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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중몽키 Feb 10. 2022

밥 값이 부담되던 시절

저랬던 시절이 있었다.

랩 동기였던 경수형과 함께 한 접시에 1,500원인 반찬을 쉐어하고, 눈치가 보여 둘이 번갈아 가며 학교식당 아주머니께 리필을 받아와 밥을 먹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는 제육볶음 반찬이었는데, 한창 밥 양이 많은 남자 둘에겐 턱 없이 부족한 양의 반찬이었다.

아직 두 사람의 밥공기엔 더 퍼 담은 밥이 몇 숟가락 남았는데, 제육볶음 접시 위엔 초라한 고기 하나 뿐이다.

둘은 차마 그걸 집지 못 하고 벌써 몇 숟가락 째 제육볶음 국물만 퍼다 밥알에 코팅 시켜 먹고 있다.

그때 경수형이 얘기했다.
"니무라. 내는 밥 다 무따."
"아, 지도 다 묵었는데요. 형님 드세요."

하지만 우린 서로의 밥 공기에 마지막 한, 두 숟가락이 남았음을 알고 있다.

그때 경수형이 젓가락을 들더니, 정말 콩 한쪽이라 할 만한
돼지고기를 반으로 찢었다. 아직도 그 장면은 또렷이 기억에 남아있다.

​아주 먼 옛날의 얘기가 아니다.

그저 우린 집에 손 벌리지 않고 대학원 생활을 하고 싶었던 것이고, 한달에 15만원 나오는 식비지원과 당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랩비로는,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다.

​플렉스가 넘쳐 나는 요즘, 그리고 그 플렉스를 동경하는 이들 뿐인 요즘.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엔, 그런 플렉스와는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도와주거나 혹은, 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돈지랄은 적당히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모두가 돈이 인생의 지표라 믿고 사는 세상, 가끔씩 더 올바른 가치를 한번쯤 생각하고 가야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제육볶음 한 조각을 나눠먹던 그 시절이, 누군가에겐 불쌍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나눴던 정말 소중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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