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에 대해

by 윈스턴

“아들, 이제 슬슬 배 그만 타고 멀쩡한 직장 알아봐야지”


내가 휴가 중인 어느 날, 부모님이 넌지시 말씀하셨다.




나는 마음이 좀 예민해서 사소한 말에도 많은 의미를 찾아내려고 한다. 부모님의 한마디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 팔다리 멀쩡히 달린 아들이 육상에 취직해서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으면 하는 마음, 1년에 9개월은 바다 위에 있는 아들을 더 많이 보고 싶은 마음. 그런 것들이 느껴진다.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분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남에게 받는 동정 어린 시선이라 했던가. 나 역시 남들의 동정 어린 시선을 상당히 싫어한다. 배를 타고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한다.


"많이 힘드시겠어요. 저라면 절대 못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 나는 슈퍼맨이라 당신이 절대 하지 못할 일을 해결한다던가, 노예근성을 가지고 채찍 맞아가며 노 젓는 삶이 곧 하늘이 내린 나의 천직이라서 배를 타고 있는 게 아니야. 이 일은 생각보다 정말 멋진 일이고, 일을 해결했을 때 보람을 느낄 수도 있고, 바다에 떠서 가족과 사회와 떨어져서 생활한다는 페널티 때문에 월급은 좀 많이 챙겨주고 지원자가 부족한 것뿐이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아. 배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을 위해서 장황한 설명을 해주고 싶지만, 글이 길어지니 나중을 기약하겠어.




하지만 자유에 대한 생각은 가끔 하게 된다.

지금의 사회에서 자유가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행동이다. SNS를 구경하다 이런 질문들이 눈에 띄었다.


‘감옥에서 1년 버티고 1억 받기 VS 그냥 살기’


그리고 나는, 마치 자유롭게 살기를 포기하고 감옥에 들어가 1년을 버티는 돈에 미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기를 포기하고 배부른 돼지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은 항상 나를 좌절감에 빠뜨렸었다.


나는 지금 속박되어 있는 걸까.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자유롭다는 건 대체 어떤 걸까.

땅을 걸어 다니며 직장을 다니면 자유로운 걸까. 직원이 아닌 사장님이 되어, 혹은 자영업을 시작하여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면 자유로운 걸까. 돈이 많아져서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살게 되면 자유로워진 걸까.


자유를 느낀다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

어떨까.

새장에 갇혀서 넓은 하늘을 활공하는 꿈을 꾸며 희망을 품는 게 나을까. 하늘을 날아 약육강식의 세계를 마주하는 게 나을까.

우물 안의 개구리가 나을까. 우물 밖의 개구리가 나을까.


지금 우리네 사회의 시선은 명확하다. 우물 밖 개구리가 훨씬 좋다고 여긴다. 그래 그럼. 개구리의 입장에선, 그리고 내 입장에선 어떨까. 우물 안의 생활이 과연 불행한 삶이었을까? 우물 안의 생태계는 이미 개구리가 문제없이 살도록 최적화되어 있었을 것이고, 머리 위의 파란색 동전은 우물보다 더 멋진 세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차고 청명한 하늘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우물 안에서 살고 있다. 다만 아무런 인지도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미 나의 인식의 한계에 갇혀있는데, 대체 무슨 자유를 얘기한다는 말인가.

먼 우주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지구라는 작은 새장에 갇힌 불쌍한 앵무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자유를 느낀다. 그 자유는, 모피어스가 찾아와 빨간 약과 파란 약의 선택(영화 ‘매트릭스’)을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계속 꿈꾸고 있었을 자유다. 내가 매트릭스에서 계속 살고 있었더라면, 그리고 끔찍하고 보잘것없는 현실을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더 자유를 느끼지 않았을까.


그렇기에 자유는 내가 마음먹기 나름이다.

강아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면 자유가 어떤 것일까 감을 잡을 수 있다.

귀여운 우리 강아지는 방에 들어와서는 내 얼굴을 3초 간 주시하더니, 잠자코 근처에 누워있는다.

만일 내가 방문을 닫아 놓게 되면, 강아지는 일어나 문을 긁으며 열어 달라고 애처롭게 낑낑대고는 한다.

하지만 방문을 열어주면, 강아지는 나가지 않고 다시 내 방에 드러누워 있는다.

강아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지만, 이게 자유라고 생각한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것. 그게 자유라고 생각해.


배에서 일하고 있다고, 바다 위에서 어디도 가지 못한다고, 그것이 속박당한 삶이 아니야. 나는 언제든지 사직서를 던지고 떠날 수 있고, 만성 인력 부족인 회사들은 언제든 나를 다시 받아줄 것이다. 어디든 떠날 수 있다. 휴가 기간 두 달, 혹은 세 달 동안은, 그저 자다 일어나서 문득 터키 카파도키아에 열기구를 보러 갈 수 있고, 스페인의 파밀리아 성당을 보러 갈 수 있고, 그게 아니면 평화로운 우리 집에서 강아지와 산책할 수도 있다. 그게 자유다.

돈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부족하거나,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우린 결국 마음대로 살 수 없다.

선택을 해야 하고 나는 일반적인 선택보다 내 선택이 좀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우물 안의 동전 만한 하늘에서 무한한 자유가 느껴지는 듯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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