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웅덩이 속 세상

제주도 용머리 해안탐사

by 루나

지금 제주도의 용머리 해안탐사하러 가는 버스 안에서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방금 들은 강연을 까먹지 않기 위함이다. 강연을 해주신 선생님은 조수웅덩이에서 최대한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하기 위해 두 가지를 기억하라 하셨다. 첫째는, 마법의 약을 먹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몸이 작아져야 한다. 언제까지 작아지라 하셨냐면, 무려 용머리 해안이 그랜드 캐년처럼 보일 때까지 작아져야 한다고 하셨다. 그제야 비로소 게의 눈, 집게,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보일 수 있다면서 말이다. 둘째는, 움직이는 것을 관찰할 때 나는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움직이면, 특히 해양생물들은 모조리 달아나버리고 말 것이다. 이 두 가지 사항을 새겨 넣고 한번 제주도 용머리 해안의 생물들을 최대한 관찰해 봐야지.


다시 차 안. 결과적으로 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기란 참으로 힘들었다. 최대한 몸을 구기며 열심히 해양생물과 교감(?)하고자 했으나 그들은 거인을 피해 요리조리 숨기 바빴다. 아래는 내가 찍고 기록한 것들인데 사진을 보고 이름을 찾은 거라 잘못 찾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

검은큰따개비
굵은줄격판담치
모란갈파래(바질페스토가 생각나는…)
불등풀가사리
고랑딱개비
주황해변해면
아마도 톳..?
고랑딱개비와 테두리고둥..?
군부
귀여운 게
지충이
갯강구
소라게
뭔지 알려주세여,,,
밑바닥에 붙어있는 군소
물꼬기

강연을 들을 때 조수웅덩이는 하나의 소우주와도 같다는 말을 들었다. 비록 바다 근처 조수 간만의 차로 생기는 물웅덩이 하나일 뿐이지만, 그 안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을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것 같다. 그냥 그림으로만 보고 얘기를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닌, 직접 용머리 해안에서 생물들을 마주하고 행동을 관찰해 볼 수 있어서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정말 그 작디작은 곳에 정말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생물들이 옹기종기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조수웅덩이는 곧 소우주와 같다는 말이 그제야 직접 와닿는다. 아래는 유난히 너무 예뻤던 조수웅덩이들이다.


밀당하는 게와 사투하고, 거인을 두려워하는 생물이 움직일 때까지 꼼짝 않고 얼음땡을 하느라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덕에 내 사진 하나 제대로 못 건졌지만, 그래도 맨날 보는 내 얼굴보단 여기서만 볼 수 있는 보기 귀한 얼굴들을 마주하는 게 더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용머리 해안탐사하는 내내 조수웅덩이에 머리만 박고 있느라 주변 경치를 많이 못 봤는데, 여긴 경치도 참 예쁘다.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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