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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인수 Dec 04. 2021

혜초의 길-아시아를 생각하며

2016년 5월 1일  경상일보 18면 (사진 중국 천산신비대협곡)

구도자·개척자였던 혜초 본받아
아시아 모든 나라를 마음에 담아
아시아에서 새로운 기회 만들길…


‘아시아’를 자주 생각하게 된다. 대학에서 새 교양과목으로 시작한 강의 ‘아시아의 미래’ 때문이다. 그래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읽다가, 신라 고승 혜초의 여정에 새삼스레 놀라게 된다. 704년 신라에서 태어나 나이 열여섯에 중국 광주로 건너가 인도의 승려 금강지에게 배우다가, 1293년 전(723년) 열아홉에 바닷길로 동남아를 거쳐 금강지의 고향인 천축국(인도)으로 동·중·남·서·북 5천축국 순서로 인도를 돌았다. 인도를 벗어나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란 지역을 나아갔다. 거기서 소불림국(시리아), 대불림국(터키)까지 갔었는지 정확지 않으나 소식을 기록했다.


그리고 소련영토 중앙아시아, 파미르고원을 넘어 중국 신장, 쿠차국까지 전체 여정이 4년여에 이르렀다. 중국을 동쪽으로 관통해 나이 삼십에 장안(서안), 천복사에 도달하는 대장정으로 아시아를 폭 넓게 여행했다. 혜초의 구도여행의 거리 단위는 한 달 정도 걸어가는 길이 기본이다. “이 토카라국으로부터 서쪽으로 한 달을 가면 페르시아(이란)에…” “이 와칸국으로부터 동쪽으로 15일을 가서 파밀천을 지나면 곧 총령진(파미르)에…” “이 총령으로부터 한 달을 걸어 들어가니 카시가르에… 카시가르에서 동쪽으로 한 달을 가면 쿠차국에 도착한다.” 혜초는 대단한 구도자, 모험가였고 83세 입적 때까지 8세기에 관한 귀중한 세계 4대 여행기록을 남겼다. 내가 여행 중에 비행기로 두 시간 남짓 날아간 거리 정도를 한 달 정도 걸어갔다고 썼다.


아시아의 지역적 범위로 한국, 중국, 일본 즉 동북아시아에 동남아시아, 인도 등은 쉽게 포함시킨다. 중동, 일부 아랍지역이 포함되느냐 물으면 몇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터키는 유럽일까 아시아일까? 러시아 동부는 아시아 지역에 포함시킬 수 있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 추첨 국가를 보면, A조는 이란, 대한민국, 우즈베키스탄, 중국, 카타르, 시리아, B조는 호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태국이다. 즉, 월드컵 ‘아시아’조의 국가 면모를 보면, 중동,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을 포함하며, 유럽조인 러시아를 제외시킨다.


사전적 의미로 아시아는 육대주의 하나로, 유라시아 대륙 동쪽의 5분의 4를 차지하고 있는 대륙으로, 남북 방향으로 인도네시아에서부터 시베리아 지역까지, 동서 방향으로 일본에서 터키 및 아라비아에 걸치는 지역으로서 세계 육지 면적의 30%를 차지한다. 국내 취업 중인 아시아지역 근로자들과 농촌총각들 결혼으로 연변과 동남아시아, 구 러시아 지역을 현실적 아시아로 의식하게 된다. 아시아마트가 베트남 쌀국수, 태국 똠양꿍, 중국, 일본 식료품 등으로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한다.


세계한인무역협회와 울산시가 공동개최한 ‘제18차 월드옥타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가 4월22일부터 나흘간 울산에서 열렸다. 한류로 온 아시아 여행객들이 울산까지 방문하는 날은 언제쯤일까? 지난 3월28일 중국에서 인천으로 4500명의 유커(遊客·중국 관광객)가 한번에 와서 치맥 파티를 했다. 유커 8000명이 두 차례에 걸쳐 포상휴가로 서울에 오고, 5월6일과 10일에 한강변에서 삼계탕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TV 드라마나 영화 때문에 중국에 이어 중동 단체 관광객이 늘어날 전망이다. 미래 아시아 고객들을 울산에 불러 모으는 방법으로 무엇이 좋을까? 드라마 작가를 양성하거나 작가들을 초청해서 울산을 느끼게 하고, 영화감독이나 제작팀을 자주 유치해야 하나? 부산시처럼 영상위원회를 설치해야 하지 않을까?


혜초의 고향 경상지역에 아시아인들이 찾아올 기회를 엿본다. 혜초가 알려주기로 “중천축국에는… 도로에 도적이 많다. 물건을 빼앗고는 곧 놓아주며 다치거나 죽이지는 않는다. 만약 물건을 아끼다가는 다치는 수도 있다.” 여행지 사정이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 혜초 당신께서 아시아 전역과 현지를 이해하는 포용심으로 구도자로서 뿐만 아니라, 삶의 터전을 개척해 가는 개척자로서의 면모를 후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 모든 나라를 우리 마음속에 담자. 젊은이들이 새로운 영역과 기회를 아시아에서 만들기를 기다리자.


성인수 울산대 디자인·건축융합대학 건축학부 교수


출처 : 경상일보(http://ww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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