭한 식재로가 있었고, 민간의 영역에서 다양한 요법도 있었겠고, 사시사철 습하거나, 바닷가를 제외하고는 날 생선을 즐기지 않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효능이 있는 식물을 너무 등한시 하는 것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당연히 우리만의 고유한 식재료로 이용하면 좋겠지만, 무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누군가 만들어 놓을 것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다.     


우리와는 완전히 반대로 차조기향은 좋아하지만 들깻잎 향은 거북하게 생각하는 나라가 있다. 가깝고도 졸라 먼 나라, 일본.     


일본의 기후대를 보면 답은 정해져 있다. 일본은 위도로 긴 나라로 위로는 삿포로, 남쪽으론 오키나와 까지 포함하면 무려 한반도의 두 배 정도의 길이다. 하지만 삿포로 같이 추운 지역은 별로 없고, 거의 다 습하고 더운 기후의 일본은 거의 대부분의 단백질은 생선으로 보충해 왔다. 당연히 4면이 바다고 고기는 많았을 테니깐.     


그렇다보니 쉽게 상하는 생선으로 인한 질병도 많았을 거란 추측은 쉽게 할 수 있다. 처음에 먹었던 스시역시 ‘하코즈시’로 발효된 생선을 소금밥과 판에 넣어서 눌러 만든 스시였다. 여기서 ‘발효’는 거의 ‘부패했다’와  한 끗 차이라고 보면 된다.     


즉, 잘못 만든 생선 음식은 먹으면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안전하게 생선을 먹는 방법을 찾게 되고, 생강절임이나 절인 매실, 식초, 그리고 바로 차조기를 음식에 사용하게 된 것이다.      


뛰어난 방부효과와 항염작용 그리고 소화기 관련 효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향도 좋은 붉은 들깨잎.     


그렇다보니, 일본에서는 차조기를 다양하게 사용했다.


달콤한 향이 있다 보니, 설탕과 레몬을 넣어서 주스를 만들기도 하고, 안 그래도 소화기에 강력한 효과를 지닌 매실절임에 적차조기 즙을 더해서 그 효능을 극대화 시키기도 했다.     


적차조기 주스. 즉, 시소주스는 지난번에 만드는 방법을 올렸으니, 참고해 보자.


https://youtu.be/-tkZnJAyXKE



적자초기주스의 경우에는 식물에서 이런 맛과 향이 난다는 것이 좀 신기할 정도의 음료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마시기엔 호불호가 조금은 갈릴 것 같다. 하지만 전혀 못 마실 정도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적차조기 매실 소금 절임인 우메보시의 경우에는 한국사람 열이면 여덟아홉은 퉤~ 하고 뱉을 것이 분명하다.     


너무 시고, 짜고······. 


잘못 씹으면 치아가 부러질 지도 모를 정도로 강려크한 매실 씨앗의 역습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이 우메보시를 매우 사랑한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본인들의 도시락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흰쌀밥에 우메보시 하나 달랑 올린 일장기를 닮은 도시락이 먼저 떠오른다. 부들부들.    

 

군국주의 결과인 2차 세계대의 패전으로 나락을 경험했던 일본인들이 물자가 부족하자 '우메보시 하나에 흰쌀밥을 먹으면서 일본을 다시 일으켰다'는 그들만의 미담이 있을 정도로 그들에게는 애정이 깊다.      


옆 나라 한국에서는 그들 때문에 보리밥에 소금이나 뿌려서 먹으면 다행이던 시절에 흰쌀밥밖에 못 먹었다고 말하는 꼬라지도 기분이 나쁘고, 특히 일장기를 닮은 도시락은 더 기분이 나쁘다.     


맛이라도 있으면 모르겠는데, 맛도 별로다.




그런 음식인 우메보시가 한국에서 인기가 있을 리가 없다. 일본영화나, 드라마 등의 일본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면서부터 저 빨간 음식이 뭘까? 맛은 어떨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일본이나 가지 않으면 접할 기회가 없었다.     


요즘이야 대형 마트에 가면 붉은 인공 색소에 절인 우메보시를 팔고 있고, 유튜브에선 그런 우메보시를 먹고 너무 시고 짜서 한입에 털어 넣고는 금세 뱉는 쇼츠들이 넘쳐나지만, 당시만 해도 구할 수도 만들 수도 없는 식재료였다.





사실 일본인들도 우매보시란 식재료에 애정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게 너무 맛있어서 먹는 느낌은 아니다. 


만약 이 식재료가 정말 맛있었으면 도시락 통에 단 한 알만 올려서 먹었을까?


그저 그 한 알로 도시락 하나를 먹을 수 있었기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 시고 짜고. 젓가락 끝에 눈곱만큼 올린 양만으로도 밥 한 젓가락 먹을 수 있었으니 그렇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엔 우메보시에 조미료와 설탕을 넣어 '맛'우메보시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 술안주의 서버로 사용이 가능하기도 하고, 주먹밥이나 녹찻물밥을 만들 때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필자도 우메보시를 만들어서 먹을 땐, 우메보시만 올려서 먹어서는 전혀 맛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그저 못먹을 정도는 아니다. 의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우메보시에 다른 식재료를 첨가해서 사용한다. 생연어나, 구운 생선, 조미김가루, 참치캔등을 함께 사용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식재료다.     


너무 장황하게 일본 음식을 떠든 것 같다. 결론은 이것이다. 적차조기를 그나마 잘 사용해 온 옆 나라의 음식을 보고, 장단점을 파악해서 우리가 우리만의 적차조기 음식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일본에도 없는 적자조기 음식을 올해 한번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금 당장도 한 두어 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만약 성공한다면 올해 8월 쯤 영상과 레시피로 만나 볼 수 있을 듯싶다.     







적차조기 매실소금절임[우메보시]으로

주먹밥을 만들어보자!

https://youtu.be/APWa8brwV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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