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진 : 한 장의 사진으로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 / 013
흐릿한 기억
언제부턴가 잠자리에 들기 전 가만히 그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하루 이틀, 사일 그리고 일주일 째.
잠들기 전,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 그의 얼굴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다.
우리가 함께 한 그 수많은 날들과
사랑하고 노래하고 울고 웃고 했던 추억들이 선명하면 선명 할수록
그의 얼굴은 점점 더 흐릿해진다.
여덟 번째 밤
드디어 그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가만히 누워서 생각해본다.
그동안 만났던 그들을.
이제는 기억도 안 나는 얼굴들이 많다.
누군 인지는 확실히 기억나지만
그 사람과의 추억도 분명히 기억나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려고만 하면 흐릿해진다.
사진을 봐도 마찬가지다.
사진속의 얼굴은 내게 그 사람과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지만
머릿속으론 도무지 그 얼굴이 그려지지 않는다.
다시 다음날 밤.
그 모든 그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을 포기했다.
삶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선명한 추억과 혼탁한 기억 속에서
부유하는 삶들이 늘어나는 걸 어쩌겠는가.
오랫동안 기억하고 생각할 수 있는
그 얼굴의 한 점 잊어버리고 싶지 않지만
꿈에서 조차 떠올려지지 않는 그 얼굴 때문에
오늘 밤도 서글플 수밖에 없는 것을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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