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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중몽키 Feb 13. 2022

우뢰매를 아시나요?

 그 시절엔 정말이지 이렇게 재밌는 걸 왜 같이 안 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서는 삼촌이 우뢰매를 함께 보지 않았던 이유는 아이와 어른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를 보니, 어른도 만화영화와 만화책을 즐겨보는 게 아닌가? 물론 예전 국내 만화영화와 만화책을 수준이 다른 나라의 것들에 못 미쳤을 테지만 단순히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아기공룡 둘리를 보고 자란 나는 지금도 TV에서 둘리가 방영하면-이건 아주 드문 일이지만-넋을 놓고 보게 된다. 아직 전쟁의 화마가 채 가시기 전이었을 1960년대 전후에 태어나신 우리 부모님들 세대의 유년기에 아기공룡 둘리나 미키마우스를 즐길 여유가 있었을까? 1970년대에서야 나온 우리나라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은 반공 사상 일색이었으니, 어린 시절에야 흥미를 끌었을지언정 머리가 큰 이후에는 추억팔이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요즘 시대에-똘이장군과 같은 반공 캐릭터의 후속작을 누가 제작할 수 있으랴?

머리가 크고 다양한 문화를 누리게 되면서, 그런 문화들을  즐기지 못하시는 부모님을 소위 교양 없다고-건방지게도-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들의 삶에 나처럼 많은 기회가 있었을까? 그들의 꿈은 필경 나 같이 모자란 자식의 부모님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게 이 좋은 세상을 선물해주신 부모님께 평생 감사하며 사는 것이 나의 도리일 것이다. 그리고 삶의 무게 탓에 누리지 못하셨던 많은 것들을 늦게라도 소개해 드리는 방법을 매일같이 고민해 봐야겠다. 아직 내게 그럴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을-그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신께 감사하며 오늘을 살아야겠다. 그리고 부모님께 따뜻한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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