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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Mar 30. 2023

짜장면 로망스,
<수타 유니 짜장면> 만들기.

집에서 수타는 하지마세요. 지옥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짜장면 로망스, 수타 짜장면을 만들기.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딱 한 가지 소울푸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평양냉면이다. 그리고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고 살아야 한다고 하면 이 또한 평양냉면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짜장면이다.


필자가 짜장면을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 건 언제부터인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는 오히려 짜장면이 맛있다는 생각이 없었다.     


특히 고등학교 식당에서 2천원에 팔던, 우동 면발에 미리 만들어 둔 물짜장을 끼얹어 주던 짜장은 한번 이상 사먹은 적도 없다.     


PC방이 들어오고 스타크래프트가 대학가를 휩쓸고 있던 시절이라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당구장을 다니지도 않았고, (그 말인 즉, 짜장면 내기 당구 한판의 추억이 일절 없다는 말이다.) 대학가 호프집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던 때라, 중국집에서 탕수육+짜장+짬뽕 세트에 소주잔을 기울인 기억도 몇 번 없다.   

  


그럼 난 언제부터 짜장면을 좋아했던 걸까?



가로수길에서 첫 카페를 열었을 때도 짜장면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첫 카페가 대판 망하고, 사진작가를 꿈꾸며 여의도 친구집에서 얹혀 살 때도 짜장면을 굳이 찾아 먹은 기억이 없다.      


이후 다시 압구정에 크게 오픈하는 남의 카페를 세팅해 주던 1년 반 동안에는 오히려 짜장면이 물리던 기억이다. 왜? 한 2~3일에 한번 씩 직원 식사로 시켜 먹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이후에 의정부 본가에서 내 두 번째 카페를 준비하면서는 짜장면집을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먹었다.     


압구정과 의정부 사이에서 그 거리만큼이나 먼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미싱링크가 존재한다.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지금의 필자는 한동안 머물 곳에 가면 5천원 이하의 짜장면을 파는 곳을 꼭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그 집 짜장면을 먹는다.      


의정부에 있을 때는 삼화반점, 호원동 락궁. 호텔 출신 조리사가 짜장면 만들어 주는 파파스 차이나.     

 

성신여대에 있을 때는 보배반점과 지금은 짬뽕선수라고 바뀐 자리에 있던 이름 까먹은 중국집.    

 

상암동에는 지금은 사라진 교동짬뽕과, 남강수타반점 그리고 소주한잔 하기 좋은 우정각.     


은평구에는 아직도 3,500원 하는 만리향과, 4,000원 유니짜장을 파는 하는 상하이문.     

서대문구 집근처에 깐풍기가 맛있는 짜짜루.     


카페하면 어쩔 수 없이 자주 가는 방산시장의 방산분식의 2천원 짜장. 지금은 3천원쯤 하는데, 필자는 2천원 때부터 먹었다. 맛은 솔직히 딱 중간인데, 이상하게 방산 시장만 가면 그 집에 가서 짜장면이나 짬뽕을 먹고 온다.      




대놓고 다니는 집들이 요정도. 그 외에도 어디를 가다가 허름한 중국집에 ‘홀에서 드시면 짜장면 4천원’ 플랜카드가 보이면 배불러도 그냥 들어간다.        


진짜 건강에 문제없고, 살만 안 찐다면 냉면, 짜장, 라면, 짬뽕, 파스타만 주구장창 먹고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비싼 짜장면은 별로다. 비싼 짜장면을 자주 안 먹은 것도 아니고, 확실히 비싼 짜장면이 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조리사가 섬세하게 춘장의 향을 내기 때문에 훨씬 더 맛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리 섬세하게 요리해고 비싼 재료를 많이 넣어서 만들어도, 필자는 싸고 투박한 짜장면이 좋다.     


이유는 모르겠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천박한 이유 두어 개가 있는데, 굳이 털어 놓고 싶지 않을 정도의 이유이고, 또한 확실한 이유도 아닌 것 같다. 모르겠다. 쩜쩜쩜.     



최근 짜장면 한 그릇에 7천원~9천원 한다는 기사가 꽤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사실 배달 짜장면은 이미 그 정도 가격을 하고 있었으니, 이는 홀에서 먹는 가격일 거다.     


짜장면 가격이 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물가상승


짜장면의 주 재료인 양파와 야채가격, 밀가루 가격, 춘장 가격, 기름 가격. 하나도 안 오른 것이 없다.     


짜장면 재료의 원가만 계산하면 주재료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고 하더라도 일반 중국집 짜장면 한 그릇에 9천원은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짜장면을 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저렴한 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시간과 이동하는 데 드는 비용을 합치면 그게 그거이고.     





그래서 필자는 짜장면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물론 남이 타주는 커피가 제일 맛있듯이 남이 해주는 짜장면이 제일 맛있어서 중국집을 끊을 수는 없지만, 내가 해 먹는 짜장면도 나쁘지는 않기에, 일종의 타협점을 찾은 거랄까?     


그러다보니, 수타면에도 손을 댔다.


아직은 노련한 수타 장인처럼 면을 뽑을 수는 없지만, 중력분과 소금 그리고 약간의 식소다로 어느 정도 먹을 만한 면을 뽑을 수 있게 됐다. 언젠가는 마음먹은 대로 수타면을 뽑아서 짜장면을 만들 그날을 기대해 보며,


영상투척!    

 


카페에서 수타면 뽑아서 '유니 짜짱면'을 만들었어요!

https://youtu.be/xGJuR_e-4Q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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