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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Aug 24. 2015

흐릿한 기억

소설사진 : 한 장의 사진으로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 / 013


흐릿한 기억


언제부턴가 잠자리에 들기 전 가만히 그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하루 이틀, 사일 그리고 일주일 째. 

잠들기 전,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 그의 얼굴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다.      


우리가 함께 한 그 수많은 날들과

사랑하고 노래하고 울고 웃고 했던 추억들이 선명하면 선명 할수록 

그의 얼굴은 점점 더 흐릿해진다.        



여덟 번째 밤

드디어 그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가만히 누워서 생각해본다. 

그동안 만났던 그들을.     


이제는 기억도 안 나는 얼굴들이 많다.

누군 인지는 확실히 기억나지만

그 사람과의 추억도 분명히 기억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려고만 하면 흐릿해진다.     


사진을 봐도 마찬가지다.

사진속의 얼굴은 내게 그 사람과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지만 

머릿속으론 도무지 그 얼굴이 그려지지 않는다.     

흐릿한 기억 ㅣ 2005, 미발표 ㅣ F3.5, S 1/10, ISO 1,600ㅣ 프린트 사이즈 미지정 ㅣ Original Print. X ㅣ Estate Print X

다시 다음날 밤.

그 모든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을 포기했다.   

  

삶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선명한 추억과 혼탁한 기억 속에서 

부유하는 삶들이 늘어나는 걸 어쩌겠는가.     


오랫동안 기억하고 생각할 수 있는

그 얼굴의 한 점 잊어버리고 싶지 않지만

꿈에서 조차 떠올려지지 않는 그 얼굴 때문에 

오늘 밤도 서글플 수밖에 없는 것을     


어쩌겠는가.

  


※ Original Print 및 Estate print 출력품 소장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adbada@daum.net 으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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