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에서 일본군이 저지른 갑작스럽고 범죄적인 공격은 지난 10년 동안 계속된 국제적 부도덕의 극한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힘이 세고 책략적인 악당들이 전 인류를 공격하기 위해 함께 뭉쳤습니다. 그들은 지금 미합중국에까지 도전하고 있습니다. 일본 국민은 피차간에 오래 지속된 평화를 배반하고 짓밟았습니다. 많은 미국 군인들이 적의 공격으로 죽어갔습니다. 미국 선박은 침몰하고 미국 항공기는 파괴되었습니다. 이제 미국 의회와 국민은 그들의 도전을 받아들였습니다.
자유를 애호하는 다른 나라의 국민들과 함께 우리는 지금 어떠한 공격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 속에서 공동의 예의를 지키며 세계의 우방들과 함께 살아갈 권리를 유지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전 지난 날 우리와 일본과의 관계를 적은 충분한 기록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것을 의회에 제출할 것입니다. 그 기록은 88년 전에 페리 제독이 일본을 방문한 것으로 시작하여, 지난 일요일 일본 공군기들이 우리의 국기와 우리의 군대, 우리의 시민들에게 폭탄과 기관총탄을 퍼붓고 난 한 시간 뒤에 두 명의 일본 관리가 국무장관을 방문한 것까지 기록 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미국인이나 혹은 천 년 후의 미국인을 막론하고,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모든 국가에게 공평하며 태평양 지역에서의 영광스러운 평화를 이룩하고자 끊임없이 애쓰는 우리의 인내와 노력에 대하여, 저는 자부심 이외의 어떠한 것도 느낄 필요가 없으리라는 것을 최대의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이나 혹은 지금부터 천 년 후일지라도 정직한 사람은 누구나 우리의 한복판에서, 그들의 특사가 내흔든 평화의 깃발 바로 그 이면에 숨겨진 일본의 군사 독재자들이 저지른 배반 행위에 분노와 증오심을 억누를 수 없을 것입니다.
아시아에서 지난 10년 동안 일본이 걸어 왔던 과정은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걸어 왔던 과정과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그들이 걷고 있는 과정은 유사한 정도가 아닙니다. 그들이 걷고 있는 과정은 협력체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아주 치밀하게 계획된 실제적 협력체인 까닭에 지금 지구상의 모든 대륙과 모든 대양은 추축국의 전략가들에게 하나의 거대한 싸움터로 간주되고 있는 것입니다.
10년 전인 1931년, 일본은 아무 예고도 없이 만주를 침략했습니다.
1935년, 이탈리아는 아무 예고도 없이 이디오피아를 침공했습니다.
1938년, 히틀러는 아무 예고도 없이 오스트리아를 점령했습니다.
1939년, 히틀러는 아무 예고도 없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략했습니다.
1939년 후반에 히틀러는 아무 예고 없이 폴란드를 점령했습니다.
1940년, 히틀러는 아무 예고도 없이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를 침략했습니다.
1940년, 이탈리아는 아무 예고도 없이 프랑스와 그리스를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1941년인 금년에 추축국들은 아무 예고도 없이 유고슬라비아와 그리스를 공격하고 발칸반도를 제압했습니다.
또한 1941년에 히틀러는 아무 예고 없이 러시아에 침입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일본은 아무 예고도 없이 말레이 반도와 태국, 그리고 미국을 공격해 왔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은 모두 하나의 방식인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결같이 전쟁 속에 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미국 역사상 가장 엄청난 과업을 떠맡은 협력자인 것입니다. 우리는 불길한 뉴스건 기쁜 뉴스건, 패배건 승리건, 변화무쌍한 무운武運을 함께 나누어야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전황이 모두 불리했습니다. 우리는 하와이에서 심각한 패배를 당했습니다. 필리핀의 아군은 그곳 연방의 용감한 국민들과 함께 강타를 당하고 있지만 성공리에 방어하고 있습니다. 괌 섬과 웨이크 섬과 미드웨이 섬으로부터의 전황 보도는 아직도 혼전 상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 곳의 전초 기지들을 모두 빼앗겼다는 발표를 각오해야 하겠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에 발생한 사상자의 수는 분명 클 것입니다. 저는 우리 군인들의 가족 모두와 폭격을 당한 도시의 시민들의 재난을 뼈아프게 여기는 바입니다. 저는 오직 그들에게 가능한 한 신속하게 소식을 들려주어야겠다는 진지한 약속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정부는 국민의 끈기를 믿으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대로 빨리 국민들에게 사실을 밝힐 것입니다.
첫째, 상황보고는 명백히, 그리고 공식적으로 확인되어졌다는 조건이어야 한다.
둘째, 접수된 당시의 상황보고의 발표는 적에게 직접*간접적으로 유리한 것이어서는 안 되겠다는 조건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에게 모든 유언비어를 물리치시라 간절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전쟁 때에는 참극에 대한 보잘 것 없는 풍문도 금방 퍼지는 법입니다. 풍설은 검토되고 평가되어져야 합니다.
한 가지 예로, 저는 진주만에서 우리 전함의 정확한 피해에 관하여 앞으로 더 조사를 해보지 않고는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여러분께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틀림없이 피해는 큽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복구될 수 있는 피해인가, 또한 필요한 복구가 얼마나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그것을 알지 못한다면 누구도 피해의 심각성을 단언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일본 항공모함 한 척이 파나마 운하 근방에 나타났다가 침몰했다는 일요일 밤의 성명을 인용하겠습니다. 이른바 ‘권위 있는 소식통’에서 나왔다는 성명을 들을 때면, 여러분들께서는 전쟁을 하는 마당에 ‘권위 있는 소식통’이란 실제로는 권위가 있는 그 어떤 존재도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풍문은 대개 적의 소식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예컨대 지금 일본 정부는 하와이에 대한 단 한 차례의 공격의 결과로 태평양에서 재해권을 장악했노라고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치스가 수없이 활용했던 낡은 선전술(Propaganda)입니다. 이와 같은 황당무계한 주장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우리에게 공포와 혼란을 퍼뜨리고, 사람들을 선동하여 자기들이 몹시 얻고 싶어 하는 군사정보를 드러내게 하자는 데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런 명백한 계략에 말려 들어가지 않을 것이며, 우리 국민들도 역시 그러할 것입니다.
우리의 자유롭고 신속한 보도는 전쟁 때에도 크게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 각자가 명심해야겠습니다. 머나먼 전투 지역으로부터 충분하고 즉각적이며 정확한 보도를 받기란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해전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무선 통신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에 있어서 각 부대의 지휘관이 무선 통신으로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는 것은 때때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보고 사항이 적에게 이용될뿐더러, 아군의 위치와 방어 또는 공격 계획을 노출시키게 될 것이라는 간단한 이유에서입니다.
작전 정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거나 부인하는 데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이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실을 안다면, 그리고 사실이 밝혀져도 적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민에게 사실을 숨기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신문과 라디오 방송, 다시 말해서 미국민의 눈과 귀에 닿는 모든 보도 매체에 대하여 나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는 바입니다. 즉 여러분은 지금뿐만 아니라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 국가에 대하여 매우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우리 정부가 진실을 충분히 털어 놓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거기에 대해 말할 권리가 얼마든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식적인 소식통이 전하는 바와 같은 사실이 없을 때에는, 여러분은 확인도 안 된 정보를 절대 진실인 양 사람들이 믿도록 취급할 권리가 없는 것입니다.
각계각층의 모든 시민은 똑같은 책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육․해군의 생명과 이 나라의 모든 미래는 우리 각자가 조국에 대한 의무를 다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태도 여하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이제 얼마 전의 과거와 미래에 관해서 한 마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프랑스가 붕괴된 지 일 년 반이 지났습니다. 프랑스가 무너질 당시, 전 세계는 추축국들이 오랜 세월을 두고 건설했던 기계화의 힘을 처음으로 깨달았던 것입니다. 미국은 지난 일 년 반을 매우 유리하게 활용해 왔습니다. 적의 공격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우리에게 미치리라는 것을 알고, 우리는 현대전의 수요에 대비할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우리 공업의 역량과 능력을 증진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추축국의 침략에 저항할 수 있는 나라에게 방대한 양의 전쟁 물자를 보냄으로써 아주 귀중한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우리의 정책은 히틀러나 일본에 저항하는 어떠한 나라의 방위도 결국 바로 우리 자신의 방위가 된다는 기본적 진리에 목표를 두었던 것입니다. 이제 그 정책이 옳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정책으로 우리는 우리 나라 생산의 일관 작업 체계를 세우는 데 값비싼 시간을 얻었습니다.
일관 작업 체계는 지금 가동 중에 있습니다. 다른 작업 체계도 완성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전차와 항공기, 대포와 선박, 포탄과 장비를 꾸준히 생산해 내는 그 모든 것이 지난 18개월 동안 우리가 성취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의 시초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교활하고 강력한 악당들에 대항하여 장기전을 치를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겠습니다. 진주만에 대한 공격은 양쪽의 대양大洋이나 혹은 우리 두 연안의 어떠한 지점, 그리고 북반구의 모든 지역에서 되풀이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장기전일 뿐만 아니라 고된 전쟁이며, 지금 우리의 모든 계획이 수립되는 토대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필요로 하고 요구하는 것, 즉 돈과 물자 그리고 두 배나 네 배, 아니 한없이 증가하는 생산을 측정하는 척도인 것입니다. 이 생산은 단지 우리의 육․해․공군을 위한 것뿐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메리카 대륙과 세계를 통틀어 나치스와 일본의 군국주의자들과 싸우는 모든 나라의 육․해․공군을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나는 오늘 생산의 문제에 관하여 이야기 했습니다. 정부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광범위한 정책을 결정했습니다.
첫째, 필요 불가결한 원료의 생산을 포함하여 현존하는 모든 생산품은 각 전쟁 산업에서 주당週當 7일간을 토대로 작업을 함으로써 촉진하는 것입니다.
둘째, 정책은 지금 형성되는 중인데, 새로운 공장을 더욱 많이 건설하고 낡은 공장을 개축하며, 그리고 전쟁에 필요한 많은 소규모 공장을 이용함으로써 생산 능력의 증대를 재촉하는 것입니다.
지난 여러 달 동안 어려운 길을 걸어오면서 우리는 때때로 장애와 고난, 불화와 논쟁, 무관심과 냉담을 겪었습니다. 허나 그 모든 것이 이제는 지나갔으며 잊혀진 것으로 확신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금 워싱턴에 각자 자기의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로 인정받는 남녀들이 모여 구성한 조직체가 있습니다. 나는 그 많은 분야에서 사실상 저마다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일찍이 보기 드문 협력을 하며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앞길에는 주․야 구별 없이 매 시간, 매 분 쉬지 않고 감행해야 할 고된 작업이 놓여 있습니다.
나는 우리 모두가 앞으로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희생이라는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미합중국의 육군, 혹은 해군에 종사하는 것은 희생이 아니라 오히려 명예입니다.
생산업자나 유통업자, 농부나 상인, 열차 승무원이나 의사가 더욱 많은 세금을 바치고 더욱 많은 채권을 사며, 여분의 이익을 바라지 않거나 또는 가장 적절한 작업에 오랫동안 열심히 종사하는 것은 희생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광인 것입니다. 국방력이 내핍 생활을 요청할 때 일용품들이 극도로 부족해져도 그대로 참고 지내는 일은 희생이 아닙니다.
나는 오늘 아침에 세밀히 조사를 해본 결과, 우리가 현재로선 일상 식품을 줄일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든 국민에게 식량이 충분할 뿐 아니라, 우리 편에 서서 싸우고 있는 우방국 국민들에게 보내고도 남을 만큼 식량이 넉넉합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사용해야 할 각종의 금속품은 아주 부족한 형편입니다. 이는 우리 계획의 확장으로 지난해에 민간용 물품에 활용되었던 주요 금속품의 절반 이상이 전쟁 목적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상에 필요한 많은 물건을 전적으로 포기해야 하겠습니다.
나는 이 나라 방방곡곡의 모든 국민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개인 생활에서 단단한 각오가 되어 있다고 확신하는 바입니다. 나는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국민이 전쟁에 소요되는 재정적 비용의 상당한 부분을 기꺼이 부담하고 포기하도록 요청되는 물건을 기꺼이 포기하리라고 확신합니다. 나는 국민이 전쟁의 승리에 없어서는 안 될 모든 정신적 재산을 굳건히 지켜 나아가리라고 확신하는 바입니다.
나는 미합중국이 최후의, 그리고 완전한 승리 이외의 어떠한 결과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거듭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일본의 파렴치한 배신행위를 쓸어 없애야 할 뿐 아니라, 어떠한 곳에 존재하든 간에 국제적 야수성의 밑뿌리도 철저하게 결정적으로 제거되어야 합니다.
나는 어제 의회에 보낸 교서에서 “이런 형태의 배신행위 때문에 우리가 위험에 빠지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해 둘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보장을 성취하기 위해 미국이 다른 인류로부터 고립되어도 살아갈 수 있다는 환상을 단호히 물리치고, 우리 앞에 놓인 중대한 과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지난 몇 년, 특히 지난 며칠 동안 우리는 가장 뼈저리게 무서운 교훈을 배웠습니다. 우리가 배운 교훈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전사한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의무인 것입니다. 그들의 자녀와 우리의 자녀에 대한 우리의 성스러운 의무인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배운 교훈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폭력 행위의 원리가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국가나 개인을 위한 안전 보장과 같은 어떠한 것도 없습니다. 어둠 속에서 살금살금 기어 나와서 예고 없이 강타하는 강력한 침략자들에 맞선 난공불락의 방위와 같은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양쪽의 대양에 감싸인 우리의 북반구가 혹독한 공격에 벗어나 있지 않다는 것, 지도상의 마일 수의 형식으로 우리의 안전을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적이 완전무결하게 때를 맞추어, 능란하게 꾸민 찬란한 기만극을 연출했다는 것을 인정해도 좋을 듯싶습니다. 그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이 비열한 행위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치스 식으로 감행된 현대전이라는 것이 더러운 것이라 하더라도 그 사실을 외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전쟁이 싫은 것입니다. 우리는 전쟁에 끼여들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에 끼여들고 말았으니 수단과 방법을 다해 싸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나는 어떠한 미국 국민도 이런 범죄의 가해자들에 대해 적절한 응징을 행사할 우리의 능력을 의심할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본이 미국을 공격하지 않으면 전쟁이 끝났을 때 전리품을 자기네와 함께 나누어 가질 수 없다고 여러 주일에 걸쳐 독일 정부가 일본에게 말했던 사실을 미국 정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일본은 전쟁에 합세하면 태평양의 전체 지역을 완전하고도 영원히 지배할 수 있다는 약속을 독일 정부로부터 받았던 것입니다. 이 경우 태평양의 전체 지역의 지배란 극동과 태평양의 여러 군도들뿐만이 아니라 북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지역의 서해안을 장악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또한 독일과 일본이 합동 계획에 따라 그들의 육․해군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추축국을 돕지 않는 모든 국가와 국민은 각 추축국의 공동의 적으로 간주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저들의 단순하고 명백한 일대 전략인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미국 국민들은 그것에 맞설 수 있는 길은 오직 그와 비슷한 거대한 전략뿐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예컨대 태평양에서 우리 미국에 대한 일본의 승리는 리비아에서의 독일군의 작전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또한 코카서스에 대한 독일의 승리는 네덜란드령 동인도 제도에 대한 일본군의 작전에 필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 그리고 알제리와 모로코에 대한 독일의 공격은 남아메리카에 대한 독일의 공격에 길을 터준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 도식圖式과는 반대로 우리는 세르비아에서 독일군에 저항하는 게릴라전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독일군에 맞선 소련군의 성공적인 공세가 우리를 돕고 있다는 것, 그리고 육․해군을 막론하고 세계의 어느 지역에서든 영국군이 거둔 승리는 우리의 힘을 강화시켜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공식적인 선전포고와는 상관없이 바로 이 시점에서 영국과 소련에 대해 전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이나 미국과도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우리는 항상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독일은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 지역의 모든 공화국을 저들의 적의 범주 속에 넣고 있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것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국민들은 영광스러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참다운 목표는 추악한 전쟁터를 멀리 뛰어넘는 데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가 폭력에 호소할 때, 그것은 눈앞의 악에 항거함과 동시에 궁극적인 선을 얻기 위한 것임을 우리는 믿습니다. 우리 국민은 파괴자가 아니고 건설자인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그것은 정복을 위해서나 보복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와 이 나라가 대변하는 모든 것이 우리 자손들이 마음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계를 건설해 주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일본으로부터의 위험을 제거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렇지만 그 일을 성취했다 하더라도 세계의 여타 지역이 히틀러와 무솔리니에게 지배당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전혀 쓸모없는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전쟁에서 승리하려고 하며, 또한 평화를 쟁취하려고 합니다. 오늘의 어두운 시간 속에서,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어두운 나날을 통해서 우리는 인류의 대다수가 우리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들 중의 대부분이 우리와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는 우리를 위해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의 대의大義를 실현함과 동시에 그들의 대의를 실현하는 것이며, 하느님 밑에서의 자유를 위한 우리의 희망인 동시에 그들의 희망을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이 연설문은 일본이 말레이 반도와 태국, 그리고 미국을 공격했을 때 루스벨트가 행한 연설이다.
- 출처 <세계의 명연설> (전대수 편역, 범우사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