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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Jul 24. 2017

커피가격의 ‘진짜’ 진실을 알랴주마.

회차 / 004





커피가격의 '진짜' 진실을 알랴주마.




지난번에는 커피원가가 300원이라매??? 너 왜 말이 바꾜?          



오늘도 카페는 재미있는 내용을 쓰고 싶은데, 오늘까지만 어쩔 수 없이 좀 머리 아픈 이야기를 써야 할 듯싶다. 아······. 다 필자 탓이니, 누구한테 뭐라 할 수도 없는 참 난감한 노릇이 아닐 수 없네. 체. 그래서 미리 경고 한다. 이 글은 길고 재미없고, 머리 아프고, 스크롤의 압박도 심하다.     

물론 지난번 연재에서도 누누이 말했지만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커피인 아메/라떼 기준으로, 비고정형 원가를 제외한 거라고 몇 번 말했다. 다시 새보진 않았지만 한 세 번 정도 쯤?     


사실 이번 연재부터 한 3회 동안은 ‘카페에서 몰래 식샤를 합시다.’ 연재를 할 예정이었다. 이런 원가 문제는 워낙 지엽적이고, 비고정적이며, 디테일해서, 이쪽 업계에 있는 분들 아니면 별 관심도 없고, 대충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좀 지루한 맛이 없지 않는 연재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도 좀 애매하게 미완의 연재로 남겨 두었기 때문에 몇 분께서 커피 원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주셨고, 필자 역시 결국 하고 싶은 말을 다음으로 미뤄버리는 바람에 생긴 오해라서 굳이 연재 순서를 바꿔서 오늘 <커피가격의 ‘진짜’ 진실을 알랴주마.>를 포스팅 하기로 했다.     


- 아. 그럼에도 커피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내용은 아닐 듯 싶·······.     




일단 커피의 ‘진짜’ 원가를 계산 하는데 알아야 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내가 원하는 커피를 만드는데 필요한 원재료 값이다.   

  

지난 번 연재에서 필자가 말한 것이 이 첫째에 해당한다. 원재료 값. 말 그대로 다른 어떤 비용도 추가하지 않고, 커피 한잔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료의 값을 계산한 것이다. (그래서 아메리카노 한 잔에 싼 데는 170원 좀 괜찮은 데는 300원 정도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둘째. 커피를 만드는데 필요한 원재료를 제외한 비고정형 유무형의 비용이다.    

 

지난 번 연재에서는 이 비고정형 값을 제외한 순수한 커피의 재료값을 계산했다면, 이번에는 이 비고정형 값을 넣은 커피의 원가를 계산해 보고자 한다.     


솔직히 자신은 없다. 이 비고정형 원가라는 것이 워낙 카페마다 천지차이고, 딱히 어떤 계산식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말이다.     


해서 일단은 내가 운영하는 카페를 기준으로 계산을 하고, 이건 거의 필자의 카페가 최저라고 생각하면 될 듯싶다. 그러니깐, 다른 카페들은 어디든 간에 필자가 운영하는 카페보다 비고정형 원가가 높을 것이다.      

'쳐웃는 레몬생강라떼'. 옛날엔 이런것도 많이 만들고 그랬는데......




자 그럼 이제 일반음식점 또는 휴게음식점의 비고정형 원가가 무어인지 알아보자.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유무형의 원가 중에 대표적인 것이 임대료와 인건비다. 비고정형 원가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라서 이것들이 대표적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꽤 많은 비고정형 원가가 있다.     


일단, 가볍게 나열해 보면      


임대료 + 인건비 + 전기료 + 물 값 + 인테리어 비용 + 시설투자비의 3/4 + 의무보험 + 세금 + 심지어 면허 유지비용까지 넣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권리금 - 나갈 때 권리금 = α>까지 계산하면 얼추 비고정형 원가가 계산이 된다.     


좀 심하게 넣으면 권리금과 보증금에 대한 이자수익까지 넣을 수 있다. 솔직히 기회비용까지 따지면 맞는 말이지만 장사하는 사람이 그것까지 넣어서 장사하려면 장사할 마인드가 없는 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그건 뺐다. 장사도 엄연히 투자고 모험이다. 그 정도 리스크를 않지 않고 커피 값에 녹이겠다는 것은 같이 장사하는 입장에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튼.     


위의 비고정형 원가를 계약 기간(임대 개월 수)으로 나누어 월별로 붙여 넣고, 여기에 재료 매입가격을 더해서 월별 매출로 제하면 대충 월별 마진율이 나온다. 이걸 1년간 기록해 놓으면 연간 마진율이 나오는 것이고.     


아이씨······. 겁나 복잡······. 글 한번 잘못 써서 내가 뭐하고 있는지·······. ㅠ        

    

처음 계약 시 보통 2년 단위로 함으로 24개월 기준으로 살짝 정리해보면,   

  

(1개월 매출 - 1개월 순수 재료값) + (2개월 매출 - 2개월 순수 재료값) ······· (24개월 매출 - 24개월 순수 재료값) = 24개월 마진율을 A라고 할 때.     


아놔. 이거 뭐 어떻게 계산하는 식을 고등학교 때 배운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남. ㅠ     


A - 비고정형 원가 = 순이익 B 되겠다.     


이 B를 24개월로 나누면 월평균 순이익이 나오고, 이걸 기준으로 커피 한잔의 진짜 원가를 계산하면 된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당신은 최소 이과!      


될까?     


안 될 거라고 본다.


이유는?     


카페에서 파는 메뉴가 아메/라떼만 있는 것이 아니니깐 말이다. 심지어 여름에는 주스나 스무디, 에이드가 커피보다 더 많이 팔리는 달이 많다.     


아주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여기에 아메/라떼 및 다른 메뉴의 판매 비율을 계산해서 또 나누고볶고지지고해야 하는데·······. 와······. 그것까진 진짜 못하겠다. 회계사 끼고 하던가 해야지 원······.     


즉,


순수하게 커피의 원가를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그럼에도 심리적인 원가 계산은 가능한데, 해서 여기에서는 10년이 넘게 이쪽 업계를 전전긍긍하며 돌아다닌 통밥으로 얼추 계산을 해 볼 요량이다. 그 점은 양해 부탁드린다.     


마시멜로우 핫초코. 달다 달아.... 결국 만들어 놓고, 팔지 않기로 한 메뉴.




일단 내가 지금 카페를 운영한지는 1년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월별 매출을 따져 보았더니, 평균 490만 원쯤 나왔다.      


국가적인 문제로 인해 작년 말부터 올 2월까지 거의 월세만 간신히 막았다지만, 일단 매출이 ㅋㅋㅋ 매우 부끄럽다.    


매월 들어가는 가장 큰 비용이 전기세 물세 임대료 재료값 보험 및 세금의 12개월 평균(아주 디테일하게는 안했고, 매월 정부에 기록해 둔 것을 합쳐 보았더니)이 290만 원쯤 나왔다. 여기에 인테리어와 설비 1/4을 더해서 24로 나누면 월 50만원이니,       


490 - ( 290 + 50 ) = 150만원이 나의 인건비로 떨어진다.     


이 계산이 왜 가능하냐면 나는 혼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을 고용해서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따로 넣고, 계산을 해야 한다.     


즉, 커피 한 잔의 원가를 계산한다는 것은 카페마다 천차만별인 것이다.

  

그럼에도 비근하게 계산해보면 크게는 매출대비 순이익이 32%정도니깐, 우리카페 1,500원짜리 커피의 원가는 약 1,116원쯤이라고 그냥 생각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위에도 이야기 했듯이 진짜 원가는 각 메뉴별로 따로 다 계산을 해서 나누고볶고지지고·······. 심지어 알바라도 한 명 고용하면 원가는 더 올라가겠지?     

맘에 드는 손님에게만 끼부렸던, 3D라떼. 요즘은 더 잘만 든.....




쉽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내용을 A4 3장 반을 두드렸더니 머리에서 쥐가 나려고 한다.    

 

해서 이제는 이 원가를 바탕으로 조금 흥미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바로 내가 왜 저런 가격으로 커피를 팔게 되었냐는 이야기다.     


     



또 짠내 나는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듯싶다.     


필자가 로스팅을 시작한 이유는 집에서 맛있는 커피를 싸게 먹고 싶어서였다. 그게 한 15년 전인데, 월드컵이 있어서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우연찮게 소설책을 출판하게 되면서, 꼬라지에 나름 작가라고 우기며 우아하게 직접 내린 커피 한잔을 때리면서(?) 집필을 해야 한다는 이상한 편견이 있었다.     


미친 거지. ㅋㅋㅋ
내가 작가라닠ㅋㅋㅋㅋ  


해서 저렴한 핸드드립 세트를 준비해서 마트에서 구입한 원두로 커피를 내려 먹기 시작했다가 커피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공부를 시작했다. 뭐, 깊이 있는 공부는 아니고,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가며 얕고 넓게 정보를 모았다.      


그러던 중, 집에서도 충분히 원두를 볶을 수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고, 과감히 프라이팬  로스팅을 시작으로, 수망을 넘어 자작 통돌이까지, 참 열심히도 볶았다.   

   

그렇게 2년 정도 집에서 로스팅을 하면서 카페에 대한 꿈이 스멀스멀 자랐고, 결국 다시 1년 뒤, 가로수길 이면도로에 작은, 아주 작은 카페를 열게 됐다. (이때 혼자서는 힘들어서 디자인용품 점 안쪽 베이커리 공간으로 사용 되는 곳을 인수했다.)      


이때, 원두의 소비가 늘어서 드디어 800g급 전동 로스터(역시 수제로 제작)를 구입했고(요즘의 칼디 같은 느낌인데, 좀 크다.) 이때부터 내 로스터의 인생이 시작됐다.     


한 2년 정도 지나서 나의 원대했던 첫 카페를 시원하게 후르륵~ 말아먹었고, 한 3년을 방황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도 이곳저곳 커피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어서 로스팅을 계속 해 왔고, 3년 뒤 대망의 커피트럭 사업을 구상해서 커피 머신과 다마스 커피트럭까지 준비를 했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업은 시작도 못하고, 접게 됐다.      

하지만 이때 커피트럭을 준비한다고, 6개월 간 커피를 거의 300Kg을 넘게 볶은 것 같다. 그냥 버린 원두만 100Kg이 넘었고, 거의 대부분은 지인들에게 강제로 떠 넘겼다. 대신에 그러면서 로스팅에 조금 자신이 붙었다.      

당시 로스터기가 직화식이기 때문에 아무리 같은 조건으로 로스팅을 해도 맛이 천지차이로 달라졌고, 그것을 간신히 잡고 나니, 이제는 로스팅 공간의 환경(온도 습도)에 따라 시간 조절을 하는 것을 얼추 이해 할 수 있었다.     


지금 로스터기도, 쿨러에 교반기능이 없.... ㅠ 빨리 더 좋은 로스터기를 사고 싶....



프로파일? 


그런 건 꿈도 못 꿨다. 로스팅 머신이 뭐, 프로파일을 사용 할 수 종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내 꿈은 프로파일을 놓고 로스팅 할 수 있는 로스팅 머신을 구입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이야 300만원대 로스팅 머신이 많이 나와서 로스터기를 접하기 쉬워졌지만, 당시에는 거의 800에서 비싸면 2000만원까지 매우 고가였다.     


결국 커피 트럭은 1년간 준비만 하다가 끝이 났고, 조그마한 카페에 스페셜티 커피를 소량 로스팅 해주며 가게를 봐주는 일을 조금 하다가, 5년 전 뮤지컬 홀이 있는 건물 1층에 로스터 겸 점장으로 취직하게 됐다.     


이때 처음으로 원 없이 커피를 팔았다. 괜찮은 뮤지컬이 잡히면 뮤지컬 공연이 있는 기간 동안은 하루 딱 2시간에 150만원의 매출이 잡히기도 했으니깐······.     


덕분에 로스팅도 원 없이 해야 했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프로파일이 가능한 로스터기도 빚을 내서 구입했다.(그래봐야 1Kg급 300만 원 짜리) 한 달에 볶아야 하는 커피가 약 80Kg인데, 기계를 설치할 때가 없어서 동두천에 있는 주말농장에 설치해서 1주일에 한번 씩 들어가서 약 20Kg씩 볶았다. 로스터기가 1Kg급이라, 연속 배전으로 20배치를 해야 하는 중노동이었다. 거의 2년간 매주 한번 볶을 때 거의 6~8시간씩 볶았으니······. 로스팅 실력이 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처음엔 반열풍식에 적응 하느라, 원두를 많이 버리긴 했다.)  

   

그리고, 2년 뒤.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오후 4시에 출근해서 새벽 2시에 퇴근하다보니, 생활리듬이 많이 깨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피부가 완전 뒤집어······. -_-     


결국 손에는 경기북부권 작은 도시 어디 구석에 조그마한 카페 하나 열 수 있는 돈이 있었고, 나 하나쯤은 벌어먹을 수 있을 거란 판단 하에 작년 5월 카페를 열었다.     


다행히 권리금도 없는 곳이었고, 인테리어비도 최소한으로, 설비도 최소한으로 해서 들어왔다. 당시만 해도 근처 상권이 살아 있어서 첫날 100여잔 정도를 팔았는데, 3달 사이로, 근처 오래된 상가들이 재개발이 들어가면서 약 2년간 상권이 주무시는 상황이 발생했고, 내가 오픈하기 전까지 없었던 카페들이 무려 3개나 오픈을 했다. 개중에는 인테리어비만 1억이 넘는 브런치 카페부터, 로스터기가 카페 있는(나는 동두천 주말농장에 있다. ㅠ) 로스터리 카페에 메*커피까지······. (덤으로 내가 오픈하기 전부터 쥬*도 있었다.)    

 

딱 3달까지는 좋았는데, 그 이후로 상권의 취침(?)상태, 경쟁업체 오픈, 탄핵사태 발생······. 등의 악재로 매출이 반 이하로 줄었다.             


그럼에도 지금은 다시 처음의 80%대로 매출이 올랐고, 이것은 오직, 단골들의 힘이다.   

   

처음 가격을 결정 할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엄한 장소에 카페 같지 않은 분위기(내 카페는 인테리어를 거의 안 해서 좀 가정집 느낌이다.)를 가진 카페가 성공 할 수 있을까?”     


였다.     


다만 맛은 자신이 있었고, 맛은 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이라서, 가격을 후려치기로 결정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주요했다.      


어차피, 테이크아웃 기준으로 아메/라떼를 = 1500/2500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제품들의 가격은 동네 평균으로 정했고, 테·아메의 가격을 보고 들어오신 손님들이 커피를 드셔보시고 단골이 되셔서 꾸준히 찾아 주시는 것이 내가 이곳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였다.     


그렇다.


만약, 프랜차이즈였거나, 알바를 썼거나, 인테리어를 거창하게 했다거나 내지는 부양할 가정이 있었으면 절대 저 가격으로 버틸 수가 없다. 그런 모든 조건이 맞아져서 저 가격으로 버틸 수 있다. 그것도 간신히.     


그리고


조만간, 이곳을 떠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약 1년 3개월간 다시 모든 책임을 가진 내 카페를 운영했고, 앞으로 도 몇 개월을 운영해야 하지만, 이 장소에서 업그레이드는 무리라는 판단이 들고 있는 중이다. 가격도 한번 정해놓아서 상호를 바꾸지 않는 이상 올릴 수도 없기에······.     


지금은 일단 버티면서 나중을 준비하고 있다.      


단, 그래도 재미있게 오늘도 카페에 나와 일을 한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있는 동안 카페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왜냐? 재미도 있고, 다음 카페를 더 재밌고 멋기게 업그레이드 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마 내년에는 다시 서울로 옮겨 새로운 상호로 새롭게 시작 할 예정이다. 그간, 15년 동안의 모든 경험과 배움을 바탕으로 만든 나의 마지막 카페를 말이다.          


   






와.

겁나 재미없는 내용을 A4 6장 반을 썼다. -_-;     

뭐, 자업자득······.     

다음부턴 좀 재밌는 이야기들로 만나볼까?

일단 먹는 이야기라서, 지금보단 훨씬 나을 듯······.                    



그럼 빠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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