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사진 : 한 장의 사진으로 들려주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 / 021
소 담
- 꽃은 누구의 것으로 하는 게 좋겠소?
정중한 어투였지만 절대 양보 할 수 없다는 의지가 묻어있었다. 하지만 대답을 한 목소리는 그보다 더 격앙되어 있었다.
- 이곳에 내가 터를 잡은 지 벌써 30년이나 됐거늘! 어디서 감히 이 꽃의 니꺼 내꺼를 따진단 말인가!? 물러서라! 너에겐 자격이 없다!
하지만 정중한 목소리 역시 단호함에는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 자격이라. 글쎄요. 당신은 이제 곧 허물릴지도 모르는 몸. 그저 이곳에 오래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꽃의 주인임을 주장 할 수는 없소. 더욱이 엄밀히 말하면 이 꽃은 나의 영역에 있소.
그때 구름에 가려졌던 태양이 잠시 나와 봄볕이 낡은 건물의 오래된 창문에 닿았다. 순간 낡은 건물이 번쩍 하고 눈을 뜬 것 같았다.
새 건물은 깊은 한숨을 내 쉬면 생각했다. 자신이 지어지면서 함께 심은 꽃나무 한그루에서 꽃이 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심지어 나무를 심은 것도 새 건물의 주인이었다.
- 이보시오. 당신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문제요. 결국 이 꽃나무는 나와 함께 커나갈 것이고, 종국에는 나의 죽음에 대한 커다란 화환이 될 테니깐 말이요.
- 인정 할 수 없다!
- 이런 고집쟁이 늙은 건물 같으니!
- 어디 한번 해보자는 거냐!
- 그래 어디 한번 해 봅시다!
그리고는 두 건물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그렇게 몇분의 시간이 지나갔고, 새 건물은 포기 한 듯 말했다.
- 간과하고 있던 것이 있었군요. 우리는 움직일 수 없소.
- 흥. 하지만 나에겐 세월이 준 무기가 있지.
- 뭐?
그때 늙은 건물의 현관이 열렸고, 그리고 바람이 불어 올라가 지붕에 있는 먼지와 부스러기를 새 건물 쪽으로 날려 보냈다.
- 퉤, 퉤퉤. 유치하기는······.
- 흥. 너도 해보시던가. 전자키 따위를 달아 놓았으니,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겠지!
- 됐소! 노망난 늙근이! 당신과는 말도 섞지 않을게요.
- 그럼 패배를 인정하는건가?
- 흥!
2011, 홍대 갤러리 아우라 개인전 대표 초대 작품 : 소담
잠깐잠깐 산들산들 지나가는 바람마저 잠시 멈춘 봄날. 봄꽃은 조용히 두 건물의 이야기를 들었다. 과연 자신은 누구의 것일까?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꽃이 된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물며 이 꽃은 며칠 지나지 않아 떨어져 땅의 것이 될 것을······. 모를 리가 없을 일이다. 그래서 꽃은 조용하게 눈을 감고 미소 지었다.
‘저 둘은 그저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이군. 좋은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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