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요인: 운 vs 노력
마이클 센델이 던진 질문 "능력주의는 공정한가?"에 대하여
노력과 행운, 둘 중 성공하는 데 있어 더 큰 비율을 차지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마이클 센델의 '능력주의'에 대해 수업하시던 선생님께서 넌지시 던지신 질문 하나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 당시 나 포함 총 17명이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나 빼고 모두가 행운에 손을 들었다. 이 질문에 대해 마이클 센델은 어떠한 대답을 내놓았을까? 마이클 센델이 들려준 능력주의에 관한 강의를 먼저 정리해보려 한다.
과연 능력주의는 공정한가?
오늘날, 사회에선 철저히 능력을 기준으로 누군가를 인정하고 대우한다. 자신이 인정을 받고 성공하려면, 그에 맞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 사람들은 끊임없이 노력한다. 마이클 센델은 오로지 '노력'하면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연해진 사회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열심히 노력만 하면 원하는 능력을 갖추고 성공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마이클 센델의 대답은 "NO"이다. 천부적인 재능, 재력, 운과 같은 요소가 노력보다 훨씬 크게 작용하고, 아무리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도 천부적인 운을 지닌 사람의 능력을 따라잡기는 매우 힘들다. 아니,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 불공평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노력만을 강조한다. 내가 성공하면 그것은 내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고, 내가 실패하면 그것은 부족했던 내 노력 탓이다. 결국 성공한 사람들은 자만의 늪에, 실패한 사람들은 자기반성의 늪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대로 대우받는 사회, 겉으로 보면 꽤 공정해 보이는 사회. 마이클 센델은 이러한 능력주의 사회에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능력주의는 공정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마이클 센델의 강의는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아무리 출발선이 다르더라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이 글의 맨 처음 질문에 대해서 모든 아이들과 반대되는 의견을 자신 있게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었다. 마이클 센델의 강의에 대한 수업을 마치고 맨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 보았다. 아직도 나는 성공에 있어서 노력이 행운보다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고 있나? 그렇다.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대신 마이클 센델의 강의에서 들었던 몇 가지 의문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성공한다는 건 무엇일까?
능력에 따라 성공한다는 능력주의에서 나는 성공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성공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회적 지위, 인정, 부와 같은 것들이 될 수 있겠다. 누군가에겐 성공이 행복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고 인정받는 자리라 해도 행복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꽤 많을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천부적으로 재능이나 운을 타고난 사람들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은, 어떤 면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일까?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성공을 경제적으로 정의하는 것이겠다. 엄청난 대기업의 사장, 연예인, 유명인들을 보며 우리는 천부적으로 재능 혹은 운을 타고난 사람들이라 일컫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엄청난 연봉을 보고 우리는 노력의 한계를 느낀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성공은 대게 경제적인 성공을 뜻하는 것 같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생 목표가 돈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가 유명인들처럼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더라도 좌절할까? 능력주의에 대해 얘기할 때 성공은 과연 어떤 성공을 의미하는 걸까?
노력을 믿을 수 없다면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과연 경제적인 성공을 하지 못해 좌절하는 사람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마이클 센델은 많은 사람들이 천부적인 재능, 운을 타고난 사람들의 성공을 부러워하며 노력을 하지 못한 자신을 탓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자기혐오의 길로도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음.. 정말 우리가 엄청난 부자들을 보며 자신의 노력을 탓할까? 정말 천부적인 재능, 재력으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극소수에 달한다. 이들은 정말 예외적이고 드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의 3%가 이러한 부자들이라 생각한다면, 나머지 97%는 열심히 노력한다. 노력이라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더라도,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많은 사람들이 거의 비슷한 출발선 상에 서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천부적으로 운을 타고난 정말 소수의 사람들을 보고 노력보다 행운이 성공의 더 큰 요인이라 말할 수 있을까?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있다. 세상에는 천재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지만 진정한 천재는 정말 극소수이다. 나머지 학생들은 그러한 천재에 비하면 노력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학생들이다. 결국 이와 같은 맥락 아닌가? 마이클 센델은 노력이 불공정하고 자기혐오와 자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노력을 믿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분명히 노력으로 넘어갈 수 없는 한계는 존재하고, 몇몇 사람들은 그런 한계를 바라보며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운을 가진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계 안에서라도 최선을 다한다. 그 안에서는 노력하면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들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성공을 떠나 모두 자신 삶의 목표와 가치관이 있다. 노력은 그 가치관을 이루기에 충분한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자만의 늪에 빠진다?
만약 내가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가정해 보자. 나는 꽤 많은 사람들에게 신임을 얻었고, 나 스스로도 꽤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이다. 마이클 센델은 사람들이 이러한 성공을 오로지 자신의 노력의 결과라 여기고 오만함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 성공은 오로지 내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별로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보통은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부모님의 지지와 응원, 친구들의 따뜻한 말들을 떠올리고 이러한 성공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기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노력해서 일궈낸 성과에 대해선 자신이 인정하고 스스로 칭찬해 주는 것도 당연한 것 아닌가? 내가 이 자리에 오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했고 모든 부분은 아니더라도 이 노력이 결실을 맺은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러한 성공에 대해 충분히 스스로 기뻐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기쁨을 나눌 수 있다.
이렇게 강의를 들으며 스스로 생긴 의문들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노력은 우리를 배신할 수 있는 거고, 생각보다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손을 놓고 있으면 성공이 굴러들어 올까? 우리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바로 노력이다. 정말 천부적인 재능이나 운을 가진 사람들을 경제적으로 제치는 것은 강의에서처럼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노력으로 일궈낼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하지 않는가. 노력을 믿지 않고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사회가 불공평하더라도 우리는 최선으로 노력하며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실패한다고 해서 자신의 탓을 할 필요는 없다. 노력을 열심히 했지만 가끔은 '운'이라는 요소도 작용해서 미끄러질 수 있는 거지, 뭐. 또한, 능력주의를 다룬 강의나 책에서는 성공을 대게 경제적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각각의 사람마다 성공의 정의는 다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만의 성공, 자신만의 가치관을 마음에 품고 노력한다면 우리는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 이렇게 행복해지고 성공한다면 자신의 노력만을 생각하기보다 자연히 다른 사람들과 고마움과 기쁨을 나누겠지. 사회의 불공평에 좌절하고 슬퍼하기보단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추구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으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마이클 센델의 '능력주의'를 다룬 강의에 대한 내 답이자 결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