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rticl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d A Bio Mar 16. 2021

가까이서 보면 바지, 멀리서 보면 실루엣

'한' 끗 차이 - 나비 효과

오늘 무엇을 입고 나가시나요?

계절에 맞춰?, 상대에 맞춰? 혹은 요즘의 코로나19에 맞춰? 여러분 모두 여러 가지 상황에 맞춰 입을 거라 생각되지만 그 안의 초점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저는 오늘 하의, 즉 바지에 집중해보려고 해요.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사실 고등학교 3학년 때 메모해둔 생각으로 글을 쓰게 된 거예요. 다 같은 교복을 입고 있지만 제 눈에는 무언가 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자기 신체에 맞춰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핏으로 수선을 한 바지들부터 그대로 교복이 실내화로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모습도 발견했어요. 너무 재밌어서 여러 가지 검색하다가 바지 실루엣의 작은 차이가 사람들 개개인에게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바지의 'Fit'에 따른 팬츠의 종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첫 번째로 이야기할 바지는 '스키니 팬츠(Skinny Pants)'에요.

사진:왼쪽부터 스키니진을 입고 있는 남주혁, 톰 브라운 팬츠 이미지 출처:Korean Street Official, Thom Browne


흔히 몇 년 전에 '스키니 진'으로 유행했는데 요즘은 예전처럼 많이 입고 다니진 않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스키니 팬츠는 바지 하의 중에서는 'Classic'한 의류라고 생각돼요. 유행이다 뭐다 하면서 옷장으로 들어갔다지만 저는 분명히 다시 돌아온다고 봐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스키니 핏, 피부와 같은 밀착감을 가진 바지라는 뜻으로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발목까지 전부 몸에 붙는 핏을 가지고 있다. 스키니 핏은 청바지(데님)에 주로 사용되었지만 뿐만 아니라 운동복 같은 스판성 있는 소재나 면등 다양한 종류의 소재에도 적용되고 있다.


위 이유 때문에 먼저 '스키니'에 대해 말하려는 이유였다. 2010년대 들어서 '교복'바지가 스키니 진의 유행을 타서 내가 학교에서 많이 봤던 핏이었다. 교복은 통이 기본적으로  좀 있고 좁혀진 형태로 나와 교복 바지를 수선하여 스키니진처럼 줄여 입는다. 교칙으로 "교복의 원형을 변형시켜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칙이 엄격한 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교복을 많이 잡기도 한다. 이에 착안해 스키니랑은 약간 차이가 있지만 슬림핏 팬츠도 이 시기에 많은 인기를 끌었다. 스키니가 쫙 달라붙는 느낌이라면 슬림핏 팬츠는 착 감긴다는 느낌을 준다. 스키니보다 덜 부담스럽게 사람들은 다가갔다.


두 번째로는 '스트레이트(일자) 팬츠(Straight Pants)'에요.

사진:Gucci FW18, 마리끌레르 샤넬 백 공방 이미지 출처:GQ Korea, 마리끌레르

바지가 눈에 띈 그 시기는 점점 변하고 있었어요. 좁혀져 가는 실루엣에서 툭 떨어지는 모습을 많이 발견했어요. 저가 가장 많이 접하고 보게 되는 교복에서도 슬림한 핏에서 좀 더 여유롭게 일자로 떨어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게 됐어요. 인터넷, TV, SNS 등에서도 스키니나 슬림핏의 바지가 아닌 스트레이트 팬츠, 일자바지 등의 광고가 급속도로 퍼져나갔어요. 청바지도 스키니진에서 변화했고 이 시기 인기 있던 슬랙스도 일자 핏으로 고객들의 지갑을 열게 했죠.


사진:AGOLDE Leather straight leg pants, JOHNKART Straight pants. 이미지 출처:netaporter,johnkart


이전과의 느낌과는 훨씬 무게감 있는 모습이었어요. 실루엣의 미묘한 차이가 스키니, 슬림한 것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져다줬어요. 이러한 변화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거라고 생각돼요. 말로는 사소한 변화인데 착용했을 때의 느낌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죠.


세 번째는 '와이드 팬츠(Wide Pants)'에요.

사진:드라마 '빛과 그림자', Karen Walker 2021 이미지 출처:MBC, Vogue

 이쯤 왔을 때 흐름은 어떻게 갈지 다들 짐작하셨을 거예요. '유행'은 돌고 돈다. 일명 '유행 사이클'이라고 한다. 아빠, 엄마 세대가 1020이었던 때 유행했던 것들은 지금 보면 다소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뉴트로' 열풍으로 그때 그 시절을 연상케 하는 옷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 주인공 중 하나인 '와이드' 팬츠.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걸 다들 직감했을 거예요.


사진:Marni Spring 2019, Tibi Spring 2017 이미지 출처:Vogue


다들 '통바지'를 왜 입겠어?라는 질문에 반문하듯 하나둘씩 입고 다니기 시작했다. 통 넓은 와이드 팬츠는 더 이상 촌스러운 바지가 아니다. 오히려 키를 커 보이게 하고 하체의 약점을 가려준다. 심지어는 바지통의 여유가 있어 활동성도 좋아 건강에도 더 좋다는 사람들이 많다. 넉넉한 핏으로 편안한 착용감과 멋스러운 스타일링을 하는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네 번째로는 '부츠컷 팬츠(Bootscut Pants)'에요.

사진:Diplo Bootscut pants, Ellery 올랜도 벨츠 부츠컷 팬츠 이미지 출처:interviewmagazine, 매치스 패션


이 팬츠는 뭐랄까 응용 버전? 심화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연스럽게 일자로 떨어지다가 아랫단에서 넓어지는, 섞어놓은 듯한 바지예요. 맞아요. 싸이 노래 중 <나팔바지>가 생각나죠? 영어로는 Flare Trousers 혹은 Bell Bottom. 바지 아랫단이 나팔처럼 넓어지는 형태를 한 바지. 우리나라 패션업계에선 부츠컷으로 불린다.


본래 유래는 배 위에서 생활하는 수병용 제복으로 개발된 바지다. 엄밀히 말하자면 세일러복의 일종으로, 갑판 청소를 하거나 얕은 물에 들어갈 때 쉽게 바지 밑단을 걷어올릴 수 있도록 아랫단 통을 넓게 만든 것이 나팔바지다. 이런 바지가 요즘 유행하는 패션 아이콘이 되었다니 놀랍지 않나요?


사진: Celine 70's French Girl Look, Alexander McQueen Slim Bootscut pants 이미지 출처:papermag, nordstorm



부츠컷 팬츠는 자칫 잘못 코디하면 올드해 보일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모던하고 올드가 아닌 성숙의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돼요. 스키니와 와이드 그 중간에 있는 부츠컷이 이 두 가지가 가지고 있지 않은 중후한 매력 때문에 다른 것들이 질릴 때쯤 다시 찾게 되는 마법의 핏이러고 말하고 싶네요. 저도 요즘 너무 꽂힌 팬츠인데 Alexander McQueen이나 Celine 컬렉션에서 나온 부츠컷 팬츠들의 매력에 푹 빠져있습니다. 이러한 우리가 잘 아는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디자이너나 디렉터들도 부츠컷의 유행을 예견하고 있었을 거라는 추측을 해본다.


마지막으로는 '턱 팬츠(Tuck Pants)'이다.

사진:왼쪽부터 원턱 팬츠, 투턱 팬츠 이미지 출처:Pinterest


턱? 얼굴에 있는 그 턱? 직접 본 적은 많겠지만 용어는 잘 몰랐을 것이다. 사람의 얼굴 아래 위치한 턱이 아니라 tuck이라는 단어는 '밀어 넣다' 혹은 '소매를 걷어올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명사로 쓰이면 '옷을 접어 넣은 단'을 의미한다. 그래서 바지에서 의미하는 tuck은 흔히들 많이 아는 옷을 접어 넣은 '주름'을 의미한다. 이제 이해가 쉽게 됐을 것이다.


원턱 바지는 이름 그대로 1개의 주름이 있는 바지를 말한다. 바지에서도 특히 앞부분이 한 줄로 주름이 잡혀 있는 바지를 말하는데, 단순한 주름이 아니라 바지를 안쪽으로 접어 넣은 주름이기 때문에 노턱 바지보다는 활동성에서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투 턱 바지도 원턱 바지와 마찬가지로 주름이 2개 (two tuck)인 바지를 뜻한다. 원턱 바지와의 차이점은 주름이 2개라는 점과 활동성이 더욱 좋다는 것이다. 주름이 2개 잡혀 있어서 원턱 바지보다 활동성이 좋고 신축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Tuck Pants Style 이미지 출처:Streetwearnow 인스타그램


사실 턱 팬츠는 아직 Z세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올드하고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입고 다니는 정장 바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이 바지를 슈트에 국한하지 않고 캐주얼하게 특유의 여유로운 실루엣을 연출하기도 한다. 위 사진처럼 반듯해 보이지만 턱을 주어 여유롭고 활동성 있는 실루엣을 연출할 수 있다.


턱 팬츠는 패턴 공부하며 직접 실습해봤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주름잡는 게  스트레스였지만 나름대로의 턱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원턱, 턱의 차이가 입었을 때의 드레이프를 우아하게 만들어 마치 지중해에 있는 듯한 풍부한 여유로움의 실루엣을 표현한 것 같았어요.


팬츠들의 이러한 미묘한 듯해 보이는 사소한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나비 효과'를 가진 거 같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자유의 한에서 변칙적인 모호함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