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를 키우다 : 니가 대체 왜?
허브를 키우다 : 니가 대체 왜?
10년 전 제가 처음 허브를 키우기 시작한 이유는 바질<basil> 때문입니다. 이태리 요리를 하면서 빼 놓을 수 없었던 것이 이 바질이란 허브인데, 요놈이 접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상당히 비싸거든요. 허브가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지금도 인터넷 시세로 100g에 1만원이 넘어갑니다. 상대가치로서 절대가치를 비교하는 멍청한 짓이지만, 멍청함을 인정하고 비교해보면 오늘 당일(15.09.01) 구리시세가 100g에 700원이 조금 안되니, 확실히 구리보다 십 몇 배 비싼 식물입니다.
바실<basil>이란?
그렇습니다. 그래서 바질을 키우면서 저는 허브에 입문을 했고, 현재는 가족들이 운영하는 주말농장(약 600여평)에서 약 2평 조금 넘는 땅을 불하받아 허브를 키우고 있습니다. 네. 이제는 허브가 넉넉합니다. 바질은 매년 차고 넘치고, 그 외 다양한 허브를 키우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아예 주말농장 근처 땅에 허브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밭은 관리를 해야 해고 주말농장 사정상 가끔 저의 텃밭이 이동을 하는 관계로 자생하는 허브를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렇게 허브가 넘치자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그건 바로 소비의 문제입니다.
허브가 넘쳐 버리니, 이거 쓸데가 없는 겁니다. 그동안은 없어서 문제였는데, 이제는 넘쳐나서 문제라니. 뭔가 아이러니 아니 할 수가 없지 아니합니다. 응? 크크.
헌데 없는 거야 충분히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넘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냐고요? 넘치면 쓸 만큼 쓰고 그냥 두면 되지 않느냐. 라는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네네. 그렇습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깐 말이죠. 하지만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땅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외가 쪽 식구들이 운영하는 이 주말농장은 지주(이모부 내외)와 운영자로 나누어집니다. 말인즉슨 지주의 허락 하에 운영자(외가 쪽 식구들 회원들 - 농장 운영비를 제공하는 식구들)들이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죠. 그리고 저는 그 운영자의 대표의 아들네미가 되는 겁니다. 나름 엘리트 계급에 속하고 있어서(ㅋㅋㅋ) 한동안은 2평정도 되는 땅을 불하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곳에 허브를 심었고, 자연농법이네, 친환경농법이네 하면서 허브가 아닌 잡초를 대량으로 재배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제가 먹을 허브는 매우 넉넉했지만, 집안 식구들이 보기엔 정갈한 주말농장에 웬 쓰레기장 하나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모습이었나 봅니다.
때문에 밭을 관리하길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비닐도 씌우지 않고 재배하던 밭에 비닐도 씌워서 잡초를 막고, 액비와 천연농약을 만들어서 해충도 구제 했습니다.
우리 가족의 주말농장은 저농약 재배를 원칙으로 합니다.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소비할 농산물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정도로 생산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무농약, 유기농 같은 재배방식은 매우 어렵고 주변 다른 농가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라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산되는 농산물에 비해서는 매우 안전한 수준의 농약을 최소한의 횟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한 번씩 주말농장을 찾아서 관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그마저도 작물의 수학 전에는 일절 농약을 치지 않고 있습니다.
덧.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제초제입니다.
제초제를 뿌릴 바에는 비닐을 씌우고 만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초제는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제 텃밭 근처에는 뿌리지 말아달라고 요구를 하면서······. 저는 잡초와의 전쟁이 시작 되었고. 장렬히 전사를 하게 됩니다. ㅠ.ㅠ
그러다보니.
허브 농사가 더 잘되어 갑니다. 아주 그냥 밭 한가득 허브가 무성하고 바람만 살랑 불어도 그 향기가 주말농장을 뒤덮습니다. 네. 처음엔 마냥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 2년 그렇게 무성하게 허브를 키우고, 그대로 버리는 꼬라지를 본 운영위원들은 차라리 그 밭에 상추를 좀 더 심자는 의견을 내놓고 맙니다. 어라? 뭐지 이거? 비닐까지 씌워서 풍성하게 관리를 했는데도, 문제가 생겨 버리고 만 것이죠. 아놔. 진짜. 나보고 대체 어떡하라고!
결국, 이 문제는 효율과 소비의 문제로 귀결 되어있었던 것입니다. 밭이 그지 같으니 치워버리자. 그리고 잘 키우면 뭐해 먹지를 않는데. 차라리 다른 걸 심자. 그렇게 된 거죠. 전 그래서 올해부터는 안정적인 허브농장 운영을 위해서 매달 주말농장의 전기세(1주일에 한번 이용하는 관계로 얼마 안 됨)를 납부 하면서 운영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무슨 어마어마한 권력 및 정치적인 싸움처럼 기술했지만, 그냥 가족끼리 투닥이는 거랍니다.
또 그러다보니, 어라? 이거 어쩌다보니 소작농이 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그냥 꽁으로 밭을 이용 했을 때와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진 겁니다. 그러니 열심히 잘 키운 허브를 쓸 만큼만 쓰고 그냥 버리기 아깝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다양한 허브의 쓰임을 찾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네. 그런 이야기입니다.
서두부터 너무 떠들었습니다. 다음 주 부터는 제가 사용하는 허브 이용법을 아주~ 실용적으로 기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내맘대로 허브요리> 매거진은 저의 다른 매거진 <The 남자의 주말밥상>의 스핀오프 시리즈입니다. 두 개를 함께 구독해 주시면 훨씬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The 남자의 주말밥상> 바로가기
<The 남자의 주말밥상>은 반말로 기술을 하고 있다.
<내맘대로 허브요리>는 경어체를 사용하겠습니다.
왜 그러냐고요? 물라요. 나도 몰라요. 묻지 말아주세요.
어쩌다 그렇게 됐어요. 아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