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운

<비행운>을 읽고

by 루나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이 책에 대한 사전 지식이 아예 없는 상태였다. 서점에서 책들을 구경하다 이 책의 표지를 보게 되었는데 제목인 ’ 비행운‘이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


난 목차를 잘 살피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편이라 첫 이야기를 다 읽고서야 이 책이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든 생각은, ’이 이야기의 끝이 이거야..?‘ 였다. 개인적으로 영화도 책도 해피엔딩을 선호하는데, 첫 이야기부터 내용도, 결말도 너무 우울했다. 서미영이라는 사람의 마음이 너무 공감되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내가 평소 즐겨 읽는 장르는 아니지만 알 수 없는 마음이 동해 쉼 없이 페이지를 넘겼다.


이 책에 실린 8편의 이야기들은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악화일로 플롯으로 구성된다. 악화일로 플롯이란 상황이 가면 갈수록 악화되는 서사를 의미한다. 몇몇 이야기들은 허구적인 발상으로 진행되지만 서사의 개연성이 높고 캐릭터 설정은 현실적이라 이야기에 몰입이 너무 잘되었다. 그중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스토리들을 몇 개 적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가장 그 비극성이 덜하지만 제일 공감이 되었던 ‘큐티클’이다. 남들 눈에 더 잘 보이고 싶은 주인공이 시간과 돈을 들여 예쁜 네일을 하지만, 결국 가장 편한 친구가 네일 한 거냐고 질문하자 아니라고 애써 둘러댄다. 그때의 그 마음, 그 기분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공감하기 힘들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기 많고 잘 나가는 부류에 끼고 싶어 그들을 따라 하려고 하지만 그 노력이 내 바람과 다르게 우스꽝스러운 결과를 낳고 말 때의 기분. 그러게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분수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며 누군가 비웃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내 형편없는 글쓰기 실력으론 이 이야기를 읽을 때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얼마나 공감이 갔는지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너무나 현실적이고 비참한 이야기라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동시에, 나만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약간의 안도감도 들었다.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서른’이다. 주인공의 인성이 바르고 착했다는 것을 알아서 더 마음이 안 좋았다. 오랜만에 연락온 전남친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지만 그에게 배신당할 때, 결국 주인공도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해 주고 따랐던 제자를 배신할 때 마음속으로 엄청난 절망을 느꼈다. 물론 주인공도 주인공이지만, 제자 혜미의 결말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비록 학교에선 노는 애로 통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존경하고 따르던 선생님을 계속 좋아하고 따른 죄밖에 없는데. 분명 활기차고 긍정의 에너지를 뿜었던 한 아이가 주인공으로 인해 망가지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비참했다. 그렇다고 주인공을 막 욕할 수도 없다. 이야기 자체가 불운의 연속이다.


그렇다. 이 8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행운이 일어나지 않는, 비행운의 상태를 담고 있다. 책의 맨 마지막에 해석이 적혀있는데 그 해석에선 ‘비행운’의 의미를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로, 이 책의 모든 주인공들이 동경하고 원하는 꿈같은 비행운. 하늘에 떠있는 비행운을 바라보며 기옥 씨가 느끼는 감정. 두 번째로, 나타났다 금세 흔적도 없이 사라지듯이 비행운을 향한 노력과 실천이 드러나려 하다가 금세 사라져 버리는,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그런 상태. 세 번째로, 비행운을 향한 동경이 결국 추락하고 사람들에게 닥치는 끊임없는 불운, 비행운. 이 세 가지가 모든 이야기에 잘 녹여져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야기 속 주인공 외에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을 곱씹게 된다. 이를테면 ‘서른’에서 수인의 제자 혜미가 그 예이다. 정말 각자 나와 같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나서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쓰는 내내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감정이 글로 잘 전달이 안 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 마음을 책 맨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작가의 말이 잘 대변해 준다고 생각하여 이 구절을 인용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무언가 나를 지나갔는데 그게 뭔지 몰라서 이름을 짓는다. 여러 개의 문장을 길게 이어서 누구도 한 번에 부를 수 없는 이름을. (중략)
나는 그게 소설의 구실 중 하나였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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