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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웅진 Sep 11. 2024

천하무적 로마군을 궤멸시킨 한니발의 누미디아 기병

기병 이야기



오늘날의 알제리 북부에서 살던 누미디아인들은 유목민이었다. 

몽골인들처럼 초원에 풀려 키워지던 수많은 가축을 돌보기 위해 어릴 때부터 말을 타는 데 익숙했던 그들은, 말의 목에 건 밧줄만으로 말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우수한 기병이 되었다. 


https://www.thelatinlibrary.com/imperialism/notes/numidia.html

노란색 지역이 누미디아, 그 오른쪽의 보라색 지역이 카르타고








동지중해의 페니키아인들이 오늘날 북아프리카의 튀니스(튀니지의 수도)로 이주해 건설한 국가인 카르타고의 권력자들은, 누미디아 기병들을 막대한 돈을 주고 용병으로 고용했다. 

갑옷을 입지 않고 가죽으로 만든 방패와 던지는 창, 단검만으로 가볍게 무장한 누미디아 기병들은 적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민첩하게 투창을 던지며 공격해 적을 혼란시키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전술을 사용했다. 


로마의 역사가 리비우스는 ‘아프리카 최고의 기병’이라며 누미디아 기병들을 찬양했다.

 제1차 포에니 전쟁 때 로마군에 패해 실의에 빠진 아버지에게 “제가 반드시 로마를 멸망시킬게요”라고 약속한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이들과 함께 제2차 포에니 전쟁에 나선 것도 당연했다.


한니발과 함께 스페인에 있던 카르타고의 식민지를 출발해 눈 덮이고 험준한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의 본토인 이탈리아를 침공하는 데 성공한 누미디아 기병들은, 한니발이 로마군과 싸울 때마다 이길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였다. 



비슷한 수의 다른 나라 군대와 싸울 때 로마군은 거의 늘 이겼다. 

하지만 기원전 218~202년 당시 한니발의 지휘를 받는 누미디아 기병들은 로마 보병들 그리고 ‘무기를 들고 말 위에 앉아 있는 귀족’일 뿐이던 로마 기병들에게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기원전 216년 8월 2일에 이탈리아의 칸나이 평원에서 벌어진 전투에서는 누미디아 기병을 포함한 카르타고군 5만 명이 로마 보병 7만 명을 죽이거나 포로로 잡기까지 했다. 

한니발은 칸나이 전투 전에 누미디아 기병들로 하여금 로마군 진영을 몰래 살펴보고 오게 함으로써 정보를 얻었는데, 이러한 누미디아 기병들을 활용한 정찰 또한 한니발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한니발을 이탈리아에서 유인하기 위해 해군의 도움을 받아 카르타고로 원정을 떠난 스키피오는 한니발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사용했다. 바로 누미디아에서 내전이 일어난 것을 이용하여 누미디아의 왕 마시니사를 친구로 만든 것이다. 

이로써 스키피오는 카르타고의 자마에서 한니발을 무찌를 수 있었다. 결국 카르타고는 로마와의 전쟁을 포기했고, 로마는 훗날 카르타고와 누미디아를 흡수해 제국이 되기 위한 기초를 다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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