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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중몽키 Feb 16. 2022

가는 날이 장날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란 속담은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다만, 이 표현을 가만히 곱씹어 보자면 어딘가를 갔더니 마침 장날이라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필요한 것도 사면 좋을 것 같은데, 통상 부정적인 표현으로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싶다. 사실 이 표현에서는 많은 부분이 생략된 탓이다. 어떤 이가 큰 마음먹고 친구를 찾아갔더니 마침 그 동네의 장날이라 친구가 집을 비웠다는 데에서 기원한 표현이다.
머피의 법칙이 이와 유사한 표현일 텐데, 어떤 이는 하는 일마다 꼬이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하는 일마다 척척 잘되기도 한다. 누구에게 머피의 법칙이, 누구에게 샐리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일까?
마침 친구를 찾았던 그가 '오늘따라 되는 일이 없네.'라며 다시 길을 돌아가는데, 소똥을 밟고서는 고래고래 욕을 하며 산길을 지나다가 범을 만나 호된 고생을 하였다. 다른 평행세계의 그는 '오호라, 오늘이 장날이었군. 나도 장에 구경이나 가봐야겠군.' 하며 장을 향해 길을 나서는데, 역시나 소똥을 밟았다. '소똥을 밟으면 길하다고 하던데, 좋을 일이 생기려나?' 하며 기분이 좋아진 그는 장터 초입의 주막에서 친구가 다른 벗들과 함께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한 게 아닌가? 운 좋게 오랜 벗들을 한 번에 만나 기분 좋게 한잔 걸쳤다. 한 벗이 소똥에 더럽혀진 그의 신발을 보더니, '이 친구야. 신발 꼴이 이게 뭔가? 마침 자네에게 보답하고 싶은 것이 있던 차이니 저기 신발장수에게 가서 내가 신발 하나 사줌세.' 한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던 그날은 그에게 있어 오랜 벗들을 한 번에 만나고 신발까지 얻었던 좋은 하루였다.


당신의 세상에서의 신神은
바로 당신이다.
세상의 좋고 나쁜 일,
아름답고 추한 일,
기쁘고 슬픈 일...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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