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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Sep 01. 2015

하늘 주차장

소설사진 : 한 장의 사진으로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 / 014







하늘 주차장



“오늘은 어디지?”


“하늘 주차장 7번”


“하늘 주차장? 어이쿠. 대단한 친구일세. 차종은?”


“어디보자~. 음. 이 차가 뭐지?”


“어디. 내가 한번 봐. 아. 2005년 식 그랜저XG군. 연식에 비해 관리가 잘 된 걸보니. 차에 대한 애착이 많은 친구구만. 그러니 함께 왔을 테지.”


“이봐 늦겠어. 저 친구 당황해서 차타고 어디든 가버리면 골치 아프다고.”


“어? 그렇군. 웬만하면 밤에 가고 싶은데. 어쩔 수 없지. 오랜만에 하늘 주차장이니, 나도 드라이브라도 하고 올까보다.”


“문은 열어놨으니 바로 출발하게.”          





똑똑.


똑똑.


“누구······?”


“일단 차 문 좀 열게.”


덜컥.


“누구시죠?”


“나? 하하. 맞춰봐.”


“날 데리러 오신 거면······.”


“맞아.”


“그렇게 됐군요.”


“그렇게 됐지.”


“네. 그, 그럼. 가시죠.”


“그 전에. 자네는 왜 이 차랑 같이 온 거지?”


“차랑? 아. 그렇군요. 왜 내 차가 여기에······.”


“차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 있나보지?”


“차에 대한 소중한 추억······. 그렇군요.”


“그 추억이 뭔가?”


“이 차는. 제가 처음으로 사본 새차였습니다.”


“새차라······.”


“네. 매번 중고 중형차만 타다가 큰 맘 먹고 36개월 할부로 구입한 대형세단이죠. 할부도 열심히  갚았고 몇 년을 더 애지중지 탔습니다만, 결국 아들 대학교 등록금 때문에 몇 년 전에 팔았는데······.”


“그렇다면 얼마 전 폐차가 되었겠군.”


“네?”


“세상엔 이상한 일들이 많아. 우리 세계에서도 아직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일어나지. 하지만 이번 일은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지. 원래 마지막 가는 길엔 꽃가마를 타는 것이 관례였으니 말이야.”


“상여군요.”


“그렇지. 요즘은 일반 주차장에 큰 리무진 버스를 타고 와서는 단체로 기차로 이동하지. 하지만 아직도 꽃가마를 타고 오는 놈부터 심지어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녀석까지 가끔은 있어. 그런 부류는 여전히 이 하늘 주차장에서 직접 승천을 하게 되지.”  


“그럼 저도?”


“그래. 아마 이 차는 얼마 전에 폐차가 되었겠고, 그대로 소멸되었어야 했겠지만, 네가 따라 올 줄 알았나 봐. 그래서 이렇게 자네를 기다렸다가 마지막 가는 길을 자신이 도와주려고 했겠지.”


“그, 그런······.”


“자. 일단 차에 다시 올라타시게. 나는 조수석에서 길을 안내 해 줄 테니.”


“이젠 어디로 가죠?”


“여기 주차장은 넓어. 잠깐 시간을 주지. 조금 달려봐. 그러다보면 구름 사이로 길이 열릴 거야. 그럼 그리로 가면 돼.”


“그 길로 가면 어떻게 되죠?”


“뭐, 네가 짐작 하는 대로지. 좋은 곳으로 가던 가 아니던가.”


“그럼······. 차는요?”


“좋은 곳으로 가게 되면, 잘 하면 데리고 갈 수도 있겠지. 그 반대면 물론 이 차도 소멸이야. 하지만 좋은 곳으로 가게 되더라도 차는 가져가지 말게. 이건 내 느낌인데, 이 녀석은 그저 마지막 가늘 길에 고맙다고 인사를 하러 온 것 같거든. 그 이상을 바라기엔······, 음 아닐세. 자 그럼 시동을 키고 좀 달려 봐.”     


하늘 주차장 ㅣ 2014, 미발표 ㅣ F7.1, S 1/1,000, ISO 100ㅣ 프린트 사이즈 미지정 ㅣ Original Print. 1/? ㅣ Estate Print ∞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뭘 어떻게 돼. 한 시간을 뺑뺑 돌더군.”


“하늘 길은?”


“3분 만에 열렸네. 거참. 한 10분쯤 되었을 때 이제 가자고 했지만, 미련을 버리지를 못하더군. 역시 기차 태워서 강제로 데리고 오는 게 편해.”


“하하. 인정머리 없다고 뭐라 할 때는 언제고. 그런데 그 차는 어떻게 되었나? 소멸 시켰나?”


“내가 미쳤나? 그 좋은 차를. 얼마나 길을 잘 들여놨는지 아직도 쌩쌩하더군. 뭐, 내 생각에 그 친구는 좋은 곳으로 갈 것 같지는 않고, 좀 두고 봤다가 칠칠일이 지나면 내 쪽으로 등기를 옮기려고.”


“이거이거. 아주 사심 가득한 차살세 그려.”


“크크크. 가끔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이 짓 하면서 스트레스도 좀 풀고 살지. 여튼, 그렇지. 우리야 간접적으로나마 인간들 사는 세상의 맛이나 조금씩 보는 게 그렇게 이 짓거리에 대한 해소가 되거든.”


“알았어. 알았어. 그런데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 친구가 좋은 곳으로 가면 어쩔 건가? 그땐 그녀석이 원하면 차를 넘겨야 할 텐데?”


“그래서 미리 다 손을 써 놨네.”


“어떤?”


“그게 말이지······.”    



※ Original Print 및 Estate print 출력품 소장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adbada@daum.net 으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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